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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08. 2021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 언어는 다르게 읽힌다

같은 나라 말을 한다고, 이해한 거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이해가 가세요? 아내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 어머니가 항암 치료를 받다가 새벽에 숨을 거두셨다. 이런 글이나 사연에 ^^ 이런 웃음 표시를 다는 사람요. ㅋㅋ, ㅎㅎ를 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버릇이겠죠? 자기도 모르게 단 거겠죠? 아니면 내용도 제대로 안 읽어보고 단 댓글이거나요. 저도 그런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분이, 가장 듣기 힘든 말이 힘내요라고 썼어요. 거기에 제가 댓글로 힘내세요. 이렇게 달았다니까요. 끝까지 읽지 않고 댓글을 달면, 이런 비극이 발생해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죠. 각박해진 사회여서인지, 누가 자살을 해도 사람들 끄떡도 안 하더군요. 죽은 날 만큼은 애도를 해도 될 텐데, 죽음으로 도망간 비겁한 인간. 이러면서 단호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더군요. 겁이 많아서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심정이 상상도 안 돼서요. 일단은 가슴이 아프고, 무섭고, 연민이 생기고 그러지 않나요?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비슷하니까요. 사람 마음이 다 같지 않다는 걸, 댓글을 보면서 깨달아요. 각자의 눈엔, 각자의 현상만이 있을 뿐이죠.


 각자가 생각하는 노란색은 비슷하겠지. 과연 그럴까요? 전형적인 노란색은 누군가는 개나리꽃, 누군가는 은행잎, 누군가는 콩나물 대가리가 떠오를 거예요.  그 언저리 어디쯤에 저의 노란색도 있을 테고요. 각자는 자신의 노란색이 진짜라고 주장해요. 평균적인 국어 실력이 생각보다 많이, 아주 많이 부족한 사회예요. 저를 포함해서요. 예전에 과외를 하면서 받았던 충격 중 하나가, 아이들이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한다는 거였어요. 답을 골라야 하는데, 묻는 취지를 아예 모르더군요. 수학 문제는 풀 능력이 되는데, 질문 자체를 오해해서 틀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지금 친구들은 더 심각할 거라고 생각해요. 긴 문장을 읽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짤이나 영상으로 문장이 대체되는 시대니까요. 흐름이니까 막을 수야 없지만, 언어 능력 자체는 퇴보할 수밖에 없죠. 그러니 세상의 댓글들을 보면서, 이렇다, 저렇다. 해석을 하는 것도 보류해 봐야 해요. 그들의 해석에, 나의 해석이 보태지면 엄청난 오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카톡 읽씹 몇 시간까지 이해되세요?

-밥 값을 계산했는데, 찻값까지 제가 내게 놔두면 까인 거라고 봐도 되나요?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으면, 거르는 게 답이겠죠?


이런 질문들을 볼 때마다, 저는 좀 답답해요. 어떤 사람인지는 본인이 알아야 해요. 같은 행동을 했다고 해도, 상황 자체가 다르니까요. 그 행동을 한 사람들은, 같은 카테고리다. 여기에 엄청난 오류가 숨어 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을 두려워해요. 누군가의 조언을 종교처럼 받아들여요. 자신의 해석이 영 불안하거든요. 평소에 그런 걸 해본 적이 있어야 말이죠. 조금은 긴 문장을 읽는 버릇은, 정보 오류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예요. 요즘 학생들 웹툰 볼 때 스크롤 내리는 속도에 깜짝 놀랐어요. 말풍선을 제대로 읽기는 하는 걸까? 거의 그림만 보더군요. 미식가가 음식 맛만 보고 뱉는 장면이 연상되더라니까요. 그렇게 집중의 시간을 쓰지 않으면, 문장도, 사람도 어렵기만 해요. 영상과 짤방, 말줄임과 이모티콘으로 소통하는 게 버릇이 되면, 해석력은 무뎌질 수밖에 없어요. 글을 조금이라도 더 읽으시라고요. 긴 글에 반감부터 가지지 마시고요. 부족하지만 제 글을 매일 읽으셔도 좋고요. 하하하.


PS 매일 글을 씁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면,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고, 누군가의 평가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요. 부드러운 사람, 즉 유연한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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