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해요. 오늘을요.

게으른 글쟁이의 소회

by 박민우

후회해요. 방에서 한 걸음도 안 나겠다. 글만 쓰겠다. 그래 놓고서 멜로가 체질, 드라마 3편을 몰아본 걸 후회해요. 나경원 아들이 어떻게 예일대를 갔는지, 조국 사모펀드는 어떻게 된 건지, 동양대 총장의 학력은 어디까지인지. 후끈한 한국을 관람해요. 달려들어! 개 조련사가 명령하고, 열심히 달려드는 개가 됐어요. 이런 뉴스에 매달리는 저는 정의로운 생명체일까요? 놀아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모든 의혹이 밝혀지면 과연 후련할까요? 거칠게 표현했던 어제 글을 후회해요. 과격한 마음이 그대로 나가는 게 좋은 걸까요? 질끈 감고서라도, 그런 글을 써야 맞는 걸까요? 배설과의 차이는요? 방 안에만 있어요. 글은 안 써지지만, 노트북을 떠나지 못해요. 아로나민 아이, 하루 두 알. 눈에 좋은 영양제라니까 꼭꼭 챙겨 먹습니다. 선물로 받았 거든요. 먹고 나면 몇 시간 후에 눈이 환해져요. 그리고 곧 어두워지죠. 종일 노트북을 볼 수 있는 나이가 지났어요. 제 살을 깎아먹고, 제 안구를 파 먹으면서도 저는 허비해요. 글을 써야죠. 글만 써도 눈은 충혈되고, 손목이 시큰거리죠. 추석이네요. 부모님께 전화라도 드려야죠. 그렇게 전화 한 통으로 끝. 안부 전화로 퉁치는 제가 혐오스러워요. 그래도 외국에 있는 게 낫지 싶으면서도요. 자식 없이 차례를 지낼 부모님이 저릿해요. 보름달도 의미 없고, 전 부치는 고소한 부엌도 유적 같은 이야기가 됐네요. 이제 저에게 명절은 앙코르와트예요. 자유롭고, 헛헛해요. 완벽한 자유의 진공 속에 머물기를 원하지만, 생각의 무게에 짓눌려 하루를 공쳤어요. 이런 하루는 오늘뿐이어야 해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고, 쓸게 없어도 매달리고 있어요.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놓고, 쓸게 없으면 놀아야죠. 갇혔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매일 일기를 쓰잖아요. 후회할 때가 많아요. 구질구질 내 처지를 저주할 때가 특히 속상해요. 친구가 볼 텐데, 가족이 볼 텐데. 쓰는 이유는, 그런 걸 뺄 거면 일기를 왜 쓰나 싶어서죠. 이 과정이 낱낱이 의미가 되리라 믿기 때문이죠. 모든 타인의 삶이 단순화되어서요. 오해를 불러일으켜요. 그냥 고난, 그냥 견딤이 아니라요. 다들 오오오래 힘들고, 오오오래 버텨요. 그리고 뭔가를 이루죠. 이루고는 또 잃고요. 그게 단어 하나로 퉁 칠 일들인가요?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 써요. 다 쓴다고 해도, 숨겨 놓은 것들이야 있죠. 그것마저 다 까발리는 때가 된다면, 저는 공중부양을 하고 있을 거예요. 물 위를 걸으면서, 자유롭게 나불거리겠죠. 잃을 게 없으면 날 수 있어요. 우린 생각의 무게로 날지 못하는 걸 수도 있어요. 새들은 생각을 제거한, 다음 단계의 생명체일지도 모르죠. 두려움이, 생각이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어요. 중력이 아니라요. 후회의 오늘이 기뻐요. 후회의 하루하루가 쌓여서, 결국 뭔가가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늘도 씨앗이고, 씨줄, 날줄의 줄 하나인 거예요. 우리 오늘을 함께 후회할까요? 저는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죠?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날기 위해서 움츠린 거죠? 아픈 게 아니라, 회복 중인 거죠?


가벼워질 수 있도록, 날 수 있도록. 몸부림 말고, 춤!


ps 아제르바이잔 구타즈(Gutaj)라는 소녀가 있어요. 한국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친구인데요. 톡톡 코리아 이벤트가 있나 봐요. 우승을 하면 한국에도 올 기회가 있다네요. 그래서 동영상 좀 클릭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친구의 간절함이 일단 저에게 닿았어요. 그 간절함이 또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이 도와주실래요. 한 번 클릭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지난주에 부탁을 했었는데,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네요.

https://youtu.be/_dIIUQZz2lw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장 찬란한 순간, 너희를 만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