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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Feb 10. 2021

서양 여자들이 보는 동양 남자는 정말 별로일까?  

인종보다는 체급, 몸을 키우면 키 작아도 환영받습니다

제가 요즘 유튜브 디스커버리 서바이벌 '생존 시그널(영어 제목은 Naked and Afraid)'에 푹 빠져 살아요. 남녀가 나체로 정글에서 21일간 버티는 리얼리티 쇼예요. 보통은 건장한 서양 남녀가 등장하는데, 이례적으로 동양 남자가 나오더군요. 파트너는 서양 여자고요. 동양인 남자 이름은 돈(베트남계 미국인), 아주 마른 체형의 남자에 안경까지 썼더라고요. 여자는 이틀 만에 포기해요. 배탈이 나면서 멘털이 나갔어요. 제작진은 긴급히 다른 여성 출연자를 투입해요. 그런데 두 번째 출연자도 9일 만에 포기를 해요. 출연자가 포기하는 경우는 흔한데, 두 명의 출연자가 포기하는 경우는 처음 봤어요. 결국 남자는 총 24일을 버텨내요. 댓글을 보면 한국 사람들은 인종에 초점을 맞추더군요. 동양 남자가 비리비리하기까지 하니까, 실망해서 떠난 거다. 외국인들은 여성들의 태도 지적이 많고요. 인종적인 발언은 자제하는 분위기더군요. 그런데 이 에피소드 좀 감동적이에요. 꼭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NsaAbamQ-Vg&t=622s

제가 출연자였다면, 멘털 나갔어요. 종편 방송에서 출연 제의가 온 적이 있어요. 중년의 남녀 데이팅 프로그램이었는데, 단 1초도 고민 안 했어요. 제 대답은 무조건 '노'죠. 사랑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도 안쓰러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이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남자 출연자가 누구일까? 카메라가 저를 클로즈업 하고, 바로 여자 출연자들 얼굴을 보여줘요. 아아, 아아아. 실망을 세련되게 할 줄 모르는 출연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장면을 어떻게 견디냐고요? 홀로 마지막까지 아프리카 초원에서 살아남은 '돈'은 천진한 구석이 있더군요. 그녀들이 왜 자기를 떠났나? 답 안 나오는 고민은 하지 않아요. 편집된 장면만 보면요. 대신 열심히 '살아남기'에 집중해요. 본인이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즉 이 사람은 누군가를 외모만 보고, 등급을 나누는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주제와 맞지 않지만 돈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매우 잘 생겼어요). 세상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할 거라 생각하죠. 돈에게는 여자 출연자들이 아파서 포기했을 뿐이에요. 자신은 아프지 않기 때문에 완주를 할 수 있었던 거고요.


그럼 서양 여자들에게 동양 남자는 어떻게 보일까? 저 역시 개인적인 경험임을 미리 말씀드려요. 저는 서양 여자들에게 전혀 인기가 없었어요. 동양 남자 중에서도 마른 편이니까요. 그래도 친한 친구들은 좀 있어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 스왈리(아버지가 특이한 이름을 지어 주셨더라고요)에게 물었어요.


-솔직하게 말해 봐. 동양 남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그냥 어떤 남자냐가 중요하지.

-그럼 지금 화장실 간 옆 남자는?

-내 옆에 누가 있었어?


그때 저는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어요.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였거든요. 자기 옆에 중국 남자가 내내 앉아 있었는데, 그 남자가 있다는 걸 아예 모르더군요.


미국인 로잔, 케이티 역시 인종은 전혀 상관없다더군요. 대신 섹시해야 한대요. 로잔은 중국에서 만난 광대뼈가 나온 티베트 남자를 굉장히 섹시하다고 하더군요. 케이티는 나시만 입고, 배는 좀 나온 다부진 동양 남자를 보면서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로잔은 재밌는 얘기도 했어요. 왜소한 남자가 싫은 이유는, 자기가 너무 커 보여서래요.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된 기분이 든대요. 남자보다 육체적으로 더 강해 보이는 건 싫다더군요. 동양 여자가 어디서나 관심받는 거에 비해, 동양 남자는 확실히 인기가 덜한 편이기는 해요. 자신감도 한몫해요. 제가 아는 이스라엘 친구는 키도 작고, 몸집도 작은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났다. 여유와 자신감이 우주 최강이었어요. 백이면 백, 모든 여자들이 호감을 보이더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동양인 특유의 안경과 마른 체형은 인기가 없어요. 그런데 그건 백인, 흑인도 마찬가지예요. 동양인이 그 비율이 높은 거죠. 운동한 남자는 무조건 호감의 대상이 돼요. 서양 친구들은 남자 키나 탈모 여부는 한국 여자보다 훨씬 관대해요. 몸이나 수염만으로도 얼마든지 가산점을 줘요. 어려 보이는 것도 그렇게 안 좋아하더군요. 데이비드 베컴이 젊을 때 진짜 잘 생겼잖아요. 지금은 그 느낌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서양 친구들 중에 지금이 더 섹시하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노화'도 어느 정도는 멋으로 여겨지나 봐요. 연애 시장에서 그렇다는 거고요. 진정한 관계는 또 다르죠. 말이 잘 통하면, 사람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인종이 무슨 상관이겠어요? 이 사람과 평생을 하고 싶다. 그 느낌은 말투와 태도, 인간성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많이 만나고, 시간을 보내면 그때부터 새로운 의미의 사랑이 싹트는 거죠. 두 여자에게 버림받고, 결국 살아남은 남자 돈이 섹시하다는 댓글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댓글을 단 인종이야 알 수 없지만, 백인 여자도 절대 적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우리의 하루는 기적이고, 감사함의 에너지입니다. 글을 쓰는 건, 작은 보답입니다. 내 감사함에 대해, 내게 주어진 하루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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