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은 진짜 좋은 거라는 생각
씨알도 안 먹히는 말들이 있죠. 특히 절제에 관한 말들은 젊을 땐 전혀 와 닿지 않아요. 인생 짧은데, 뭘 그렇게 참고 사나? 내일 교통사고로 죽으면, 그것처럼 억울한 삶이 또 있을까? 저로 말씀드리자면 구제역, 조류독감, 쓰레기 만두 사건 등이 뉴스를 도배할 때 일부러 더 돼지고기, 닭고기, 만두를 먹었어요. 손님이 뚝 끊긴 식당이라 대접도 좋아지고, 왠지 양도 더 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뉴스에 벌벌 떠는 사람들을 코웃음 쳤어요. 나는 맛난 거 먹고 빨리 죽을 테니, 조심조심 벌벌 떨며 오래들 사쇼. 정말이지 저는 왜 이리 용감하고, 지혜로운 걸까요? 제 자신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일본 전설의 관상가 '미즈노 남보쿠'에 대해선 어제 처음 알았어요. 유튜브로 미즈노 남보쿠의 일대기와 책을 소개하더군요. 난봉꾼으로 살다가 교도소까지 갔던 사람이에요. 죄수들의 얼굴들을 찬찬히 보니, 평범한 사람들과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게 돼요. 출소하고 당시 유명한 관상가를 찾아가요.
-1년 안에 칼부림으로 비명횡사할 상이네.
남보쿠는 충격을 받고 말아요. 출가를 결심하는데, 절에서 받아주지를 않아요. 1년간 콩과 보리만 먹으면 그땐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스님은 조건을 걸어요. 1년간 콩과 보리만 먹고는, 절로 가기 전에 예전 관상가를 찾아가요. 관상가는 깜짝 놀라요. 관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예요. 절로 들어가려는 마음을 바꿔 3년은 이발사로, 3년은 목욕탕 세신사로, 3년은 화장터에서 일하면서 사람의 두상, 몸, 뼈를 읽는 안목을 키워요.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렇게 추남이었다고 해요. 작은 입, 툭 튀어나온 광대뼈, 무섭게 들어간 눈, 낮은 코 등 복 달아날 상 자체였대요. 그는 운명을 바꾸는 핵심이 절식이라고 해요. 정량의 80%로 3년을 먹으면 운명이 바뀐다고 주장하죠. 복 없는 얼굴을, 먹는 걸로 바꾼 거죠. 그는 말년에 어마어마한 부까지 거머쥐어요.
관상학자인데 소식을 강조해요. 신선하더라고요. 1834년에 죽은 사람인데, 참 미래 지향적인 생각 아닌가요? 제가 삼십 대였다면 이 내용이 전혀 와 닿지 않았을 거예요.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위대한 사상가도 많으니까요. 자신을 들들 볶아가면서 깨달으면 뭐 하냐고요? 지금의 저는 무척이나 솔깃해요. 미국 사람들이 참 많이 먹잖아요. 미국에서 본 대식가들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더군요. 엄청난 거구인데, 늘 먹는 거에 쫓기는 듯 조급해 보였어요. 저는 공포가 있어요. 살이 빠지는 공포요. 말랐다는 소리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요. 그래서 배가 불러도 억지로 더 밀어 넣었어요. 탈이 나기를 반복해도, 어쩔 수가 없어요. 안 먹으면 더 마를 테니까요. 비쩍 곯아서, 해골 같아질 테니까요. 그렇게 늘 저의 소화기관을 괴롭혔어요. 소화불량을 달고 살았죠.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진정한 자유는 없어요. 말장난 같지만, 그게 핵심인 걸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가요? 내 몸과 마음의 진정한 쉼이 중요하죠. 내장이 쉴 수 있어야 해요. 허기의 80프로만 채우는 삶을 살아볼까 봐요. 설령 더 마르더라도요. 배 부른 상태의 피로함과 거북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저에겐 큰 도전이 되겠죠. 저에겐 반가운 깨달음이라서, 여러분과도 공유해요. 양껏 먹는 건 자유가 아니라, 어쩌면 구속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누군가에겐 필요한, 반가운, 재미난 글을 제가 쓰기를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자주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