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글이 무슨 의식의 흐름 기법을 따라 쓰셨나? 어떻게 논리적 흐름도 없이, 글의 목표도 없이 이 말 저 말 막 흩뿌려놨네. 일단 문단 나누기라도 좀 하고, 최소한 하나의 글은 한 가지 주제만 다룬다는 기본 원칙이라도 지키려 하세요."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새벽 네 시에 눈이 떠진 것부터 요상하군요. 열 시 반에 잠이 들었어요. 보통은 열두 시쯤에 잠들죠. 머리맡 갤럭시 노트 9를 더듬더듬 찾아요. 이런 댓글이 딱 달려있네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유난히 조회수가 높은 날이 있어요. 태국 시장표 아침 식사 글이 어딘가에 노출이 됐나 봐요. 그걸 타고 삼만 명이상이 방문했네요. 매일 제 글을 읽는 분들이야, 무슨 이야기든 그냥 읽고 넘어갈 거예요. 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니까요. 처음 제 글을 보면 다를 수 있죠. 그냥 태국의 아침 식사 이야기만 보고 싶었는데, 속이 안 좋다느니, 그럴 땐 이런 호흡법이 좋다느니, 태국 음식은 취권 같다느니, 웬 미친놈이 횡설수설하나 싶었나 봐요. 얼마나 짜증이 나면 댓글로라도 남겨야 직성이 풀렸을까요? 댓글을 남긴 시간이 새벽이더군요. 한국 시간으로 새벽 세 시. 사위는 고요하고, 모든 감각은 예민해지죠. 늦게까지 잠이 못 든 이유는 뭐였을까요? 낮밤이 바뀐 사람일 수도 있고요. 이런저런 심란함으로 뒤척이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사나운 개가 짖는 이유는, 사실 아파서라면서요? 물어뜯기 위해서가 아니라요. 짧은 댓글이지만, 저 역시 새벽이라서요. 여간 분한 게 아니네요. 방콕의 아침 분위기 느껴 보라고, 사진에, 동영상까지 열심히 올렸더니 이딴 소리나 듣고 있어야 해? 더럽게 기운 빠지는구먼. x발 돈도 안 생기는 일, 기쁨의 공유 정도는 되는 줄 알았더니. 누군가를 빡치게 하는 공해 정도였던 거야? 최소한의 자부심조차 없으면, 매일 글을 어찌 쓰냐고? 한 사람 댓글에 멘탈이 이리 흔들리는데, 열 명만 쪼르르 악플 달면, 미련 없이 다 때려치우겠구먼.
그리고 다시
나의 공포를 봐요. 많이 놀랐네요. 칭찬은 당연히 여기면서, 반대의 의견은 튕기려고만 해요. 아닌척 하지만, 부족한 면도 늘 뱃살 지방처럼 의식하며 살아요. 화들짝 놀랄 수밖에요. 들켰으니까요. 횡설수설 글이 맞으니까요. 매일매일 다른 제가 글을 써요. 부족한 날, 글발 받는 날, 아픈 날, 기쁜 날의 제가 줄줄 써내려 가죠. 아픈 날은 글이 잘 써져요. 많은 부유물들이 가라앉고, 저만 남아서 써요. 기대도 없고, 낙도 없어요. 그러니까 글 안에라도 머무는 거죠. 기쁨의 힘으로, 혹은 성실함만으로 쓰면 더 좋겠지만, 지금의 저는 결핍의 힘으로 써요. 그래서 사실 이런 모든 감정은 힘이 됩니다. 욱하게 만든 그 감정이 아니라면, 새벽 네 시에 이 글을 쓰고 있진 않을 거예요. 모르니가 무섭고, 분한 거죠. 꾸짖는 사람도 막상 만나면 다정하고요. 이 새벽의 분함도, 곧 끝날 걸 알아요. 상처를 잘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잘 털어내더군요. 꽁꽁 숨겨놓고 되새김까진 안하더라고요. 마냥 약할까 봐, 두려웠던 거죠. 툴툴 잘 털어내면서 사는데요. 아픈 사람들끼리 위로하며 살아요. 아픈데 싸우기까지 하면, 남는 기운이 없잖아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큰 위로를 품고 살아요. 이래도 저래도 죽어요. 죽기 전까지, 뭐라도 하나 즐기고 죽자고요. 기쁨의 삶이 기쁨의 최후로 연결됨을 믿자고요.
PS 매일 매일 글을 씁니다. 오체투지를 실천 중입니다. 낮추고, 다가가겠습니다. 박민우의 책이 세상 끝까지 닿기 위해서요. 가까운 학교,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그렇게 조금씩 더 다가가도 될까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열심히 알리고 있어요. 방콕이 맛있어지고, 방콕이 훨씬 행복해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