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에서 바투미는 꼭 가야 할까요? 전 좋았어요. 휴양도시예요. 바다 도시죠. 대단한 볼거리가 있지는 않아요. 그러면 바투미에선 뭘 해야 할까요? 사람들이요. 개인적인 평을 글로 쓸 때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일 뿐입니다. 이런 말들은 왜 하는 거죠? 남의 취향 내내 주절대는 사람도 있나요? 네 말만 믿고 갔다가 개실망했잖아. 그런 욕 좀 피해보시겠다? 로또 당첨 안 됐다고, 복권 가게에 쌍욕 하는 사람 봤나요? 카지노에서 돈 날리고, 카지노 폭파시키는 사람은요? 전 못 봤어요. 다들 받아들이더라고요. 확률 백프로면 그것대로 재미없죠. 그래서 도박하고, 그러니까 연애하고, 그러므로 여행하는 거죠(살짝 뭉클). 내가 누군가요? 현존하는 최고의 여행꾼 아닌가요? 그걸 어떻게 증명하냐고요? 증명 못 하니까 큰소리치는 거죠. 목소리 큰 사람이 최고죠. 꽥꽥꽥. 우겨 보세요. 디즈니에선 도날드 덕이 최고죠. 꽥꽥 꽥꽥꽥. 당신이 최고라고요? 나라니까요! 꽥꽥 꽥꽥꽥, 꽥꽥 꽥꽥꽥!
1. 도나 베이커리(Dona bakeshop & cafe)에서 케이크 꼭 두 개 먹기
매일매일 어린이날, 매일매일 내 생일
어떻게 이런 곳을 매일 안 가죠?
두툼 케이크 한 조각에 천 원, 천오백 원이에요. 조지아 물가가 저렴하단 말만 믿고, 당연히 싸야지. 그러시면 상처 받으실 걸요? 식당 밥값은 결코 안 싸답니다. 현지인들 붐비면 일단 안심하세요. 돈값은 하는 곳일 테니까요. 도나 베이커리 케이크는 살아있는 전설이죠. 백화점 1층 매대처럼 바글바글해요. 맨질맨질 초콜릿 푸딩스러운 케이크는 피하세요. 실망스럽고, 수상하더군요. 설렁탕집처럼 우르르 치고 빠지면서 딱 케이크만 먹고 나가요. 바투미 사람들한테는 케이크가 설렁탕이고 짜장면인가 봐요.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케이크에 환장한 바투미 사람들도 볼거리더군요.
2. 한밤에 출렁출렁 공중곡예 '보기' - 해변가를 거닐면 보시게 됩니다
분명히 '보기'라고 했어요. '하기' 아닙니다만. 하고 싶으세요? 성인들도 하긴 하더라고요. 아뇨. 제 취향 아닙니다. 확실하게 무섭든가요. 아니면 좀 덜 창피하든가요. 저는 그냥 구경하게 해 주세요. 약간은 촌스럽고, 약간은 서커스 같은 광경을 그냥 우두커니 볼게요. 캄캄한 저 뒤로는 바다가 철썩이죠. 아이들의 겁에 질린 표정을 보세요. 아이들은 진지하고, 전 우습죠. 너네들은 바보 야. 무서울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졸라대니? 하기 싫은 게 많아졌어요. 호불호가 분명해졌죠. 늙어서 현명해진 거죠? 쓸쓸해지려고 하네요. 해변가에는요. 근사한 오픈형 바도 몇 개 줄지어 있어요. 새벽 두 시쯤이면 클럽 비슷해진답니다. 걷기 좋고, 놀기 좋죠. 달짝지근합니다. 눈살 찌푸려지지 않는, 빤한 관광지랄까요. 대단하지 않은데, 발목 잡는 마력이 있죠. 바투미에만 내내 있고 싶더라고요.
3. 조지아식 진한 우족탕으로 몸보신
바투미에는 한국인 꼴통 부부가 살아요. 제가 붙여준 별명이죠. 꼴통 별명 싫다더니요. 지금은 또 꼴통이라 불러달래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부부가 저를 데려간 곳인데요. 조지아 전통 우족탕을 팔아요. 진하디 진한 국물 색 보이시나요? 우족 하나 뜯으시렵니까? 딱히 이런 음식을 안 좋아합니다만. 먹는 순간. 이야, 성지가 되겠구나. 몸을 일단 한국에서 망치고 오세요. 바투미에서 우족탕 드시면서 회복하세요. 술이 빠지면 섭섭하신가요? 독한 술도 당연히 팔죠. 반주도 한 잔 하셔야죠. 이런 두툼한 기름기로 내장을 코팅했는데, 그깟 술이 얼마나 내상을 입히겠어요? 국보급 우족탕이네요. 호파 재래시장(Hopa market)에 숨어 있어요. 그냥은 못 찾아요.
JJFC+H5 바투미 조지아
플러스 코드라고 하는 건데요. 요걸요. 한글 포함해서 구글에 쳐보세요. 그 장소가 딱 나오네요. 세상 좋아졌죠?
진심 수치 100% 리액션을 보고 계십니다.
4. 라디오 카페에서 우아하게 조식 먹기 (구글맵 Radio cafe bar)
한국에서 카페 좀 다닌 사람들에게 이 정도야 흔하죠. 바투미에선 핫한 브런치 카페죠. 반숙 달걀이 올라간 연어 샌드위치입니다. 에그 베네딕트를 뭘 그리 어렵게 돌려 말하시나요? 따지시는 분들 계실 텐데요. 에그 베네딕트가 아니었어요. 연어가 들어간 어쩌고 저쩌고였어요. 맛있고요. 가격 합리적입니다. 저는 두 번 갔고요. 갈 때마다 좋았어요. 외국 나가 보세요. 한국의 홍대 느낌, 상수역 느낌 은근 소중해요. 세련되고, 핫한 느낌이 이제 한국 느낌이죠. 한국이 그런 나라가 됐어요. 여기를 그러니까 한국 풍이라고 합시다. 제 헛소리를 살짝 무시하고 그냥 가세요. 카페가 다 거기서 거기죠. 거기서 거기보다 약간 좋으면 단골 되는 거고요. 제 단골을 깐 겁니다.
5. 자갈 해변에서 물놀이
저는 바다 가도 물에 안 들어가요.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발가락에는 모래 끼고. 호텔 수영장도 노노. 동심을 잃었죠. 한 때는 물이 그리 좋더니요. 보는 걸 좋아해요. 은근 박진감 넘치는 파도가 있더란 말입니다. 모래 없고, 자갈이라서요. 실망스러우시죠? 저는 깔끔하고, 나름 좋던데요. 저닐만 파도가 그랬을까요? 날씨를 타겠죠? 이런 느낌 물놀이 괜찮지 않나요? 다들 우중충한 날씨에 인상만 찌푸릴 때요. 이리 즐겁게 놀더군요. 어딜 가나 본전 뽑는 사람 있죠. 뷔페에서 예닐곱 접시 먹는 사람들. 얄미워요. 우리 모두 그런 얄미운 사람이 되어야죠. 우렁찬 파도에 자빠지고, 엎어지면서 짠물 몇 잔 드링킹 해보세요. 추억은 고통이 패치되어야 새살이 돋는답니다. 무릎이라도 까지세요. 제 말이 장난처럼 들리시나요. 어서 까지시라고욧!
6. 눈 앞에서 담아주는 페트병 맥주, 꺄 (구글 맵 Maximus beer)
이런 거 추천할 때 제일 겁나는 건요.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봐요. 김 빠진 맥주 같은 정보로, 혼자 흥분하는 걸까 봐요. 어쨌든 전 맥시무스에서 처음 봤다고요. 독일 친구들한테 동영상 보여줬더니 자기 동네에도 없대요. 또, 모르죠.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 대도시엔 있을지. 아, 몰라요. 그냥 가서 페트병에 담아 마시세요, 좀. 한국에 있다 한들, 조지아 어디나 있는 프랜차이즈든 저는 여기서 처음 봤다고요. 저 좀 놀라게 내버려두세요. 여기서 파는 연어포는 꼭 드셔 보세요. 우라지게 짜요. 술이 확 깨죠. 일종의 여명 808이고 컨디션인 거죠. 술이 확 깨서 더 마시세요. 연어포는 아마 더는 못 드실 거예요. 그걸 삼키셨나요? 왜 그러셨나요? 같은 분량의 소금보다 더 짠 신비로운 연어포랍니다. 털어도 소금은 안 떨어지는데 말이죠.
7. 바투미 인생 식당 타바두리 (구글맵 Tavaduri)
이것이 바로 킨칼리. 후추 가루를 듬뿍듬뿍 뿌리셔요
전 아직도 이곳에서 먹은 차슈슐리(Chashushuli)가 잊히질 않아요. 요거에다가 와인, 빵 한 조각. 이렇게 세트로 입에 넣어 보세요. 제육볶음스러운 맛의 소고기에 와인, 그리고 빵의 탄수화물스러운 식감. 소고기는 또 어찌 그리 탱글탱글, 부들부들할까요. 사람들도 바글바글해요. 인기 식당 별로 안 친절하잖아요. 친절하기까지 해요. 음식값도 인당 만 원 조금 더 쓰시면 되고요. 조지아식 만두 킨칼리도 여기가 제일 좋았어요. 만두 안의 육즙이 사실은 메인이죠. 후추를 듬뿍 뿌려서 먹는 거래요. 입구만 살짝 찢어서 졸졸 흐르는 육즙을 꿀떡꿀떡 마시세요. 딤섬 샤오롱빠오랑 어째 좀 비슷해요. 손잡이 부분의 두툼한 부분은 손잡이로만 쓰시고 버리세요. 딱딱한 밀가루 반죽 맛이 최고라 생각하시면 드시고요. 제 말만 믿고 갔는데, 불친절하던가요? 제게 제보해 주세요. 제가 조지아, 특히 바투미에서 먹히는 얼굴이로군요. 바투미에 뼈 묻으러 가야겠어요. 저에게만 친절한, 그따위 불공평함. 제가 꿈꾸는 천국이거든요.
네, 저 얘네들한테 술 얻어 마셨고요. 밥도 얻어먹었죠. 도시락면과 오리온 초코파이도 몇 개 받아먹었고요. 지속적인 요것들의 로비 결과로, 저는 뭔가를 토해내야 합니다. 매우 산만하고, 엽기 발랄한 부부입니다. 이 친구들도 먹고살기 바빠서, 손님 모두와 밤새 어울릴 수는 없겠지만요. 흥이 넘치는 애들이랍니다. 산만하기는 해도, 따뜻한 친구들이죠. 술 마시고, 밥 먹을 기회가 오길 바랄게요. 밤새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실 수 있어요. 별개로 방 관리 잘하더라고요. 세상에 평점이 5점 만점이네요. 한국인 눈높이로 빠릿빠릿, 깨끗 깨끗. 혹시 기대에 못 미쳤다면, 제보해 주세요. 알고 보니 별로더라. 제가 득달같이 여기에 올리겠습니다(이것들아 협박이다. 푸하하). 바투미에서 얘네랑 아침까지 달리고 나면, 평생 못 잊을 바투미가 되죠. 오바이트하기 전까지만 마시기. 여명 808이라도 가져가기. 아니다. 어차피 얘네가 우족탕 집으로 데리고 갈 거예요. 애주가들의 꿈은 바투미에서 모두 이루실 수 있사옵니다.
9. 어여쁜 식당에서 능욕 체험 - (구글맵 Free space )
주거래 카페가 되겠군. 첫눈에 반했죠. 구닥다리 팝송을 어찌나 크게 틀어 놓던지요. 80년대 롤러 스케이트장 느낌이랄까요. 이 느낌 이해하시는 분들, 무릎 관절 쌩쌩하시죠? 케토톱 정도로 해결되시나요? 어쨌든 이 식당에서 저는 우아하게 차를 마셨죠. 메뉴판을 가져오더니요. 더 시킬 게 없냐는 거예요. 차만 마시면 안 돼? 살짝 발끈했지만 마침 출출하더군요. 조식 메뉴 중에 하나를 골랐죠. 한참 주방에 있더니요. 없대요. 안 된대요. 다른 걸 시켰더니, 부산부산, 허우적, 허우적. 주방에서 누군가가 뭘 사러 뛰쳐 나가요. 또 없대요. 뭘 바삐 하고는, 없다네요. 결정적인 게 또 없었나 봐요. 세 번을 그렇게 물 먹고요. 네 번째 나온 메뉴죠. 그냥 너네들이 할 수 있는 걸 내놔. 그랬더니 샌드위치가 달랑. 엄청난 긴장감이 식빵 사이에서 물씬 느껴지더군요. 이건 능욕이죠. 시키라고 해놓고는요. 다 안 된다는 건 뭘까요? 이런 천진한 무책임함. 웃기더라고요. 저는 확실히 공평하지 못해요. 웃음이 나는 카페가 됐어요. 나사 빠진 식당이 계속 그랬으면 해요. 가서 확인 좀 해주시죠. 이미 알고 가시는 거잖아요. 기분이 왜 나쁘세요? 어이없는 허당 서비스를 즐기셔야죠. 너무 멀쩡하게 주문한 거 다 나오나요? 그럼 맛나게 드시면 되죠. 저에겐 아무 말 말아 주세요. 실망스러울 거예요. 속상할 것 같아요.
10. 알리(Ali)와 니노(Nino)의 만남은 저녁 일곱 시
알리와 니노 이야기는 언뜻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닮았어요. 무슬림 아제르바이잔 출신 알리, 기독교인 조지아 공주 니노. 결국 사랑의 결실이 이뤄지나 싶었는데, 세계 1차 대전 때 알리는 죽고 말아요.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형상화했어요. 저녁 일곱 시, 이게 조금씩 움직여서요. 합체가 되는 거래요. 그걸 제가 일일이 다 알아야 해요? 제 앞에선 늘 떨어져 있더군요. 움직이는지도 몰랐어요. 바투미 여행자 중에 저만 못 봤을 거예요. 여러분은 보시라고요. 하긴, 저 같은 게으른 여행자는 저 하나겠죠? 전 다시 가도 못 볼 수 있어요. 그 시간에 도나 베이커리에서 케이크 먹어야죠. 네,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11. 여기도 매우 인생 식당 사잔다리- (구글맵 Sazandari)
저는 이 집도 그리 맛나더군요. 피자도 마요네즈 듬뿍. 근본 없는 토핑이지만요. 이런 느끼함을 제가 좋아하나 봐요. 여기 음식이 전반적으로 다 괜찮아요. 제가 조지아 전국에서 음식 좀 먹어 봤잖아요. 식당으로는 바투미 식당들이 가장 좋았어요. 가격까지 생각하면 더, 더 훌륭하고요. 본전 생각 안 나는 식당입니다. 물론 제가 돈을 안 써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거 맞아요. 꼴통 부부가 저를 내내 사육했죠. 식당에서, 자기 집에서 먹이고, 또 먹였죠.
-오빠는 불쌍해 보이는 매력이 있어요.
네, 이노오옴. 안다. 다 안다. 끄덕끄덕. 부정할 수가 없군요. 안 불쌍해 보이고, 못 얻어먹는 사람 될래? 불쌍해 보이고, 얻어먹는 사람 될래? 도끼를 연못에 빠트린 날, 산신령이 묻더구나. 헛소리 말고 금도끼나 내놓으라고 했더니. 산신령이 삐졌나 봐. 그래서 난 불쌍하게 생겨버렸어. 마법이고, 저주란다. 마법이 풀리면 못 얻어먹을 텐데.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PS 매일 글을 써요. 오체투지라고 아시나요? 바닥에 엎드려서 꿈틀꿈틀 앞으로 나가요. 불교에서 내려오는 기도 방식 중 하나죠. 저는 글을 쓰면서 나름의 오체투지를 실천 중이고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라 믿을래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로 오체투지 중입니다. 방콕 여행 준비 중이시라면 꼭 보셔야 해요.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제가 써서 이러는 거 아닙니다만 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