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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파괴, 그래서 탈락 - 반딘소 호텔 조식

by 박민우

원고로 다 넘긴 건데요. 디자인 작업까지 끝내고 뺐어요. 처음 갔을 때 입이 떡 벌어지는 그 느낌의 조식이 아니라서요. 이 숙소의 조식 정말 끝내줬거든요. 지금도 나쁘지 않아요. 나쁘지 않다고 제 책에 실을 순 없으니까요. 책 원고를 그대로 싣습니다.


반딘소1에서 밥 먹여주면 책에 다시 실을 수도 있음 ㅎ
이런 분위기면 뭔들 맛이 없을까요. 반딘소1 깨끗 마당
반딘소 호텔 1의 쓰담쓰담 양이시키
IMG_1511.JPG 반딘소 2 호텔 조식. 그래 이 비주얼로 내 책엔 못 실리지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 반딘소 조식


반딘소는 방콕 최초의 숙소다. 태국 최초의 숙소기도 하다. 태국의 첫인상은 심란했고, 더웠다. 왜들 태국,태국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됐다. 캐나다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반딘소를 알게 됐다. 서양사람의 취향이란 게, 때론 매우 이질적이다. 의심을 품고 숙소를 찾아 나섰다. 골목을 잘못 찾아들어갔는데, 영어로 개조심이라고 쓰여 있었다. 개 세 마리가 동시에 나를 쳐다봤고, 개 줄은 없었다. 보통 때보다 더 차분하게 뒷걸음질 쳤다. 개들은 분명히 나를 개무시했지만, 나는 죽을 고비를 넘긴 기분이었다. 골목들 분위기가 비슷했다. 칙칙하고, 예스러웠다. 맞게 찾아낸 골목 안쪽에 고풍스런 가정집이 나타났다. 삐걱삐걱 마룻바닥에 작지만 깨끗한 방은 대번에 마음에 들었다. 서양사람 취향이란 게 어디 있어? 지구별의 아름다운 사람인 거지. 인종에 대한 편견은 쓰레기나 갖는 것이다. 스스로를 혼내고, 경멸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선 마당으로 나와야 한다. 모기가 좀 많았다. 키 작은 선풍기를 틀었더니, 성가신 모기들이 사라졌다. 대신 살찐 고양이가 담벼락에서 내려왔다. 내 종아리를 돌며, 갈비뼈를 비벼댔다. 쟁반 하나가 올라왔는데, 제법 큰 쟁반이 꽉 차 있었다. 조식의 기쁨! 낯선 곳에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 식사의 경이로움. 반딘소의 조식은 내게 결코 작지 않은 의미다. 8년도 더 된 기억이다. 추억을 확인하러 가겠다. 추억 속 그대로라면 충분히 소개할만한 곳이다.


-불가능해요. 손님이 세 명 밖에 없어서요. 반딘소 2로 가세요.


반딘소로 들어가는 골목이 확실히 외졌다. 큰 길에서 약간만 들어가면 되지만, 골목만 보면 가정집만 있을 것 같다. 하긴, 반딘소의 매력이 가정집을 개조해서지. 단아한 태국의 가정집 분위기! 기억 속에 미화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곱다. 깨끗하다. 어쨌든 이곳에서 아침밥은 못 먹여주겠단다. 내 추억은 훼손됐다. 숙소가 아예 없어지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위로랄까(규모가 작을수록 7년 이상 버티는 거 어렵다. 매우 어렵다)


반딘소 2라니! 영화 속편도 아니고. 번듯한 건물 하나가 온전히 숙소였다. 성공할 줄 알았어. 그렇게 쓸고 닦아대더니. 말끔한 건물의 지하는 통째로 식당이다. 규모가 꽤 된다. 낭만은 덜하다. 뭐가 이리 어엿해! 미련을 못 버린 기억이 칭얼댔다. 조식을 먹는 이들은 대부분 숙소 사람이지만, 다행히 조식만 따로 주문이 가능하다. 190바트(6천 원). 비싸다. 카오산 로드에 있는 수많은 식당을 외면하고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커피와 차 중에 커피를 골랐다. 오렌지 주스는 셀프 서비스. 커피와 주스가 함께 나온다. 방콕에서 커피가 포함된 세트 메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장점이다. 조식은 네 가지. 그 중에 하나를 골랐다. 촉촉한 반숙 프라이, 채소와 소시지, 베이컨. 알차긴 하다. 후식으로 나오는 과일도 패션 프룻트와 파인애플. 패션 프룻을 후식으로 주는 조식도 역시 흔치 않지. 평범함 이상은 되겠어. 우리가 기대하는 평범함은 사실 상위 20% 안쪽이어야 한다. ‘평균’의 사전적 의미에 부합하는 식당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호불호가 반으로 갈리는 식당이다. 절반의 불호가 험담을 할 거고, 우리의 눈엔 최악으로 보일 것이다. 우리는 절대 평균적인 곳을 ‘찾아’ 가지 않는다. 반딘소 조식은 기대만 크게 안 한다면, 확실히 실하다. 결국 안 좋다는 말 아니냐. 독자는 의심할 것이다. 아니다. 안 좋지 않고, ‘좋음’에 가깝다.


Information

숙소 자체가 인기다. 방은 딱히 저렴하지 않다(싱글룸 2만 원). 비싸지도 않다. 친절하고, 알찬 조식이 나오고, 식당 자체가 꽤나 괜찮다. 점심, 저녁을 호텔에서 해결하는 이도 많다. 분위기는 반딘소1 승, 위치나, 방 내부는 반딘소2가 낫다. 4성급 이상 호텔을 기대하면 안 되고, 게스트하우스들과 비교해야 한다. 반딘소는 전 세계 어떤 게스트하우스와도 겨뤄볼만 하다. 친절함과 조식, 아기자기함으로! 조식은 아침 일곱 시부터.


반딘소 홈페이지 http://www.baandinso.com 한국어 서비스도 지원한다. 세상에!

위치: 민주기념탑을 중심으로 맥도날드 건너편이다. 반딘소 거리(Soi Baan dinso - 반딘소는 지명 이름이기도 하다)가 나온다. 그리로 들어갈 필요도 없이, 왼쪽 편에(맥도날드에서 건넜다면) 반딘소2가 있다. 반딘소2에서 반딘소1 위치를 물어보는 게 가장 확실하다. 걸어서 2 분 거리. 카오산의 인기 맛집 크루아 압손은 반딘소2에서 1분 거리. 홈페이지에서 반딘소 1은 Baan dinso trok sin이다.


PS.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려요. 저만의 오체투지랄까요? 글 하나를 올리면 책 한 권이 팔린다는 소망으로요.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냈어요. 매일매일, 조금씩,조금씩 다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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