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일간 매일매일 동영상을 올린 사내 NAS

NAS라는 청년은 천일 동안 페이스북에 매일 동영상을 올렸답니다.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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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팔로워(https://www.facebook.com/nasdaily/)가 현재 천삼백만 명이 넘는 친구입니다. 천삼백 명이 아니라요. 천삼백만 명이요. 매일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린다고 해요. 페이스북은 '지는 해'라고들 하죠. 유튜브가 대세잖아요. 인스타그램에도 밀리는 중이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 친구의 생각은 달랐어요. 주변 친구들이 유튜브는 안 해도 페이스북은 하더란 말이죠. 팔로워들과 주거니, 받거니 관계가 형성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페이스북에 여행 동영샹을 올려요. 매일요. 요즘 같은 시대에 길면 누가 보나요? 그래서 1분짜리로 올려요. 짧고, 경쾌하게요. 여섯 시간 촬영하고, 세 시간 편집한대요. 다음날 아침에 올리죠. 주로 여행 콘텐츠를 올려요. 팔로워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고 해요. 천삼백만 명이 팔로우를 하면, 어떻게 댓글을 확인할까요? 궁금하고 놀랍네요. 천 일간 동영상을 올린 비결은요. 데드 라인(Dead line)이래요. 마감이죠. 매일의 마감을 어떻게든 지켰대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요. 마감이 사람을 환장하게 하죠. 제가 잡지사 기자 출신이거든요. 유행통신이라는 패션 잡지에서 연예인 인터뷰를 주로 했죠. 머리털이 빠지더라고요. 원형 탈모요. 꼭 마감 때문은 아니겠지만요. 잡지사 다니면서 손바닥보다 더 큰 탈모로 번졌어요. 마감이 코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천국이죠. 출퇴근 시간도 엄격하지 않아요. 자료 조사한다고 나가서 카페 가고 그랬어요. 네, 고해합니다. 월급 도둑이었죠. 그렇게 탱자탱자 놀았으니까 행복했어야죠. 왜 머리털이 뭉텅 빠지냐고요. 어떻게든 마감을 못 끝낸 적이 없으니까요. 똥줄이 타면 글이 잘 나왔으니까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짧은 시간 바짝 똥줄 타면, 나머지는 베짱이처럼 게으를 수 있으니까요. 짧은 시간의 학대. 이걸 잘 견디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평균적인 사람은 못 견뎌요. 아플 수밖에 없어요. 마감 2,3일은 집에 못 들어가요. 잠깐 씻으러만 갔다 오고요. 종일 컴퓨터 앞에만 있죠.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편집장은 참다못해 뭔가를 던지고요(편집장님, 우리가 잘못했어요. 제 때 원고를 드렸어야죠). 골초들도 많았어요. 담배라도 피워야죠. 막중한 스트레스 그렇게라도 날려야죠. 인간이 참 단세포인 게요. 짧게는 이삼일, 길게는 일주일 마감 전쟁을 끝내고 나면요. 그렇게 또 개운해요. 날아갈 것 같아요. 멍청한 게으름뱅이가 되어서 시간을 또 탕진하죠. 주기적으로 닦달하는 직업이에요. 피를 말리는 일이죠. 일간지 기자는 더하겠죠. 방송일은 더 고되겠죠. 방송일이 왜 더 고되나면요. 편집이라는 노동이 정말 말도 못 하게 가혹합니다. 찍어 놓은 어마어마한 분량에서 방송용만 추출하는 과정이, 상상 초월 오래 걸려요. EBS 세계 테마 기행 PD들을 보면서요. PD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마음 접었죠. 저도 꿈이 PD였 거든요. 이젠 아닙니다. 전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요. 촬영은 촬영대로 개고생, 편집은 편집대로 피 말리는 싸움. 스튜디오는 감옥이 돼요. 끝내기 전까지는 절대 나올 수 없어요. 그곳에 갇혀서, 주야장천 찍었던 거 보고 또 보면서 잘라요. 붙여요. 영혼이 잠시라도 증발하면 티가 나니까요. 늘 집중해야 해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하죠. 그래요. 마감은 단두대죠. 전기의자죠. 그런데요. 나스라는 친구는 마감을 사랑해요. 매일 단두대고, 전기의자일 텐데요. 그는 머리털도 안 빠졌고요. 행복하고, 건강해 보여요. 이젠 싱가포르로 옮겨서, 더 크게 일을 벌이려나 봐요. 저는 한 달에 한 번 마감도 고통이었는데 말이죠. 그는 매일의 감옥을 즐기는군요. 감옥은 어쩌면, 출소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닐까요? 출소할 날짜를 기다리면서 지옥 같은 감옥을 견디는 거죠. 감옥이 아니라, 여기가 내가 머물 곳이라 여긴다면요? 천국을 위해 지옥을 견디자. 보통은 그런 마음으로 노력하죠. 모든 대가는 천국에 있을 테니까요. 나스는 매일 동영상을 올려요. 올리고 나면 또 올려야 해요. 즉, 감옥과 감옥 밖이 매일 섞여 있어요. 감옥 안에도 농담과 커피가 있고, 감옥 밖에도 무료함과 싫증이 있다는 걸 각성하지 않았을까요? 이 시간을 견디는 게 아니고요. 끝나고 나서의 자유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요. 두 종류의 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수험생 여러분! 시험이 끝날 날만 기다리시나요? 화끈하게 한 달 유럽으로 떠나실 건가요? 지금 북한산이라도 다녀오세요. 지금도 지옥이 아니고, 그때도 천국이 아니죠. 데드라인 안에서 자유를 찾자고요. 데드라인은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게 아니라요. 당연히 지켜야 하는 거죠. 절대적인 복종이 있으면, 그 안에 자유가 생기더라고요. 안 해도 되지 않을까? 빈틈이 생기면 지옥 시작입니다. 게을러지고, 미루게 되고, 어기게 되죠. 누구보다 바쁘고, 절대로 못 이루는 사람이 되죠. 우리 나스를 흉내 내 볼래요? 저는 이미 백 일도 넘게 글을 썼어요. 천 일이요? 전 일단 쓰겠습니다. 문제는 동영상과 글, 두 가지를 매일 하고자 해요. 그걸 아직 못하고 있네요. 흑흑


PS 매일 글을 써요.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깨닫기 위해서, 제 책을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서요. 즐거운 마음으로 오체투지 중입니다. 가까운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저의 오체투지가 헛짓거리가 아니게 도와주세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열심히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 때, 이 책이 있어야 진짜 방콕 여행이 된답니다.


아르메니아에서 만났던 루신이 저와 함께 촬영한 아르메니아 한 달 살기를 유튜브에 올렸네요. ^^

구독도 많이들 눌러 주세요.

https://youtu.be/5iYFnVZEZ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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