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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Jun 13. 2021

미래가 보이지 않는 흙수저 청춘들에게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내 것이 될 수 있다. 확신이 없는 건 아닐까요

저도 흙수저 중에 흙수저예요.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않았어요. 육성회비가 밀려서 교실에서 쫓겨나거나, 도시락도 못 사 오던 친구들도 있었으니까요. 내 방은 고등학교 때 처음 가져봤고요. 침대는 나이 서른 넘어서 써본 것 같네요. 어릴 때 꿈이 뭐였냐면 회사원이었어요. 주변에 아무도 회사원이 없었거든요. 서류 가방 같은 걸 꼭 들고 출퇴근을 해야 해요. 넥타이에 정장은 기본이죠. 아버지가 회사원인 집을 그렇게 부러워했어요. 사무실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구두를 신고, 넥타이를 매는 아버지면 됐죠. 집에 양복이 한 벌 있었지만, 아버지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입으실까 말까였어요.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우유를 배달하셔야 했으니까요. 어린 시절은 구멍가게 쪽방에서 네 가족이 자석처럼 붙어서 자야 했고요. 여름엔 너무 더우니까, 길바닥에 평상을 내놓고 잤어요. 겨울이면 방안에 떠 놓은 물이 얼기 일쑤였고요. 화장실은 가게 문을 나가서,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야 해서 새벽에는 요강을 썼어요. 요강에는 오줌이 늘 찰랑찰랑, 산만한 제 발길에 엎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죠. 지금은 돌아가신 외삼촌이 알코올 중독자셨어요. 매일 가게로 찾아와서, 술 내놔라, 돈 내놔라. 어머니와 멱살을 잡고, 세상 부끄럽게 대혈투를 벌이곤 하셨죠. 어머니가 어떻게 될까 봐, 어린 저는 얼마나 무서웠겠냐고요? 평범한 어른이 된다는 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거겠구나. 감히 회사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꿈을 꿔도 될까? 첫 번째 꿈이 회사원이었다면, 두 번째 꿈은 외삼촌처럼 되지 않기였어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서, 직업도 없이 가족을 괴롭히는 어른은 되지 말자였어요. 그 꿈도 방심하면 이룰 수 없는 어려운 꿈이라 생각했어요. 외삼촌처럼 폐인이 되는 공포를 늘 갖고 살았어요.


흙수저에게 가장 어려운 건, 목표로 삼을 누군가가 없다는 거예요. 동네에 수재들이야 늘 있었죠. 누구는 서울대를 갔다더라. 누구는 고시를 패스했다더라. 하지만 가족 중에 없으니, 내가 감히 그들을 꿈꿀 수가 없었어요. 공포심 속에서 공부를 했어요. 알코올 중독자는 되지 말자. 폐인은 되지 말자. 롤모델로 삼을 사람은 없지만, 공포심은 그 누구 못지않았으니까요. 재수를 해서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요. 대학교에 들어가니까, 부모님들 직업이 달라지더라고요. 우리 동네에는 부모님이 교수인 사람도, 의사인 사람도 없는데 대학교에 들어가니, 그런 부모가 흔하디 흔한 거예요. 고려대학교도 나름 명문대라고 생각했는데, 서울대만 나온 형누나들 때문에 자식 취급받지 못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집안이 좋은 아이들은, 목표도 분명하더군요. 저에게는 안 보이는, 다음 단계가 보이는 듯했어요. 대학원을 들어가면 교수가 된다. 이것도 저 같은 흙수저에게는 너무 추상적인 얘기예요. 선배들이 연극학 쪽은 수요가 많으니, 너도 대학원 공부를 해라. 그런 말을 해도,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부모님이 교수인 친구들은, 굉장히 높은 비율로 교수가 되더군요. 저에겐 꿈이지만, 그 친구들에게는 단계를 밟으면 이룰 수 있는 '현실'이니까요. 그 친구들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어요. 대학원 간다고 누구나 교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단, 그들이 갖고 있는, 교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저 같은 사람에겐, 결코 가질 수 없는, 선을 넘는 무언가였어요.  


흙수저 친구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될 수 있다'는 믿음의 부재예요.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도, 그 세상이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어요. 사실 요즘이 흙수저들에게 더 좋은 기회죠. 온라인 강의로 초특급 강사들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큰돈 안 들이고요. 하지만 계층의 이동은 더욱더 힘들게 느껴져요. 굳이 높은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먹고는 살고, 남들이 바라는 성취에 목맬 필요도 잘 못 느껴요. 하지만 분명 반쪽의 세상이 더 있어요. 그 세상은 '당연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차지하죠. 요즘 청춘들 어렵고, 절망적인 거 알아요. 누구는 집만 있어도 몇 억을 벌고,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자가로 신혼생활을 시작해요. 그런 불공평함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어떤 세대는 배 두들기고 산다. 그 세대를 미워하지만, 그 세대에서도 평균은 늘 가진 자를 저주하며 불평 속에 살아요. 단지 다른 세대보다, 조금 더 가진 자의 비율이 높을 뿐이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수학을 놓은 이유가, 정석 수학의 설명이 너무 길어서였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누워서도 풀 수 있는 과목이 수학이었거든요. 정석을 펼치면, 두통이 오는 거예요. 너무 겁이 나서요. 그때 누군가가 '고등학교 수학은 답이 나올 때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려.' 이 한 마디만 해줬어도, 저의 수학 인생은 달라졌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스승을 찾으세요. 유튜브에도 훌륭한 사람들이 성공과 실천의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어요. 오히려 기회의 시대가 됐지만, 핑계부터 찾아요. 핑계를 대는 삶이 훨씬 쉽거든요. 대부분은 또 그렇게 사니까요. 이루는 친구들은 늘 존재한다는 걸 명심하세요. 그 친구들은 할 수 있다는 신념의 궤도에 올랐어요. 그게 바로 핵심이에요. 할 수 있다. 그 세상은 내 것이다. 그 신념의 궤도에 올라탄 친구들은, 조용히 과실을 따먹고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핑계의 시대, 억울함의 시대인데,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시대예요. 확신이 있는 자들에게는 보이거든요. 공평한 시대는, 죽을 때까지 오지 않아요. 그런 세상은 있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방법이 없는 시대 역시 없죠. 그 방법은 찾는 자들의 몫이에요. TED 강의만 열심히 찾아서 들어도요(유튜브에서 Ted 한글자막으로 검색하시면 돼요). '체인지그라운드'라는 유튜브 채널만 챙겨 들어도요. 인생은 분명 바뀔 수 있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부족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살면 어떨까요? 상처 주고, 비난하는 삶만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면서요. 인류의 진화는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어요. 세상은 진화하고 있음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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