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네이버 블로그를 해요. 브런치도 하고요. 보통 SNS라고 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의미하죠. 식당에서 음식 사진 찍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꼴 보기 싫더군요. SNS를 하기 전까지는요. 이젠 사진도 안 찍었는데, 친구가 음식을 망가뜨려 놓으면 짜증이 확 나요. 요즘 세상에 이런 무경우가 어디 있냐고요? 사진 있고, 밥 있지. 그깟 밥 좀 늦게 먹는다고 죽어요? 그래요. SNS의 노예 맞아요. 왜요? 구경 났어요? 그런 사람 절대 안 될 거라고 자신했던 1인 여기 있습니다. 후배 놈이 쓰던 아이폰만 안 던져 줬어도, 전 SNS 모르고 살았을 거예요. 청정하게, 세상과 거리를 둔 고고하고, 신비로운 '작가'로 남았을 거라고요. 설날이기도 하니까, 비밀로 하고 싶었던 저의 SNS 태도를 까발립니다.
1. 너무 인기가 많은 사람은 그냥 지나치겠습니다
인기가 많은데 저까지 좋아요를 눌러 줘야 해요? 이미 충분히 사랑받고 있잖아요. 저까지 보태면, 알아주기나 할까요? 수백 명 좋아요 중 하나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지 않아요. 명색이 '유명 작가'인데(아, 죄송합니다), 저보다 유명한 사람한테 무릎 꿇으면 되겠어요? 열등감이냐고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세상 사랑 공평하게 흩뿌리자는 거죠. 이미 누군가의 사랑으로, 복부 비만인 사람에게 무슨 저의 애정까지 보태냐고요? 됐다고 하세요. 자존심 아니고요. 열등감 아니라고요. 백 번을 말해야, 받아들이시겠어요? 제가 더 좋아요를 많이 받는 그날, 가볍고, 통쾌한 기분으로 사뿐히 좋아요를 눌러 줄 거예요. 저도 좀 개운하게 살고 싶으니까요.
2. 비슷한 업종끼리, 꼭 그래야만 했나요?
그래요. 제가 먼저 친구 신청한 거 맞아요. 좋아요도 열심히(까지는 아니고요) 눌렀고요. 가끔은 무려 댓글까지 달았어요. 벽이에요? 늪이에요? 한 번 빠지면, 탄성이 제로가 되는 신소재 섬유예요? 최소한 한두 번, 나도 다녀갔다. 좋아요. 한두 번이 어려워요? 서로 안면도 없는데, 어색하다고요? 제가 먼저 어색함 깼잖아요.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죠. 글 쓰는 사람이, 왜 그렇게 조잔하냐고요? 당신도 조잔하니까, 의식적으로 쌩깐 건 아니고요? 알아서 이해해 주겠지. 홀로 평온하게, '작가님' 대우받고 계시잖아요. 그래요. 나만 밴댕이 할게요. 그 밴댕이는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뭐 저주까지 하는 건 아니고요. 사실은 아주 약간은 더 친해질 수도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깟 좋아요가 뭐라고, 이렇게 부르르 떠냐고요? 아니, 그깟 좋아요가 안 대단한 걸 알았으면, 거지 적선하듯 한두 개만 뿌리시지 그랬어요?
3. 아니 왜 이렇게 늙지를 않아?
저도 한 때는 왜 이리 나이 안 먹느냐는 소리만 들었어요. 동안 소리가 지겹더라고요. 빨리 늙었으면 좋겠다. 입방정이 저주가 됐어요. 삼십 중반부터는 노화가 무슨 이과수 폭포 물줄기처럼 거세더군요. 그래도 다들 나처럼 비슷하게는 늙겠지. 이거 뭔가요? 농담이 아니라 엄마와 딸이 자매처럼 보이는 사진들이 수두룩해요. 제발 포토샵이었으면 좋겠어요. 연예인들보다, 연예인 아닌 사람들이 더 예쁘고, 잘생겼어요. 그래요. 제 비밀 과감하게 깝니다. 페이스북에서 나이가 모호한 사람들 태어난 년도를 어떻게든 알아내요. 그 사람의 친구의 친구를 찾아내서라도요. 생각보다 너무 젊으면 짜증을 확 내고, 나이보다 늙어 보이면 안심해요. 저만 이러는 거 아니죠? 왜 저를 쓰레기 보듯 하세요? 저만 그런 사람이라고요? 저, 이제 안 솔직해지렵니다. 남는 것도 없는 장사 접으렵니다.
4. 저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글 잘 쓰는 사람 저도 좀 보고 싶어요. 영감도 받고, 자극도 얻고 싶어요. 왜 그렇게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줄줄줄 쓰냐고요. 글이 먼저지, 자기가 먼저인가요? 글이 메이크업 도구예요? 사실은 모델이고 싶었던 건 아니고요? 그렇다고 제가 당신들의 글을 찬찬히 본 건 아니에요. 제대로 읽지도 않고, 함부로 입을 터냐고요? 모르셨어요? 그게 SNS의 본질이에요. 제대로 읽고, 문맥을 파악하면, 언제 이 많은 글들을 읽냐고요? 절대로 글이 좋을까 봐, 내가 열등하다는 수치심이 두려워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젊은것들은 어찌 그리 호흡도 짧을까요? 그렇게 엉덩이가 가벼워서, 무슨 울림을 담을 수 있겠어요? 글은 오래 앉아서, 오래 써야 하는 거예요. 짧은 글이 재치고, 젊음이라고요? 순발력이란 말을 그렇게 함부로 쓸 거예요? 아, 몰라요. 그 짧은 글조차, 대충 좀 읽게 놔두세요. 제가 꼭 이 나이에, 어린것들에게 감동까지 받아야 해요? 나는 이미 저런 글 못 쓴다. 스스로 사형 선고라도 땅땅땅 내려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5. 구독자, 팔로워 숫자 신경 안 써요
신경 안 써야 사니까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어쩌면 그렇게 안 늘어날 수 있어요? 무시해도 정도가 있어야죠. 제가 물로 보여요? 빙다리 핫바지로 보여요? 요즘 친구들에겐, 너무 늙은 아저씨일 뿐이라서요? 현실을 꼭 인정해야만, 잘 사는 건가요? 뼈 때리는 현실 인정할 바에는, 아닌 척하고 살래요. 무심한 척 사는 게 최고의 지혜죠. 저, 팔로워 숫자 아무 관심 없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숫자도, 숫자일 뿐이에요. 폭발적으로 구독자 늘어나야, 인정받는 거 아니냐고요? 자본주의 노리개라는 증거예요. 저 좀 보세요. 그런 숫자와 무관하게, 매일 꾸준히 올리잖아요. 몰래라도 자랑스러워하게 좀 내버려두세요.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지도 모른 채, 사라지면 또 어때요? 우린 모두 다 사라진다고요. 사라진다는 건 아름다운 거예요. 현실을 피하다, 피하다가 이젠 깨달은 척이라도 하겠다는 거냐고요? 왜 이러세요? 저 깨달았어요. 웬만한 스님 뺨치게 평화로워요. 그렇게 평화롭지 않으면, 서러워서 못 버티니까요. 샘나서 화병에, 조기 사망하지 않으려면 도 닦는 사람이라도 돼야죠. 왜 우세요? 제가 불쌍하다뇨? 당사자인 저도 안 우는데요.
6. 댓글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만
이것도 이유가 있어요. 네이버와 브런치는 댓글을 안 달게 되면서, 누구에게라도 공평해져야 해. 이렇게 돼버리더군요. 가끔 악플에는 득달같이 달기는 하지만요. 댓글은 사실 모두에게 달아 드려야 맞죠. 게으른 놈이 시간 핑계 대잖아요. 어느 순간, 댓글들이 숙제가 되더라고요. 즐거운 마음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데 숙제가 무서워서 눈 질끈 감아요. 그러니까 제가 이 모양인 겁니다. 진심은 하늘에 닿는다잖아요. 댓글 달아주는 분들을 하늘처럼 떠받들어도 모자랄 판에, 눈을 질끈 감아 버렸으니까요. 그러니 저는 큰 사랑 못 받는 거 닥치고 받아들여야 해요.
7. 저, 뒤끝 없어요. 악플러님들 어서 오세요
악플이 많지도 않은데요, 뭐. 악플도 관심이라면서요? 악플이 줄줄줄 달릴 때, 비로소 대박 유튜버가 되는 거라던데요? 가끔 반박 댓글을 달고 후회를 해요. 굳이 뭐하러, 싸움을 만드냐고요? 그분은 그분대로 스트레스 해소하고, 저는 쌩무시하는 쾌감으로 되받아쳐야죠. 저를 거슬리게 하는 댓글은 저의 스승이에요. 제가 어떤 거에 발끈하나? 스위치를 찾는 거죠. 왜 이렇게 늙었냐? 못 생겼다. 글 좀 정상인처럼 써라. 남들과 다르게 쓰면 있어 보이는 줄 아느냐? 이런 댓글들이 기억에 남네요. 즉 저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는, 미성숙한 인간이라는 거죠. 그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건 그들 자유예요. 그걸 소화하는 건 저의 책임이고요. 어떤 소리를 들어도, 나 자신은 결코 달라지지 않아요. 늘 같은 모습일 뿐이죠.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댓글은 일렬로 움직이는 개미떼처럼 큰 의미 없이 존재할 뿐인 게 되는 거죠.
PS 매일 글을 씁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채워지면 채워진 대로 모든 글은 의미가 있겠죠.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답 안 나오는 고민을 하기보다는, 한 글자라도 더 쓰겠습니다. 공해가 되지 않도록, 저 스스로를 갈고닦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