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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나라나 가봤지? - 1부 아시아 위주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음,슴체로썼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by 박민우

몇 나라나 가봤어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깜짝 놀라요. 세본 적이 없어서요. 여행 막 시작했을 때는 세봤을 거예요. 어느 순간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싶더라고요. 그 나라를 갔다고 해서, 전국을 누빈 것도 아니고요. 문득 오늘은 몇 나라나 가봤지? 한 번 세어 볼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개인적인 감상 정도예요. 저 놈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가볍게 읽고, 흘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태어나서 처음 가본 나라여서일까요? 천국이 여기구나, 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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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 냄새, 바다 냄새, 파인애플 냄새, 꽃 향기가 버터처럼 섞인 천국. 바다색도 참 예뻤음. 지금 가도 그 느낌 그대로일까 궁금하기는 함. 지상 천국의 이미지와 가장 근접했음. 못 가본 하와이는 그러면 얼마나 좋다는 건가? 괌 때문에 하와이가 몹시 가보고 싶음.


2. 고수 냄새 때문에, 걷기도 힘들었음 -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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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많이 했으나 생전 처음 맡아보는 고수 테러에 멘털 부서짐. 지금은 고수 없어서 못 먹음. 다시 가면, 다른 느낌의 홍콩이 기다릴 것만 같음. 뒷골목 위주로 걷다 오고 싶음. 허름한 골목과 오래된 찻집, 고시원 같은 좁은 방을 기대함.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홍콩 영화 '열혈남아'를 한 번 더 보고, 가볼 생각임.


3. 치안이 정말 안 좋다는 기억 -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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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와 거지가 심각할 정도로 많았음(20년 전). 채소를 다른 동남아시아에 비해 정말 정말 안 먹는 편. 변비로 고생 좀 했음. 스쿠버 다이빙 천국이라는데, 그걸 못해 봐서 매력을 못 느꼈다는 생각. 자연 위주로 보고 온다면 필리핀 만한 나라도 없을 듯.


4. 양아치 같았는데, 결국 사랑에 빠짐 -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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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돈도 안 거슬러 주고, 바가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씌움. 그런데 쌀국수가 심각하게 맛있음. 한 끼, 두 그릇 쌀국수 실천. 요즘엔 바가지도 천지개벽할 정도로 개선됨. 태국이 아니었다면, 베트남에 뼈를 묻지 않았을까? 말도 안 되게 맛있는 나라.


5. 뭐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다 있어? -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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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보다 개인적으로 캄보디아 사람들이 더 기억에 남음. 동남아시아의 느림보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느림. 코알라 같음. 방송 촬영 때문에 캄보디아 시골 마을들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시골 사람들이 다 착한 걸 감안해도 천사 그 자체였음. 진짜 시골다운 시골에서 은퇴 생활을 고민하는 분들께 캄보디아 추천.


6. 뭔가 조금씩 삐걱삐걱 -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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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사람들이야 다 착하고 좋다는 거 인정. 하지만 라오스는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가는 성장통의 나라라는 느낌이었음. 톡 까놓고 말해서, 돈맛을 본 사람들이 좀 무섭게 돌변했다는 느낌? 이런 느낌을 관광지에서 많이 받음. 동남아시아에서 물가도 매우 비싼 편. 바다가 없는 것도 큰 이유.


7. 아직 먼지에 덮여 있는 보석 -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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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관광 자원은 동남아시아에서도 최고. 바간의 불교 유적이 개인적으로 앙코르왓보다 훨씬 훨씬 더 감동적이었음. 하지만 나라 자체는 혼돈 그 자체. 어딜 가나 쓰레기장 천지. 만만한 곳은 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음. 인도보다 더 심각한 위생 상태. 어서 빨리 민주 국가, 건강한 나라가 되어 멋진 미얀마로 재건되기를 진심으로 바람.


8. 너무 반듯해서 조금은 심심 -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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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어설프고, 혼란스러운 활력을 좋아하는지라 싱가포르는 너무 반듯했음. 그렇다고 엄청 반짝인다는 느낌까지는 또 아니었음. 중고나라에 매물로 나온 신도시 분당 느낌? 경비 두둑이 들고 가서, 호화롭게 지내다 와야 싱가포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듯.


9. 싱가포르 쌍둥이?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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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눈이 번쩍 떠지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음. 음식이 맛있고, 사람들이 친절했음. 다음엔 말레이시아 시골 위주로 돌아보고 싶음. 방콕에 살아서인지, 쿠알라 룸푸르는 그냥 그랬음. 더 후졌다는 게 아니라, 비슷하다는 느낌? 내가 태국에서 살지 않았다면, 훨씬 더 좋아했을 것임. 비슷한 느낌 때문에 신선한 느낌이 덜 했음.


10. 발리를 아직 못 가봤으니 판단 보류,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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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촬영으로 보르네오섬 위주로만 다님. 발리를 못 가 봤으니, 진짜 인도네시아는 아직 못 봤다고 생각. 사람들이 정말 정말 친절했음. 한국 사람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세계 1등이 아닐까 싶을 정도. 발리에 한 달간 머물면서 인도네시아의 매력을 속속들이 알고 싶음.


11. 그냥 다 좋음 -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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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첫인상도 후줄근했는데, 그것도 좋음. 대단한 뭔가를 본 기억도 없음. 그런 게 있다고 해도 안 궁금함. 그냥 평범한 골목과 찻길, 습한 날씨와 빗줄기가 좋음. 눅눅하고 벗겨진 집들이 좋고, 나한테만 유난히 친절한가 싶을 정도로 상냥한 사람들이 좋음. 다 좋음. 그냥 좋음. 태국 때문에 차마 1등이라고는 못 하겠음.


12. 아직 맛있는 음식을 못 발견 -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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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음. 돈가스도, 라멘도, 초밥도, 케이크도 압도적일 거라 굳게 믿고 감. 압도당하지 않음. 라멘도 태국 방콕에서 먹었던 라멘집이 더 맛있었음. 운이 좀 없지 않았었나 싶음. 사원을 봐도 그냥 그냥. 그때 내가 몸 상태가 안 좋아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


13.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 그러니 당연히 놀라운 곳도 넘치게 많은 -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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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만 잠시 다녀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은 말도 못 하게 큰 나라임. 쓰촨성만 돌아도, 동티베트부터 청두까지 웬만한 나라보다 더 다양한 풍경과 문화를 맛볼 수 있음. 중국이란 나라 자체는 비호감일 수 있지만, 아예 중국에 대한 호기심을 접는 건 여행자 시점으로 본다면 엄청난 손해임.


14. 싫다는 사람 존중함. 나에겐 하나의 우주임 -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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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입이 안 다물어짐. 비위생과 사기꾼의 천국. 하지만 인도는 그것만 있는 나라가 아님. 그런 것도 있는 나라임. 대표적으로 히말라야를 품고 있음. 만년설의 청정한 고원지대도 엄연히 인도임. 그러니 인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지극히 일부임을 알아야 함.


15. 인생 여행, 인생 풍경 -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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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엔 훈자가 있음. 훈자 역시 히말라야의 일부임. 7천 미터 이상의 산들은 히말라야에서도 가장 많이 있는 곳임. 지구의 숨은 천국임. 훈자에 가본 사람은 적어도 인생 억울할 일은 없음. 지금도 꿈에 밟히는 시각적 충격임. 진짜 최고!


16. 짜릿짜릿, 재밌고, 맛있는 - 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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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여행 우량주. 건축물이면 건축물, 음식이면 음식, 사람이면 사람. 빠지는 게 없음. 볼 게 많은 나라지만, 숙소는 좀 부족한 편(15년 전이라 지금 상황은 나아졌을 수도).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나라. 한국에서 돈 벌어와서 건물주 된 사람도 많음. 하루에 최소 한 명씩 한국말로 말을 검.


17. 위대한 자연이 여기에 - 키르기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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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마니아라면 키르기스스탄은 절대로 놓쳐선 안 됨. 죽을 뻔 하긴 했지만, 지금도 비현실적 풍경에 가끔씩 멍해짐. 카라콜 트레킹 강력 추천. 이 세상 아름다움이 아님. 단 숙련된 가이드와 동행하기를 권함. 자연 풍경으로는 끝판왕급인 나라임.


18. 이곳에 가 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 북한과 맞짱 뜰 정도의 독재 국가 - 투르크메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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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못지않은 독재 국가. 자유로운 여행은 애초에 불가능. 경유해서 다른 나라로 넘어갈 거면 4일 비자를 받을 수 있음. 이것도 우즈베키스탄에서 일주일 기다려서 겨우겨우 받음. 대단히 인위적인 건축물들이 있는 독특한 나라. 의외로 꽤 잘 사는 나라. 이상한 꿈을 꾼듯한 기묘한 나라.


19. 상당히 우월하고 화려한 나라 - 아제르바이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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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에 세 나라가 있는데, 그중 가장 부유한 나라. 제2의 두바이라고도 불리는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는 흑해를 낀 어엿하고 세련된 도시. 음식도 맛있고, 물가도 꽤 저렴한 편. 유럽 느낌의 저렴한 여행을 짧게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의외로 근사해서 깜짝 놀랄 수도.


20. 특급 여행 우량주 - 조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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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베기와 메스티아, 이 두 곳만으로도 게임 끝. 저렴한 스위스가 별명. 조지아에겐 욕일 수도. 게다가 와인을 우리네 김치처럼 집집마다 담가서 먹음. 와인의 원조는 프랑스가 아니라 조지아임. 먹을 거, 볼 거, 물가, 날씨 등이 모두 환상. 대신 사람들은 조금 쌀쌀맞은 편.


21. 매력적인 사람들 - 아르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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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충분히 매력적이 조지아의 이웃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훨씬 더 친절하고, 과일도 조지아보다는 아르메니아가 맛있었음. 아르메니아 와인도 조지아 와인에 뒤지지 않음. 조지아에선 자연을, 아르메니아에선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음. 수도 예레반의 분수 공연이, 십만 원 주고 본 뉴욕 알라딘 뮤지컬보다 감동적이었음. 공짜여서 그럴 수도.


22. 나에겐 상처뿐인 -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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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페르시아임. 굳이 당연한 말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란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볼 게 많고, 문화적으로 가진 게 많은 나라인지를 강조하고 싶어서임. 하지만 너무 구박덩어리로 지내다 보니, 앙심을 품게 됨. 다른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친절했다고 하니 더더욱 서운함. 하지만 나와 같이 느꼈던 한국인도 다수 만남. 미국의 경제 제재로 너무나도 힘든 형편임.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충분히 이해함.


23. 쌀쌀맞은데 궁금해 -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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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공항에서 잠시 연결 편을 기다린 게 전부. 공항인데도 영어를 찾기 힘들어서 당황. 공항 경찰인지 군인인지는 뭘 물어도 그냥 쌩깜. 대체로 무뚝뚝한데도, 이상하게 궁금함. 러시아는 언젠가 제대로 파보고 싶은 나라임. 어떤 나라는 불친절해서 정 떨어지고, 어떤 나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싶음. 인간은 이렇게나 불공평함.


24. 지금은 갈 수 없는 인생 여행지 -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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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나라. 5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다마스쿠스, 여행자들을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카톨릭 수도원 마르무사, 유쾌하고 친절한 해변 도시 라타키아.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전율을 모두 느꼈던 곳. 어떻게 그렇게까지 완벽할 수 있었을까? 그런 순간들의 나날이었음.


25. 짧게 머물렀지만, 충분히 아름다웠던 - 요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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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 봐야 하는 페트라는 가보지도 못함. 수도 암만에만 잠시 머물렀음.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최소 삼천 년 이상 된 도시 암만은 시간의 기록이 켜켜이 쌓인 도시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음.


26. 여행 최강국, 없는 게 없다 -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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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백화점 같은 나라. 여행 자원만 따진다면 터키는 세게 최강국. 카파도키아에 가면, 달나라 풍경을 볼 수 있음. 이스탄불은 개인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 가장 맛있는 음식, 어마어마한 자연 풍경, 그리고 말도 안 되게 저렴해진 물가(터키 리라 대폭락). 코로나가 해결되면, 무조건 터키로 달려가시길 추천.


27. 제2의 고향,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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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넘게 태국에 머물고 있음. 이 정도 지냈으면 싫증 날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음. 요즘엔 카페들을 파는 중인데 말도 못 하게 놀라움. 말도 못 하게 거대함. 태국은 잠깐씩 머물러도 좋지만, 오래 머물면 울컥할 만큼 좋아짐. 그래서 사실 입 꾹 닫고 나만 좋아하고 싶음. 따뜻하고, 세련되고, 밝고, 행복한 사람들 천지임. 그런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는 민주 국가 태국을 바라고 또 바람.


PS 매일 글을 씁니다. 행복의 기운을 나누고 싶어요. 저부터 행복해져야겠죠? 유한한 삶이어서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왜냐면 가진 게 분명하니, 누릴 것도 분명한 거 아니겠어요? 우리의 시간은 우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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