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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21. 2021

우리의 취향은 거짓이나 학습은 아닐까?

좋다와 싫다는 어떻게 나뉘는 걸까?


오늘 BTS 신곡 Butter가 나왔더라고요. 그냥 들어줄만하다 정도? 지난번 노래 다이너마이트도 그랬어요. 나쁘지 않네.  그런데 듣다 보니 처음보다는 훨씬 좋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들의  반응도 취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유튜브에서 리액션 영상을 봐요. 리액션 영상이라는 건, 신곡이나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소감을 담은 영상을 말해요. 입을 벌리고, 감동 충만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을 봐요. 대부분 외국인들이죠. 이 노래는 기적이야. 이 노래는 축복이고, 은혜야. 신앙 고백이 따로 없죠. 그 정도인가? 그제야 다시 듣기를 해요. 그들이 놀랐던 지점을 신경 써 가며 들어요. 아, 괜찮네. 정말 그렇네. 중독성이 있네. 저도 어느 순간 빠져 들어요. 요즘 노래들이 그래요. 처음에 들어서는 몰라요. 멜로디보다는 비트가 더 중요한 시대라서요. 그 비트라는 게 들을수록 우러나오는 숭늉 같더라고요. 멜로디에 숨어서 쿵짝쿵짝 심장 박동이나 혈류를 자극하죠. 약간은 방심한 상태에서 그런 부분이 무의식으로 침투해요. 안 들으면 허전하고, 다시 들으면 반가운 상태가 되는 거죠. 오히려 처음엔 좀 실망스러운 노래들이 중독성 측면에선 훨씬 유리해요. 기대도 안 한 상태에서 스며들게 되는 거죠. 여기서 포인트는 


남들이 좋아하면 나도 좋아지더라


예요. 나만 싫다고 하면 좀 쓸쓸해져요. 뒤떨어진 것도 같고요. 가성비의 삶을 살아야죠. 남들이 좋다는데, 나만 이렇게 무덤덤해서야 되겠어요? 좋은 걸, 좋은 줄 모르고 사는 건데요. 유행을 보세요. 노스 페이스 패딩이 누구나 다 예뻐서 인기인가요? 나만 안 입으면 소외되는 느낌이 싫어서 중고등학생 유니폼이 된 거죠. 대부분의 유행이 그래요. 안 이뻐 보이는 내가 이상한가? 이런 두려움이 작용하죠. 스키니 바지도, 투블럭 바가지 머리도, 어글리 슈즈도, 레깅스 등산복도 거부감으로 시작해요. 저게 예뻐? 흉측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요. 자주 보니 거부감이 사라져요. 가끔은 예쁜 것도 같아요. 일단 내가 안 예쁘다. 보기 싫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시대를 좇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요. 싫다는 말은 안으로 삼켜요. 굳이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싫다는 내색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거부감이 덜해졌다 싶을 때, 훅 들어와요. 괜찮네. 아니, 예쁜 것도 같네. 저 사람에겐 정말 잘 어울리네. 그렇게 서서히 취향이 조정돼요. 


취향은 뭘까요? 대세를 따라가는 걸까요? 아니면 대세와 개인의 취향이 적절히 섞인 걸까요? 개인의 취향이라는 건 있기나 할까요? 저는 앞으로도 스키니진이나 래시가드를 일부러 살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보기 싫다에서, 보기 괜찮네 정도로 바뀌었어요. 분홍색은 딱히 좋아한 적 없는데, 개그 코드처럼 남자는 분홍이지. 이런 이후로 분홍색이 좋아졌어요. 어릴 때 안 먹던 가지, 호박, 당근, 오이, 나물은 지금은 없어서 못 먹고요. 헛구역질이 났던 고수나 두리안도 지금은 입에 들어가기 바빠요. 그냥 쓴 물이라고 생각했던 아메리카노는 근사한 향이 나는 복합적이고 신비로운 검은 액체로 격상됐고요. 꼬랑내 나는 은행이나 청국장도 그 향이 전혀 거슬리지가 않아요. 평양냉면은 맛있는 곳은 맛있고, 아닌 곳은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대표적인 곳이 충무로 필동면옥인데요. 사실 전 좀 충격이었거든요. 맹물에 가까운 조미료 물 같았어요. 여러 번 먹으면 또 달라진다면서요? 두 번 먹었으니까, 여덟 번 더 먹으면 필동면옥 냉면도 맛있어지겠죠. 


이런 취향의 변화를 겪으면서, 취향이라는 건 뭘까? 궁금해요. 영원불멸의 취향이라는 것도 있을까? 결국 저도 스키니바지를 입는 날이 올까요? 바가지 머리를 하는 날도요? 그런 날이 안 올 것 같지만, 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게 찾아온 변화를 누려야죠.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세상이라는 복합적인 관계에서 독자적인 취향은 없다는 거예요. 가족, 종교, 학교, 나라, 나이, 성별 등 내가 속한 그룹이 있고, 그들의 전반적인 의견이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죠. 내년이면 쉰 살이 돼요. 한국인의 평균적인 취향을 따라간다면, 꽃이 만발하면 클로즈업 사진을 찍을 테고요. 등산 후의 파전과 막걸리를 숭배하겠죠. 과감한 형광색의 등산복을 고를 테고요. 대세를 따르지 않는 소수파 취향에 자부심을 더러 느끼면서, 천천히 비슷해지는 전형적인 패턴을 따라가지 않을까 싶어요. BTS의 신곡 Butter나 한 번 더 들어보려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몸이 아프고, 기분이 안 좋으면 글도 가라앉더라고요. 늘 밝은 에너지로 살려고 노력해요. 어렵지만 우울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쉬울까요? 이왕이면요. 눈 감는 날까지 철없이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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