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나라에도 여행의 매력은 있지 않을까요?
누가 저에게 인도를 가도 될까요? 묻는다면 말문이 막힐 거예요. 질문을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요. 손으로 밥과 커리 쓱쓱 비벼 먹는 비위 천재일 수도 있고, 무공해 유기농 위장이라 시각적으로만 불결해도 복통과 설사로 괴로워하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요. 인도에서 만난 한국 여행자들은 극과 극으로 나뉘어요. 피골이 상접해서 집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사람과, 인생 여행지라며 찬양하는 사람으로요. 저는 딱 중간이었어요. 지긋지긋해하는 사람도 이해가 가고, 열광하는 사람도 이제는 이해가 가요. 아름다운 나라예요. 색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고, 강렬한 나라죠. 인도 더러워요. 말해 뭐해요? 제가 여행했던 곳 중에 위생이 최악이었던 두 나라를 꼽는다면 인도와 미얀마였어요. 쓰레기가 폭발한 나라 같았어요. 어디나 쓰레기 산이 있어요. 거룩하게 쌓여서 다음 쓰레기를 기다리고 있죠. 까맣게 병든 개천은 쓰레기와 돼지들의 놀이터예요. 게다가 인도는 길에서도 똥을 눠요. 남자라면 자고로 어디서든 바지 까고 볼일을 볼 수 있어야죠. 사람 똥, 돼지 똥, 소똥이 골고루 흩어진 곳을 알아서 피해 다녀야 해요. 정이 딱 떨어지시죠? 즐겁자고 하는 여행인데, 이런 경험도 다 추억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안 가시면, 이런 막장 풍경 볼 일 없어요. 더러운 나라, 굳이 가지 마세요.
저는 여행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여행에 눈을 뜨고, 제 삶은 180도 바뀌었죠. 여행을 업으로 삼지 않았다면, 배타적인 사람이 됐을 거예요. 우리나라가 무조건 최고, 다른 나라는 별로. 이렇게 흑백논리로 무장하고, 여행은 허세꾼들의 사치일 뿐. 이렇게 비웃었을 거예요. 여행 안 가는 사람들이 세상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고, 한국이 최고라는 국뽕 영상에 매일 뭉클했을 거예요. 시야가 좁은 사람이 되는 거죠. 여행은 안 좋은 곳에서조차 좋은 배움이 가능해요. 다양한 사람과, 뜻밖의 상황은 시야를 트이게 하고, 영적 성장을 돕죠. 인도를 함부로 기자 말라고 해도 되는 걸까? 주저하게 돼요.
더러운 나라도, 다 더럽지 않아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곳, 쉴 곳은 어디나 있어요. 너무 극단적인 지옥을 연상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리고 '더러움 견디기 능력'도 금세 향상돼요. 인간이 나약하다는 건, 모든 걸 잘 받아들인다는 뜻도 돼요. 끝까지 헛구역질하고, 못 견뎌하는 사람보다는 대충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고요. 같은 가격으로 한국에서는 꿈도 못 꾸는 오성급 호텔에서 왕족 놀이도 할 수 있어요. 흔히 여행을 독서와 많이 비교해요. 개인적으로는 독서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을 여행에서 얻었어요. 여행은 그냥 여행지만 찍고 오는 게 아니에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여행이죠. 인도의 여행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일 걸요? 세상의 가치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 세속적인 삶이 전부라고 믿지 않는 사람, 삶과 죽음에 깊은 질문을 품은 사람, 상처에 몸부림치는 사람, 겁이 없는 사람들이 인도를 여행해요. 그런 귀한 사람들이 인도에 우글우글한데, 가지 말라고 해도 되나? 글쎄요, 참 어렵네요.
여행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깨어 있다는 거예요. 이 순간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고 있어요. 일상의 공간에선,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늘 반복되는 장소니까, 따로 분석하거나, 경계할 필요가 없죠. 굳이 뇌를 피곤하게 활용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예요. 깜짝 놀라며 벌써 한 달이 갔네. 1년이 갔네. 그렇게 살면 돼요. 낯선 장소의 불편함이라든지, 불쾌함을 내 인생에 절대로 끼얹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안전하게 살면, 떡 반죽처럼 뭉쳐진 시간 속에서 살게 돼요. 편하고, 안락한데 사실 그렇게 감사하지 않으면서요. 그래서 더러운 나라를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답을 내놓으라고요? 미쳤어요? 저는 비겁할 거예요. 예전의 저라면 더러운 나라는 절대 안 가겠지만, 지금의 저는 얼마든지 거요. 숙련된 더러움 적응 유단자라서요. 하하하.
1894년 조선을 방문했던 독일인 여행자 헤세 바르텍이 묘사한 서울은 이랬다네요.
-집들은 오물과 쓰레기를 그대로 버려 상당히 더러웠고, 7,8세의 아이들이 길에서 발가벗고 그냥 용변을 보는 일이 흔했다.
-여름철 집 안은 너무 덥고, 습하고, 해충도 많아서, 사람들은 모든 집안일을 길에서 처리하고, 밤이 되면 집 앞 땅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잔다.
-치우지 않은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고, 피해 갈 수 없는 더러운 녹생 웅덩이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비라도 오면 복사뼈까지 진창길에 빠지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음식 쓰레기, 사람의 똥은 보이자마자 개들의 차지가 된다.
-25만 명이나 거주하는 대도시 중에서, 5만여 채의 집 대부분이 흙집인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거리에 그대로 하수를 버려, 도랑이 되어 버린 도시가 또 있을까?
-서울은 산업도, 굴뚝도, 계단도, 유리창도 없는 도시, 극창과 커피숍, 찻집, 공원과 정원, 이발소도 없는 도시다.
-집에는 가구나 침대도 없으며, 대소변을 직접 거리에 내다 버린다.
-이보다 더 더럽고, 똥 천지인 도시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종교도, 사원도, 가로등도, 상수도도, 마차도, 보도도 없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을까?
-특이한 점은 오물 한가운데 살면서도, 흰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목욕을 하지 않고, 거주지는 묵은 때와 해충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