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아름댜운 곳이 있을까요? 대신 치안 좀 안 좋아요
저는 아프리카를 아직 못 가봤어요. 호주, 뉴질랜드도요. 가본 대륙 중에서 여행의 재미만 놓고 본다면 단연 남미예요. 이보다 더 짜릿할 수 없고, 이보다 더 신날 수가 없어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보길 잘 했다니까요. 북미는 또 얼마나 잘 생기고, 거대한가요? 그쪽은 약속이나 한듯이 다 우렁찹니다. 밑도 끝도 없이 웅장해요(요약본처럼 음, 슴체로 쓰겠습니다).
1. 순박하고, 깨끗하고, 큰 형님 같은 듬직함까지 - 캐나다
밴쿠버 집들은 모두 인테리어 잡지 출신처럼 생김. 정원을 참 예쁘게 가꿔놓음. 캘거리에서 발코니에 나와서 차 마시고, 책 읽고 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음. 발코니를 거실로 활용하는 느낌? 막 괴롭히고 싶을 정도로 착해 빠진 사람들이란 인상. 의외로 미국과 비슷하다는 느낌보다는, 다르다는 느낌을 더 받음.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네. 쾌적하고, 부유하다는 느낌. 밴프 국립 공원은 참으로 잘 생긴 국립 공원. 루이스 호수에 있는 비싸다는 호텔에서 꼭 한 번 묵어 보고 싶음. 하지만 매우 심심한 나라일 수도.
2. 풍요로우면서 빈곤하고, 다양함까지 갖춘 천조국 -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스턴만 가 봤으니, 미국의 발톱 정도만 봤다고 생각. 그런데도 거대하고, 풍요로운 나라라는 건 알겠음. 길바닥에서 자는 집 없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미국은 빈곤한 나라인가? 마음이 복잡해짐. 의외로 철봉 찾기가 힘들었음. 공원 철봉 빈곤국.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했음. 미국 한식이 전 세계 한식 중에 제일 맛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음. 뉴욕에선 5분마다 구급차 소리가 들림. 끊임없이 다치고, 죽는 도시가 아닐까라는 생각.
3. 너무나 가진 게 많은 나라, 멕시코
미국에 그렇게 많은 땅(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을 뺏겼는데도 가진 게 많아도 너무나 많은 나라. 아즈텍 문명, 마야 문명의 찬란한 흔적. 밀림 속에 우뚝 솟은 피라미드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식민 도시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월등한 해변들, 게다가 기가 막힌 멕시코 음식까지. 중남미에서 가장 그리운 나라가 됐음(멕시코가 지정학적으로는 북미임, 아 몰랑). 멕시코는 보물 같은 나라임. 두 번, 세 번 가야 함.
4. 멕시코와 비슷하면서, 또 다른 아름다움 - 과테말라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하지만 더 가난한 나라 과테말라.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 시티는 그 어떤 도시보다도 치안이 불안했음. 하지만 날씨와 자연이 말도 못 하게 아름다움. 아띠뜰란 호수, 세묵 참페이 계곡, 티칼의 피라미드는 압도적임. 아띠뜰란 호수는 장기 체류하면서 스페인어 배우기 최고임. 아띠뜰란 호수는 영혼이 깨끗해지는 영혼 세탁소 같은 곳임. 최근에 심심해서 주변 호텔 가격을 검색해 봤는데 왜 이리 비싸짐? 웬만한 오성급 호텔 뺨 후려 갈기는 호텔들이 호수 주변에 엄청 생겼나 봄.
5. 부티가 철철, 살고 싶은 나라 - 코스타리카
이름도 낯선데, 뭐가 이렇게 멀쩡함? 미국인들의 은퇴지로 인기라더니, 미국 느낌이 확실히 있음. 부유하고, 화려함. 완벽한 백인 국가 느낌. 물가는 웬만한 선진국 뺨 후려갈김. 김치찌개 하나에 만이천 원 정도. 중남미 특유의 치안 불안이 덜함. 평균 수명도 80세가 넘고, 행복 지수도 높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듦. 물가가 비싸서 정이 좀 떨어지기는 함.
6. 역시 부티가 철철, 세련된 휴양지 느낌 - 파나마
즐겨 보던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 스코필드와 그 일당들은 파나마로 도주함. 감옥에서 썩다가 파나마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낌이 어땠을까? 그 느낌은 전율 그 자체였을 것임. 파나마는 막연한 환상이 실제로 구현된 듯한 느낌이 있음.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럴 때 떠올리는 야자수 너울너울, 궁극의 휴양지 느낌이 가득함. 이렇게 좋은 나라를 왜 사람들이 안 올까 싶을 정도로 아주 근사한 나라. 대신 물가는 비쌈.
7. 남미 하면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공격적으로 친절한 사람, 불현듯 찾아오는 행복감. 남미 여행에서 기대하는 전형적인 매력은 콜롬비아에 다 있음. 남미 어디나 다 미친 듯이 놀기는 하는데, 콜롬비아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임. 특히 바닷가 사람들. 커피 재배지 살렌토는 소소하고 웅장함. 이 두 느낌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는 가서 보면 알게 됨. 매일매일이 재밌음. 한국 사람 참 좋아라 함. 커피는 맛있고, 가야 할 곳은 너무너무 많음.
8. 지금은 가면 안 되는 나라지만, 경이로다움 - 베네수엘라
자연 풍경만 따지면 이보다 더 신비로운 나라가 있을까 싶음. 비현실적인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음. 쥐라기 공원을 괜히 여기까지 와서 찍은 게 아님. 세계에서 제일 높은 폭포, 뭐 저리 생겼나 싶은 테이블 마운틴, 빨간색 폭포, 파란색 폭포. 아주 난리도 아님. 제발 좀 안정적인 나라가 되어 주길. 먹고살기 힘들어서 다들 콜롬비아로 넘어가 마약 팔고 있다던데 마음이 참 안 좋음. 그 전에는 콜롬비아 사람들이 베네수엘라로 넘어가더니.
9. 유쾌한 대륙 스케일 - 브라질
브라질 사람들 진짜 매력적임. 잘 웃고, 잘 받아줌. 대신 잘 훔치고, 잘 죽임. 극단적이기는 한데, 운이 좋았는지 나한테는 피해가 없었음. 다양한 인종들이 사는데, 인종끼리 잘 어울린다는 느낌. 일본인, 한국인 2세들을 만났는데 모두 자신은 자랑스러운 브라질 사람이라고 함. 설움 많이 받았으면, 그렇게 브라질을 사랑했을까 싶음. 남미에서도 땅 덩어리가 가장 큰 나라임. 볼 거 많은 거야 말 하기 입 아프고, 사람들마저 서글서글 매력 백 점임. 대도시에서는 대신 좀 조심하시길. 후배는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차로 납치당해서 안대 차고 창고로 끌려감. 지갑 빼앗기고, 고속도로에 버려짐. 영화 찍었음.
10. 남미에서 딱 한 나라만 가야 한다면 - 무조건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진짜 미친 나라임.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대단할 수가 없음. 아르헨티나는 내 취향 아님.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그 사람 잘못임. 모든 취향을 존중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예외임. 음식이면 음식, 날씨면 날씨, 도시의 아름다움부터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게다가 탱고, 게다가 체 게바라. 아르헨티나의 작은 마을 산 마르틴 로스 안데스는 고요하고, 깨끗하고, 사랑스럽기로 끝판왕급임. 여기서 1년 살면 암도 나을 듯.
11. 마추픽추만 있는 게 아님 - 보석 같은 페루
마추픽추만으로도 설명 필요 없지만, 페루는 그것만 있는 나라가 아님. 세비체의 나라임. 세비체는 해산물 샐러드라고 생각하면 됨. 새콤한 해산물 샐러드. 딱 세 번만 먹으면, 인생 음식이 됨. 사막 이카에서 버기카 타면, 놀이 공원 롤러코스터가 참으로 시시해짐. 마추픽추를 보려면 쿠스코에 머물러야 하는데, 쿠스코가 또 그렇게 예쁨. 페루 사람들도 한국 사람 참 좋아라 함. 페루는 눈 돌아가는 풍경이 널린 나라임.
12. 소금 사막만 있는 게 아님 - 어메이징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이 단연 최고지만, 볼리비아는 가진 게 많은 나라임. 게다가 물가도 저렴해서, 오래오래 머물기에 딱 좋은 나라임. 수크레가 그렇게 좋았음. 다른 볼리비아에선 느낄 수 없는 여유와 깨끗함, 고급짐이 있는 도시였음. 그런데도 안 비쌈. 중남미에서 가성비 최고의 도시가 아닐까 싶음. 돈 아끼며 거지처럼 살았던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푼돈으로 귀족처럼 지낼 수 있음. 장기 체류하는 여행자들이 무지무지 많음.
13. 남미 최고 선진국 - 칠레
다른 남미에선 느낄 수 없는 선진국 스멜이 있음. 사람들도 차분하고, 길도 깨끗함. 물가도 비싼 편이지만,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듦. 워낙 길쭉한 나라니까 별의별 자연 풍경을 다 볼 수 있음. 그래도 최고는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임. 트레킹 초보였던 나는 여기서 펑펑 울고 맘. 지금이야 당연히 울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구 열 손가락 안에는 충분히 드는 풍경임. 인간은 진짜 아무것도 아님을, 이 위대한 대자연 앞에서 깨닫고 와야 함.
14.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가 다 있었어? - 에콰도르
남미는 다 예쁘냐? 이렇게 따져도 어쩔 수 없음. 에콰도르 역시 이 세상 아름다움이 아님. 일명 악마의 코라 불리는 산이 있음. 그 산을 보기 위해 기차를 탐. 원래는 열차 지붕 탑승이 가능했는데, 이스라엘 친구가 추락,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함. 지금은 열차 안에서만 관람이 가능. 이걸 꼭, 꼭 타야 함. 미리 예매 안 하면 탑승 불가. 경쟁률 치열. 신이 내린 풍경이란 이런 것임을 알게 됨.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기다려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휴식 같은 글이기를 바랍니다. 꽉 막힌 일상의 작은 숨통이면 족합니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