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겨야 할까? 나를 안아야 할까?
유튜브에 올라온 캠핑 클럽을 열심히 봐요. 효리랑 이진이랑 예전에 정말 안 좋았나 보다. 이젠 좀 친해졌네. 효리는 방송을 알아. 강약을 조절해서 프로그램을 살리네. 캠핑은 좋은 거야. 저렇게 바람 좀 쐬면서 옛날이야기하면 친해지지.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내 남자 친구에게. 그래, 이 노래 좋았지. 전주부터 좋잖아. 좋아서 좋은 노래일까? 그때의 노래들이어서일까? 노래방에서, 리어카 복제 테이프에서, 강남역 타워 레코드 앞에서 울려 퍼지던 노래들. 90년대, 터보, 조관우, 쿨, SES, 김민우, 룰라, 투투, 원타임. 70년대 생들은 왜 이리 많은지. 스무 살이 되고, 서른 살이 되니까. 온 나라가 들썩들썩. 핑클의 데뷔곡이 뭐였더라? 블루레인이었나? 뜨긴 글렀네. 못 뜨겠다 싶었죠. 네, 저는 잘 못 맞춰요. 잡지사에서 연예인 인터뷰를 주로 했는데요. 제가 못 뜬다 싶은 연예인들은 다들 톱스타가 되어 있더군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보는 세상도, 제 생각처럼 가지는 않을 거예요. 이렇게 머리 아플 필요가 없죠.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을까요? 저렇게 탈탈 털 때, 아이도 털어도 되는 걸까? 공식만 있고, 사람이 없다. 조국 딸도 사람이고, 인격체인데요. 터뜨려야 할 풍선 정도로 생각하나 봐요. 금수저 딸이니까, 멘털도 금수저일 거라 믿는 건가요? 내 아이 아니니까요? 검찰, 언론 수백 명이 물어뜯어도 흠 하나 없이 잘 키웠어야지. 이런 논리인가요? 지금 물어뜯는 저들의 아이들이 다들 특목고에 해외파일 텐데요. 대치동 입시 코디네이터의 가장 큰 손님들일 텐데요. 내 새끼가 저런 꼴 안 당하려면 내가 악역을 맡아야지. 내 권력이 내 새끼의 미래.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이왕 물어뜯는 거 끝을 보자. 그런 결기인가요? 한국이 아프리카 초원이로군요. 하이에나 떼가 사자 가족 목을 따고 싶어 해요.
명치끝이 답답하네요.
공포영화를 볼 때요. 눈을 질끈 감지만, 결국 떠요. 궁금해하죠. 잔인한 영화인 줄 알았으면서. 왜 눈을 감을까요? 사이코 살인마가 무난하면 왜 실망할까요? 세상이 어찌 돌아가나? 궁금해서 뉴스를 봐요. 안재현, 구혜선이 왜 이혼을 할까? 누군가가 대단한 흠이 있기를 바라요. 그럴 줄 알았어. 껌이나 씹으면서 낄낄대죠. 서로 더 물어뜯기를 바라요. 한쪽이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으면 해요. 저는 그들의 화목한 재결합을 바라지 않죠. 싸우는 뉴스에 환멸을 느끼지만, 싸우는 뉴스부터 클릭하죠. 착한 뉴스는 클릭조차 안 해요. 기부를 하고, 우리 아이, 우리 가족밖에 없는 연예인은 지겹죠. CF 몇 개 더 따내려는 위선자들이죠. 결국 저는 못 사는 꼴을 보고 싶어서 뉴스를 클릭해요. 싸움 구경하고 싶어서 뉴스 봐요. 해도 너무 하잖아. 이제 와서 정색을 하네요. 아, 잊었어요. 저는 올해 세 권의 책을 끝내기로 했군요. 끝내야 할 일은 거대해지는데,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 불안해요. 재미나요. 과연 내 책을 끝낼 수 있을까? 공포가 한 바탕 휘몰아쳐요. 해낼 수 있을 거야. 다독여요. 정신은 핵분열로 산산이 쪼개지지만, 글을 쓸 생각은 없어요. 불안하고, 불길해요. 그 불안을, 불길함을 즐겨요. 나를 못 믿겠어요. 그래도 나밖에 없어요. 물고 늘어져야 하는 존재도 나뿐이죠. 압박이 쓰게 할까요? 자유가 쓰게 할까요? 성장 중인 걸까요? 소모 중인 걸까요? 노래일까요? 소음일까요? 날아가는 파리를 한 번에 잡았네요. 휴지로 돌돌 말아서 커피 옆에 놔둬요. 어떻게든 끝내게 될 걸 알아요. 지옥불은 아니었으면 해요. 과정이 즐겁다면, 이미 최고의 책이죠. 탈출하듯, 화급하게 손 털고 싶지 않아요. 지긋지긋 글감옥이라면, 전 평생 작가로 살긴 싫거든요. 지금 나를 가둔 철창부터 없애야 해요. 그게 이 책의 시작점이 되겠죠.
85일 코카서스 - 눈이 부시다
30일 뉴욕 - 말도 못 하게 아름답다
15일 샌프란시스코 - 여기에 오려고 태어났다
세 권의 책은 이런 책이었으면 해요. 텅 빈 공간이 가득해지면 글은 시작됩니다.
PS 매일 글을 써요. 설레는, 작은 꿈틀거림 정도라고 생각해 주세요. 이 꿈틀거림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닿고 싶어요. 무모하고, 아름다운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만의 오체투지라고 할게요. 가까운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이 있나요? 신청해 주실래요? 저의 무모함이 무모해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여러분 덕에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로 오체투지 중입니다. 방콕이 두 배는 즐거워질 거예요. 그런 확신도 없이 책을 냈을 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