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잘 안 써지나요? - 특급 처방전

우리 같이 쓰고 삽시다

by 박민우
IMG_1314.jpg 아니 이런 내용에 꼭 맞는 사진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구글 포토 칭찬해! 제 사진 맞습니다. 히히

1. 내 안의 거짓말이 거짓말임을 알기


지금은 쓸 기분이 아니야. 거짓말이죠. 글은 기분에서 나오는 게 아니죠. 손에서 나와요. 어떤 기분일 때 글이 나올까요? 더 미루면 안 되겠다. 궁극의 똥줄에서 나와요. 노예처럼 질질 끌려 다니며 쓰죠. 평생 그래 왔어요. 시험 공부도 마찬가지죠. 큰일 났다 싶을 땐 이미 큰일 났죠. 시험을 아예 망칠 것 같은 공포심이 우리를 의자에 앉게 하죠. 책을 펼치게 해요. 공포심이 글을 쓰는 그 '기분'인가요? 어쩐지 슬프지 않나요? 완전한 성인이 되었어요. 공포가, 협박이 여전히 필요하다뇨? 글을 쓸 기분이 따로 있다? 거짓말입니다. 외우세요. 거짓말이니까요.


2. 이것만 하고 하자 - 글부터 쓰세요


뭐 좀 먹고 할까? 멜로가 체질, 7편을 볼까? 유튜브 와썹맨만 볼까? 와썹맨을 봤더니, 장성규의 워크맨이 추천 동영상으로 뜨네. 딱 장성규의 워크맨까지만. 에버랜드를 다녀왔네. 오, 재밌어. 요즘 영국 남자는 어떻게 지내지? 캠핑클럽에서 효리는 또 울어? 젊을 때 효리는 어땠지? 90년대 SBS 인기가요를 실시간으로 틀어주네. 야, 예네가 이렇게 젊었구나. 지금은 어떻게들 지낼까? 근황만 전해주는 근황 유튜버도 있구나. 빡빡머리 서울대 배우 윤동환이 목소리가 완전히 잠겼네. 목소리 때문에 배우생활을 못하고 있구나. 지금은 절에 있나 보네. 요가를 열심히 해서인지 피부는 좋잖아. 명상이 주는 효과는 뭘까? 오늘부터 명상을 할까? 명상에 좋은 유튜버가 누가 있더라. 맞다, 알렉스. 독일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한국말을 잘 할까? 한국말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완전 도인이네, 도인. 방콕에 산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나는 태국어를 어쩌면 이렇게 못하지? 태국말을 하는 한국인 유튜버도 찾아볼까? 언어라는 게 뭘까? 잘 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특출난 거야? 십 개국어를 하는 유튜버가 있

었는데. 누구였더라


딱 이것만! 이것만 하고 글을 쓰자. 이것만 하고 나면 산뜻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거짓말이라니까요. 글부터 쓰고,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아, 그래요. 제가, 오늘 이랬다고요. 엉엉.


3.부끄럽고, 후진 글로 시작하세요.


남부끄러운 글을 쓰세요. 한심한 글을 쓰세요. 대단한 문장이 나올 때까지 굳어 있지 마세요. 고치면 돼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데, 왜 처음부터 완벽해지려고 하나요? 막 쓰세요. 한심한 글만 쓰세요.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창피한 글을 쓰시라고요. 쓰고 읽으세요. 생각보다 괜찮은 문장도 있고, 꽁꽁 숨겨두고 싶은 부끄러운 문장도 있을 거예요. 어때요, 뭐. 고칠 건데요. 스케치라고 생각하세요. 뼈대가 있고, 윤곽이 드러나면 요동치던 마음이 가라앉지 않나요? 헐벗고, 궁색한 글을 다듬으세요. 덧칠해 주세요. 엄청난 그림도 스케치부터 시작인 거니까요. 엄청난 글이 드러날 것임을 믿으세요.


4. 안 쓴다고 큰 일 안나요.


PT나 보고서 같은 경우는 다르겠죠. 쓰고 싶은 글을 쓰는데도, 머리를 쥐어뜯으시나요? 집중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이 쓰레기 같으세요? 쓰레기면 어때요? 쓰레기로 살아도 큰일 안나요. 글 좀 안 쓰고 게으르게 산다고, 저주하지 마세요. 자학하지 마시라고요. 그래도 된다. 쓰레기여도 된다. 못 끝내도 된다. 저는 이 지점에서 오히려 힘이 생기더라고요. 조바심이 너무 일상이 됐어요. 참하게, 바르게, 성실하게, 꾸준히 성과를 내는 사람들만 사는 것 같죠?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새해의 다짐을 99%가 모른척, 개무시하고 있는 거요. 99% 여러분, 쓰기 싫으면 때려치우세요. 결국 쓰게 되는 사람은요. 쓸 게 넘치는 사람이거나요. 안 써도 그만. 가볍게 시작하는 사람이에요. 사연 많은 사람은 알아서 폭발하시고요. 사연 없는 사람들은 대충 사세요. 대충 쓰세요. 쓰기 싫으면 자판 가까이도 오지 마세요. 그냥 그런 운명인갑다. 글은 까맣게 잊고, 그냥 사세요. 절대로 자학하지 마세요. 내가 못 써도, 안 써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재미로 써볼까? 장난 좀 쳐볼까? B급 유며 낭낭하게? 어깨의 힘이 빠지면요. 글이 나오더라고요. 신기하게도요.


5. 나는 코알라가 되기 싫다. 그러니 쓰겠다


감정 노동을 뇌근육 운동이라 생각하세요. 우린 유혹에 약하죠. 먹고 싶고, 자고 싶고, 놀고 싶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죠. 이런 유혹을 코알라 유혹이라고 할게요. 제가 지은 이름이에요. 코알라가요. 그렇게 게으르잖아요. 기복없이 살잖아요. 나무에 매달려서요. 유칼리툽스 이파리 씹으면서요. 코알라 뇌가 그래서 점점 퇴화 중이래요. 유칼립투스 이파리가요 독성이 강해서요, 아무도 안 건드린대요. 코알라 독점인 거죠. 위기 없이 먹고 살 수 있게 됐어요. 뇌가 쪼그라드는 이유죠. 인간도 뇌가 작아졌대요. 수렵, 사냥 시절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 때 뇌가 더 컸다네요. 자, 치매예방합시다. 눕고 싶고, 게임하고 싶고, 먹고 싶나요? 뇌가 쪼그라드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욕망이 하라는대로만 하면, 시들어요. 뇌가 호두알처럼 작아지죠. 하기 싫은 것도 섞으셔야 해요. 잡곡밥 먹듯이요. 미루고 싶은 것부터 하세요. 뇌에 대한 도전이죠. 자극이죠. 그게 우리를, 우리의 뇌를 젊게 한다고요. 캬, 글쓰기 강의에다가 치매 예방 팁까지. 돈주고들 읽으시오. 껄껄껄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저만의 오체투지 방식입니다. 천천히, 멀리까지 닿길 원해요. 글로요. 자주 가는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이 있나요?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실래요? 여러분 덕에 저는 세상과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됐어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세상에 알리고 있어요. 방콕에 가시면서 이 책 안 가지고 가세요? 진심 후회하실 텐데요.





매거진의 이전글글은 투쟁이다. 종일 싸움,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