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이 들어간 동영상이나 글들이 인기가 높더군요. 우리나라 사람이 어딘가에서 봉변을 당했을 때 조회수가 폭발하더라고요.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인종 차별이라기보단 '나라별 구별'이란 표현이 맞겠네요. 인종 차별이라고 우리가 발끈하지만, 범아시아 연대는 솔직히 아니잖아요. 중국 사람이 차별받으면, 그럴만하지, 뭐. 그러는 한국 사람이 더 많을 걸요? 인종차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한국 차별에 발끈하는 거죠. 입장을 바꿔서요. 저는 각 나라 사람에게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봤어요.
주의: 매우 매우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편협하게 쓴 글이옵니다. 소신껏 섭취해 주세요.
1. 미국 사람 - 그냥 다 친구야, 투머치 토커의 본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일단 말을 잘 걸어요. 스몰 토크라고 하죠. 하우이스고잉?으로 시작해서 몇 분, 아니 그 이상도 떠들 수 있어요. 미국은 완벽한 이민 국가니까요. 인종을 차별한다는 느낌은 거의 못 느꼈어요. 다들 섞여서 자랐으니까요. 친구 대하듯이 다가오죠. 잘 다가오지만, 어쩐지 영혼은 좀 안 느껴져요. 실컷 수다 떨고, 다음날 이름을 다시 묻는 경우가 많죠. 말 많고, 목소리 크고, 못 먹는 음식 없어요. 컨피던스. 자신감에 대한 가치가 좀 유난하다고 느꼈어요. 자신감 넘치면, 다 이뻐 보이고, 잘 생겨 보인다. 할리웃 영화에서나 나오는 게 아니라요. 실제로도 적용된다는 느낌을 받았죠. 우리나라 관종들이 영어만 잘하면, 미국에서 더 잘 나갈 수도 있겠단 생각도 했네요. 잘난 척하고, 나대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더군요.
2. 영국 사람 - 정말 매력적인 또라이들
제가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했어요. 영국식 영어가 하나도 안 들려서, 중국, 일본 애들이랑만 어울렸죠. 길에서 살짝만 스쳐도 기계 쳐 럼 쏘리가 나온다 정도? 어느 도시나 다 불친절하니까, 평균적인 무뚝뚝함이 있다 정도? 그 정도였죠. 오히려 여행을 하면서 영국 친구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죠.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이 영국 사람이에요. 일단 유머가 일상이에요. 유머 코드도 잘 맞아요. 냉소적이고 거침이 없죠. 가족도 야한 농담에 마구 투입시키는 패륜 민족입니다. 요즘 한국 유튜브를 보면요. 영국인들이 눈에 띄잖아요. 최근에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스핀 오프 프로그램인 <어서 와 여기는 처음이지>를 봤어요. 외국인 세 명이 한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안코드라고요. 교대역에서 촛불 하나 노래를 불러서 사람들을 뻑가게 했던 사람이더라고요. 어서 와 여기는 처음이지 보면서 놀란 건요. 발음이 정확한 걸 넘어서요. 그냥 한국 사람 말투예요. 덕중에 궁극은 양덕이라더니요. 서양 덕후는 끝을 본다는 걸, 이 남자를 보면서 느꼈네요. 어떻게 언어를 배웠으면, 완전히 그 나라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유튜브 스타 <영국 남자 조쉬>도 그래요. 언어도 언어지만, 태도가 놀라워요. 여전히 한국 음식이 맛있고, 한국이 재미있나 봐요. 지칠 때도 됐는데요.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들어요. 죽을 때까지 맛있어, 죽을 때까지 재밌어. 자기가 택한, 혹은 발견한 재미를 뼈에 이식하는 사람들이 영국 사람들이죠. 노빠꾸 민족입니다. 영국 사람들을 꼬시면, 평생 바람은 안 필 걸요? 재미나고, 엉뚱하고, 발랄하게 극단적인 사람들. 저한테 영국 사람들은 그랬네요.
3. 프랑스 사람 - 인종 차별 주의자가 아니고요, 그냥 다 차별주의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봉변당한 이야기를 많이 접해요. 특히 파리의 잡놈들에게 상처 받은 여행자들이 많죠. 일단 프랑스에서도 파리가 제일 차가워요. 대도시의 특성을 감안해야죠. 평균적으로 프랑스 놈들이 싸가지가 없긴 해요. 자기네 거가 최고, 다른 사람들 상황은 내가 알게 뭐야? 이딴 태도가 만연해요. 프렁스와 국경을 나눈 모든 나라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들을 별로 안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또 한 꺼풀 벗겨보면 정말 자유로운 사람들이라서요. 같이 싸가지 없이 대하면, 화를 안 내더군요. 자유를 존중해 줘요. 너 혹시 건방진 거 아니? 무례한 거 알아? 난, 너의 말투에 무례함을 느껴.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어, 그래? 몰랐어. 이런 식이요. 알고 보면 착한 사람들. 이런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요. 그들이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타국가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싹퉁머리 없이 대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악의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자유롭겠다. 그 자세가 확장된 것처럼 느껴졌어요. 사랑에 빠지면 간 쓸개 다 바치는 이들도 프랑인들이죠. 바람둥이라기보다는 좀 더 순진무구하던데요. 주변 여자애들한테 프러포즈하는 거 보면 감동적이에요. 진짜 영혼을 팔아요. 그런 모습 때문에 단순히 무례하다고 못 하겠어요. 자유롭고, 눈치 안 보고, 사랑에 영혼을 터는 사람들이더라고요. 매운 걸 정말 못 먹어요. 평균적으로. 프랑스 음식 최고. 국뽕을 너무 자연스럽게 장착하고들 살아요. 그럴만하다 싶은 것도 사실이죠. 프랑스 음식, 프랑스 문화.
4. 이탈리아 사람 - 남의 눈 의식하는 건 너네가 짱
옷 잘 입죠. 옷을 브랜드 보면서 노골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이탈리아 사람이더군요. 사람의 외모, 차림새에 지적질하는 대범함도 목격했죠.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만났던 이탈리아 친구는요. 점심시간 때 자기 방에 가서 샤워하고요. 옷을 갈아입어요. 그렇게 차려입고, 학원 여기저기를 모델처럼 걸어요. 인종 차별적인 표현도 거침이 없어요. 프랑스가 무례하게 대했다면 그건 그냥 싹퉁머리가 없어서지만, 이탈리아는 인종 차별을 의심해 볼 수 있어요. 등급을 나누고 깔보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요. 자기네 나라 안에서도 나폴리나 남쪽 사람들을 얼마나 무시하는데요.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별로다? 아뇨, 아뇨. 보통 인간은 부정적인 기억으로 세뇌되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5% 정도라고 할게요. 대부분은 성실하고, 착해요. 특히 관광지에서 벗어난 이탈리아 사람들은 얼마나 따뜻한데요. 음식을 배 터지게 먹이려고 해요. 초대한 손님들 식도까지 음식을 채워야 집으로 보내죠. 음식 솜씨는 또 얼마나 좋게요. 여자에게 치근덕대는 사람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이기도해요. 선을 넘는다 싶으면 당당하게 혼내 주세요. 혼 좀 나도 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하.
5. 독일 사람 - 진지하고, 무난하고, 뭔가 순수해
독일도 이민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잖아요. 히틀러의 나라로, 세계 2차 대전 패전국으로 뼈를 깎는 반성이 있었죠. 그게 교육으로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요. 지금은 가장 유연하고, 공정한 시각을 가진, 게다가 한 발 더 나아가서 따뜻한 인류애까지 지닌 사람들이 독일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딱히 재미가 있거나, 궁금해지는 꼴통 근성은 없지만요. 배려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독일 사람 특유의 정확함은 여전해요. 시간, 돈에 관해선 철저하죠. 사실 그런 게 정확해야 하는 거잖아요. 기본이 철저해야 관계가 유지되는 거고요. 독일은 내신 1등급 스러운 무난함이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무뚝뚝하고, 괴팍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6. 러시아 사람 - 무례한 것 같은데, 무례하지 않음
러시아 사람들도 프랑스 사람이랑 비슷해요. 처음부터 활짝 웃거나, 반기지는 않아요. 같이 뭘 하자고 제의하지도 않죠. 우연한 기회에 말을 섞게 되면, 묘한 감정이 들어요. 원래 공산주의 국가였잖아요. 획일화된 경직성 같은 게 느껴지면서도요. 동양인에 대한, 혹은 한국인에 대한 호감을 느낄 수가 있어요. 한국인이어서 긍정적으로 보는 느낌? 러시아에서 고려인, 우리네 조상들이 평판이 좋아서일까요? 국민라면 팔도 도시락, 국민 파이 오리온 초코파이 때문일까요? 아시아인이라서 깔본다는 느낌은 전혀 못 받았어요. 친구니까 특별히 보여준다면서, 곰 잡는 칼을 내게 들이밀기는 했지만요. 친구라서 곰처럼 죽이지는 않을 거야. 이러면서 보드카를 마시더라고요. 그날 한 숨도 못 잤네요. 제가 곰으로 보일까 봐요. 그만 좀 처마시라니까, 말도 지지리 안 듣더라고요. 여행 중 만난 러시아 사람들 때문에 러시아가 궁금해졌어요. 친절은 아예 바라지도 않아요. 그런데, 막 들이대면 은근히 좋아할 것 같아요. 늘 열려 있지만, 그걸 과시하지 않는 사람들. 제가 느낀 러시아 사람들이죠.
PS 매일 글을 써요. 지구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려면, 매일 글을 써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려고요. 가까운 도서관, 혹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박민우가 그만큼 세상과 가까워지고 싶답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로 다가가겠습니다. 방콕 여행을 꿈꾸시나요? 아니, 안 가시더라도요. 똠양꿍 침샘이 절로 도는 책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