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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10. 2021

여행 중에 한국 사람 만나는 게 그렇게 싫으세요?

여행 기분 내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요


-한국 사람 없는 곳 좀 추천해 주세요


이런 질문 하는 사람 정말 많더라고요. 한국 사람에게, 한국 사람 없는 곳을 물으시면 어쩌나요? 외국인에게 물어보셔야죠. 그 마음 왜 이해 못하겠어요? 여행 온 거니까요. 여행이 뭔가요? 다른 세상에서, 잠깐은 다른 사람처럼 살고 싶은 거죠? 누군가의 시선에서도 마음껏 자유로워져서요. 여기도 한국인, 저기도 한국인인 곳에 가면, 해외여행을 온 건지, 국내 여행을 온 건지. 비싼 돈 주고 비행기를 왜 탔나 자괴감 들 수 있죠. 그런데 어쩌나요? 한국 사람은 여행 많이 하기로도 세계 1등 먹을 기세예요. 개별 관광은 말할 것도 없고요. 단체 여행객도 어마어마하죠. 코로나만 끝나 보세요. 참았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면서, 지금보다 더, 더 많은 한국인들이 전 세계 구석구석을 접수할 거예요. 제가 대만에서 중국말보다, 한국말을 더 많이 들었다니까요. 대만과 그렇게 사이가 좋다는 일본도 상대가 안 돼요. 타이베이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시먼딩에는 한국 사람만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로 빼곡하고요. 웬만한 맛집도 그냥 한국 식당이에요. 한국말만 들려요. 한국 사람이 귀하면 서로 인사라도 하죠. 감흥 없어요. 여기도, 저기도 한국인뿐이니까요. 단체 여행 온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어울리기라 바쁜데, 개별 여행자들 표정이 진짜 안 좋아요. 아, 내가 이 꼴 보려고 여행 온 게 아닌데. 나는 한국인 아닌 척할 것임. 대놓고 인상 쓰는 사람이 제 눈에는 그렇게 또 많이 보이더군요. 


낯선 곳에서, 낯선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야 당연한 거죠. 하지만 그 욕구는 옆 테이블의 한국인이라고 없겠어요? 그 사람에게는 내가 또 민폐인 거예요.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으면, 골목 여행이나, 시내버스 여행을 하는 건 어떤가요? 그런 건 또 싫으시죠? 짧은 시간에 좋다는 건 다 보고 싶으시죠? 그러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한국인들과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어요. 한국인 피하는 팁을 조금 알려 드릴까요? 유명 관광지는 좀 서두르셔서, 오전에 끝마치세요. 낮에는 골목이나 시장 등 생활 밀착형 장소들을 탐험해 보시고요. 쇼핑이나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고요. 대학가 주변이 맛집도 많고, 생동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대학교 캠퍼스를 거니는 기분도 상큼하고요. 유명한 호텔도 그냥 들어가세요. 아무도 제지 안 하니까요. 호텔의 뜰이며, 로비며 화려하기 그지 없는 장식들을 천천히 둘러 보세요. 야시장도 조금 일찍 가시거나 아예 늦게 가는 걸 추천해요. 단체 여행객은 너무 늦기 전에 숙소로 복귀하니까요. 아무 시내버스나 타고 묻지마 여행 한 번 해보시는 건 어때요? 겁나시다고요? 구글맵만 있으면 절대 길 잃을 일 없어요. 휴대폰 데이터는 충분하시죠? 구글맵 어플은 일단 까셔야죠.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역에서 내리세요. 어느 정도 상권이 형성되어 있을 거예요. 주변을 탐색해 보세요. 구글맵으로요. 구글맵은 신이 내린 선물이에요. 주변의 카페, 맛집, 관광명소가 우르르 떠요. 후기 괜찮은 곳을 찾아가는 거예요. 여행자가 드문 곳은, 현지인들의 따뜻한 시선이 있어요. 날것 그대로의 분위기가, 이게 여행이지 싶은 감동을 줄 거예요. 현지인들만 있는 카페에서 책도 읽으시고, 맛집이라면 대표 메뉴도 시켜 드셔 보시고요. 


조금 비싼 곳도 한국 사람이 덜 붐벼요. 한국 사람은 가성비를 추구하기 때문이죠. 비싼 곳은, 압도적으로 한국인만 있지는 않아요. 하루는 근사한 호텔에서 식사도 하시고, 하루는 유명한 호텔 루프탑에서 칵테일도 한 잔 하시고요. 그런 곳도 한국인이 아예 없을 수는 없죠. 하지만 절대다수는 외국인이에요. 마음 편히 여행 기분 내세요. 누구나 가는 곳은 다 가고 싶고, 하지만 한국인은 싫고. 에이, 그건 상도덕에 어긋나죠. 자유롭고 싶으면, 진짜 자유로워지세요. 남들 좋다고, 나한테도 좋다는 보장 없으니까요. 세상의 평가에 휘둘리지 마세요. 평소엔 안 그런 사람도, 여행만 오면 돌변하더라고요.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올 곳이라는 두려움 때문인가 봐요. 그렇게 두렵다면 남들 가는 곳 가시면 돼요. 비슷한 두려움으로 그곳에 와 있는 한국인에게 따뜻하게 웃어 주시면서요. 우리는 비슷하게 약하고, 비슷하게 세속적이어서 이곳에서 만났군요. 반갑습니다. 좋은 여행 하세요. 연대감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행운을 빌어 주세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매일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어제의 나를 모른 척하고 싶어요. 내일의 나도 모르는 사람이고요. 오늘 태어난 신생아처럼 모든 사물을 새롭게 보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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