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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20. 2021

안정적인 삶은 뭘까? 존재는 하는 걸까?

인생의 목표가 안정인 삶에 대하여

떠돌며(혹은 여행하며) 글을 쓴다고, 자유로운 영혼이라고들 해요. 나는 과연 자유로운 영혼인가? 객관적으로 보면 부적응자예요. 누구보다 안정을 꿈꿨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1년간 잡지사 일을 하면서, 월급쟁이로는 못 살겠구나. 월급만 좋고, 회사 생활은 못 하겠더라고요.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끈기라든지, 적응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사람이었던 거죠. 책임질 가족이 있거나, 어떻게는 버텨 보겠다. 근성이라도 있었다면, 저도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어떻게든 장만했을 거예요. 그럴 깜냥 자체가 안 되는 인간이었던 거죠.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에요. 남들 삶이라고 얼마나 다르겠어요?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니, 평균적인 한국인이 되고 싶었죠. 손바닥 크기의 원형탈모로 몇 년간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나는 안 되겠구나. 적응을 꿈꾸다가는 골로 가겠다. 평균이 못 되니까, 평균의 꿈을 접자. 열등해서 어쩔 수 없이 떠돌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글을 쓴 거고요. 애초부터 자유로운 영혼은 아니었던 거죠.


안정적인 삶에서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건 경제적인 자립일 거예요. 꼭 부유하지는 않더라고요. 주위에 부자인 친구들은 다 행복한가? 그런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 있죠. IB라고 아시나요? 투자은행 업무를 보는 직업이에요. 골드만삭스, 맥쿼리  같은 이름 들어 보셨을 거예요. 세계적인 투자 은행이죠. 연봉이 기본 억대예요. 무슨 일을 하냐면 자금이 필요한 곳과 자금을 써야 하는 곳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해요. 규모가 조 단위까지 가니까요. 그걸 연결해주려면 학맥, 인맥은 필수죠. 규모가 남다른 영업일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전지현 남편이나 구강암으로 사망한 차인표 동생도 IB 쪽 일을 했어요. 가까운 후배도 이쪽 일을 하는데, 술자리가 많아요.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큰 오더가 떨어지면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해요. 근무시간도 들쑥날쑥이죠. 출장 스케줄도 살인적이더라고요. 일주일에 다섯 나라. 이런 식으로요. 능력 없으면 해고하는 거야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이기는 한데, IB 쪽은 별다른 예고 없이 통지가 날아와요. 워라벨 아시죠? 일과 삶의 균형이요. 선진국일수록 워라벨 확실하게 누릴 것 같나요? 미국 골드만 삭스 1년 차 직원의 평균 근무 시간이 주당 98시간(한국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노동 시간은 52시간)이래요. 놀랍지 않나요? 아침에 출근해서, 다음날 퇴근하는 게 대수롭지 않은 직업인 거죠. 돈은 확실히 벌지만, 돈만 확실히 버는 느낌? 일로 바쁘기만 한 게 아니라요. 몇백 억 소송의 당사자가 될 각오까지 해야 해요. 피가 말리는 일인 거죠. 저 같은 사람은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 합격해도, 절대로, 절대로 버틸 수 있는 일이 아닌 거죠. 여담이기는 한데, 차인표 동생이 그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인격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였대요.


안정적이고, 크게 마음고생하지 않는 공무원이 인기인 거잖아요. 그것도 어떤 업무냐에 따라 다른 거죠. 제가 소방공무원을 만나서 깜짝 놀랐어요.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돌연사를 그렇게 많이 한대요. 낮과 밤이 바뀐 삶이잖아요. 게다가 충격적인 사건도 많이 접하고요. 손상된 시신을 보는 건 기본이고요. 또 어떤 직업이 있을까요? 의사, 그래요. 의사가 대한민국에서 최고죠. 수능 입결을 보세요. 예전엔 서울대가 전국 앞 등수 다 쓸고 가잖아요. 요즘엔 의대죠. 전국의 의대가 상위권을 쓸어가고, 그다음이 서울대 공대, 카이스트, 연고대 이런 식이죠. 정신과 의사가 자살률 1위 직업이라는 건 알고 계시나요? 정신과에만 국한된 건 아니더라고요. 미국의 경우 일반 직업군에 비해 의사들의 자살률이 거의 두 배더군요.


겁 주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추구하는 안정이라는 게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직업이나 돈이라는 조건이 충족된다고 저절로 따라오는 가치는 아니라는 거죠. 그래도 못 사는 것보다는 잘 사는 게 낫지 않나? 저도 동의해요.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 없이 인간다운 삶은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배고파서 자살하는 경우보다는, 빚에 쪼들려서, 치욕적인 일을 당해서, 투자에 실패해서, 직장이나, 학교에서 사람들이 괴롭혀서 자살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 않나요?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싶어서, 기죽고 싶지 않아서, 내 소중한 아이는 최고로 키우고 싶어서 돈을 벌지 않나요? 사고 싶은 거 마음껏 사고, 여행할 거 마음껏 다니고 싶어서 돈을 버는 거 아닌가요? 배가 너무 고파서 돈을 버는 사람 보다는요.


같은 조건에서도 더 잘 적응하는 사람, 여유로 무장한 사람들이 있어요. 답은 어쩌면 그런 사람들에게서 찾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죠. 왜 저 사람들은 더 밝을까? 더 강할까? 같은 조건이면, 모두가 같은 심정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죠. 안정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죠. 완벽한 안정은 있을 수 없어요. 예측할 수 없는 무수한 일들이 일어날 텐데 무슨 수로요? 돈, 건강, 인간관계, 자연재해의 변수 앞에서 어떻게 끄떡없는 상황만 바라냐고요? 그런 안정은 애초에 없다. 그걸 받아들이는 게 답이 아닐까요? 진정한 안정은, 안정이 없다는 걸 받아들일 때 찾아오는 거 아닐까 싶어요. 모순 같지만, 그게 답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보잘것없는 생각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아주 작은 계기가 되고 싶습니다. 작은 시작이면 족합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고 싶고,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요. 함께라면 그 방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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