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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Jun 24. 2019

안녕하세요. 박민우 여행작가입니다.

안부인사


이런 창밖을 보면서 글을 쓰고 있어요

여기 시간은 지금 낮 한 시 반이네요. 한국은 여섯 시 반. 퇴근 시간이고요.

여행기를 매일 쓰고 있죠. 제게 일어난 일들을 중심으로요. 오늘은 그냥 편하게 인사를 드려요. 그냥요, 그냥, 그냥.


아르메니아라는 나라에 와 있어요. 낯선 이름이죠. 어디에 있나 싶은 곳이죠. 아르메니아의 수도는 예레반이고요. 저는 예레반 중심가에서 7km 떨어진 곳에서 머물러요. 에어비엔비로 하루 만 삼천 원 정도 내고 있어요. 주방에서 매일 요리를 해요. 주로 양배추 수프를 끓여 먹어요. 기억하시나요? 제가 담근 양배추 김치요. 그게 남았어요. 쉰 냄새 팍팍 풍기면서요. 가져가는 건 욕심이다. 버리고 가자. 당연히 버려야지. 웬걸요. 떠나는 날이 되니까요. 어떻게 담근 건데. 어떻게 익힌 건데. 락엔락에 담고요. 담은 채 뚜껑 닫고요. 닫은 채로 수돗물에 씻어요. 그리고 캐리어에 넣어요. 쉰 양배추 김치를 캐리어에 넣고 국경을 넘었죠. 위에 좋다잖아요. 몸에 좋다잖아요. 저한테는 약인 거잖아요. 전 계속 떠돌아다녀도 돼요. 제 몸이 이렇게 소중해요. 애틋하거든요. 내 안에 똘똘 갇혀서, 자기만 생각하니까요. 내게 가장 온전한 기쁨은 여행이니까요. 저는 더 열심히 저를 길로 내몰 생각이에요.  


예전엔 동틀 때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동네를 거닐었죠. 잠이 와야 자죠. 새로운 세상의 아침이 어찌나 궁금하던지요. 이젠 안 궁금해요. 이젠 낮에도 안 나가요. 방에 틀어박혀서 내내 글을 써요. 마트로 가는 잠깐이 외출의 전부일 때도 있죠. 글을 쓰러 온 건지, 여행을 온 건지 저조차 헷갈려요. 그게 무슨 여행이냐고요? 그딴 여행이 좋다는 거냐고요? 네, 좋아요. 일단 몸이 덜 아파요. 걱정을 덜 해요. 콧노래를 많이 부르고, 채소를 더 먹어요. 타지에서 아프면 끝장이다. 본능적으로 더 챙겨요. 한 번뿐인 삶, 가꾸듯이 지내요. 제 몸이 화초가 되고, 아끼는 찻잔이 되죠. 첫날엔 아르메니아가 그리 좋더니요. 며칠 지나니까요. 조지아로 갈까? 제 특유의 변심이 고개를 쳐드네요. 그래서 저는 제가 좋아요. 이 변덕으로 저조차 내일의 저를 모르겠거든요. 석 달 간의 여정이요. 거의 반이 지났어요. 세상에나! 절반밖에 안 남았어요. 절반 밖이라는 표현을 정정할게요. 절반이나 남았네요. 시간이 많다고 더 좋은 여행을 할까요? 도리도리. 아닙니다. 장담해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온 청년을 조지아에서 만났죠. 빠듯한 예산과 일정으로 조지아엘 왔더군요. 한곳이라도 더 가고 싶어서요. 일정이 끝나고 숙소를 안 찾고, 무조건 버스를 탔대요.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서 가까운 도시로,  거기에도 역시 근처까지만 가는 버스가 있어서 또 거기까지만. 거기서 마침내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타요. 잠을 잘 수 있는 도시로 가게 되죠.


-와, 오늘 다섯 도시를 넘게 갔어.


하루에 다섯 도시를 그렇게 봤대요. 본 건가 싶지만, 본 거 맞죠. 버스 터미널에서 기념사진 찍고, 감격했잖아요. 그 순간, 그 장소를 인식했잖아요. 훌륭한 여행이라고 봐요. 넘치는 시간을 우습게 알고, 내일도 오늘 같으려니, 초점 없는 저보다 훨씬 더 여행이죠. 그래도 저는 제가 좋아요. 마트에서 퍼담아 파는 과자가 있어요. 포장지도 없는 웨하스, 딸기 샌드를 팔아요. 그걸 몇 개 담아서 무게를 재고, 제 방으로 와요. 총 600원어치를 샀네요. 마트를  왔다리 갔다리. 그게 여행, 그게 일상. 그런 날이 많아요. 요즘엔 정말 많아요.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글을 쓰는 요즘이기도 하고, 아등바등 몸부림을 치는 요즘이기도 해요. 즐거운 몸부림이죠. 책을 알려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야 한다. 그 바람을 품고 달리고 있어요. 즐겁게요. 왜 즐겁냐면, 제가 하루아침에 유명해지고, 떼부자가 되어도 감당 못할 저를 알아요. 부를, 명성을 지키고 싶어서 벌벌 떨게 빤해요. 온전히 못 즐길 저를 알죠. 가난할 때 잘 즐겨야 해요. 결핍이 내 행복이어야 해요. 그래야 또 다른 결핍도 잘 적응하죠. 우린 모두 특정한 일부만 소유해요. 시간이든지, 돈이든지, 감성이라든지.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자신을 통제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해요. 많이들 아프시죠? 불가능한 걸 해내고 계셔서 그래요.


요즘 유튜브를 하면서 헤매고 있어요. 저의 서투름을 즐겨 주시겠어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런저런 조언도 감사히 섭취할게요.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꾸준한 게 중요해요. 반가운 목소리로, 일상으로 여러분 곁을 지킬게요. 오셔서 제 여행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전해 주세요. 안부 인사를 하니까요. 가까워진 느낌이네요. 내일부터는 아르메니아 이야기가 나가요. 본격적이면서 본격적이지 않기도 하죠. 방에서 마트, 마트에서 빵집, 빵집에서 아이스크림집으로 쏘다닌 이야기 정도니까요. 궁금한 삶을 살게요. 궁금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푹 쉬세요.


박민우 여행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MxiXCtBUtD8&t=2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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