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끔찍해진 태국 뉴스

부자가 되고 있는 나라들, 피투성이는 수순일까요?

by 박민우


태국 뉴스는 한국 뉴스와 아예 다른 세상이에요. 뉴스의 편집, 시간 개념이 전혀 달라요. 시답잖은 것들도 아주 오래, 오오래 보여줘요. 매일 뱀이나 구렁이가 부엌이나 화장실에 구조되는 게 가장 흔한 뉴스죠. 천하태평, 태평성대로군요. 그런데 변했어요. 살인 사건이나 자살 뉴스가 엄청 늘었어요. 태국 사람들은 자살이란 걸 아예 모르고 사나 봐. 처음 태국에 왔을 때 받은 인상이었어요. 쇼핑몰이나 백화점도 한국인이 보면 위험천만이죠.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가 허리까지 오는 난간이 전부라서요. 3층쯤에서 떨어지면 그냥 즉사거든요. 애초에 건물 설계를 그렇게 해도 되나 싶어요.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간담이 서늘할 거예요. 장난 심한 아이들이 난간에 매달리거나, 훌쩍 뛰어오르기라도 해 봐요. 추락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건물이라뇨. 이상하죠? 그만큼 태국 사람들이 뛰기보다는 걷고, 걷기보다는 서니까요. 큰 사고가 날 일이 없었던 거죠. 요즘 뉴스를 보면, 예전의 태국이 전혀 아니에요. 운전 시비로 주먹다짐하는 것도 흔해요. 예전이라면, 운전 실수를 하건, 끼어들기를 하건 다 넘어갔죠. 이제는 차를 세우고, 차창으로 주먹질을 하고, 칼을 꺼내와서 위협해요. 총으로 사람 목에 들이대고 횡설수설하더니요. 자기 머리통에 쏴서 자살을 하네요. 이건 어제 뉴스입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어요. 딸을 하루가 멀다 하고 때리는 사위를 보다 못해, 딸을 차에 태워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려니까요. 사위가 몽둥이를 들고 차를 막아요. 장인을 피투성이로 패요. 뉴스가 끔찍하다고, 세상이 끔찍한 건 아닐 거예요. 예전엔 이웃만 아는 사실들이 공개적으로 까발려지고 있는 것뿐일 수도 있죠. 그래도 요즘 뉴스는 확실히 격렬해졌어요. 순둥순둥 태국 사람의 뉴스가 아니라요. 병들고, 화난 태국 뉴스가 도배를 하고 있죠. 태국이 아마 더 많이 잘 살게 될 거예요. 최근의 경제 성장률이나 바트화 강세를 봐도요. 튼튼하고, 미래가 밝음을 알 수 있죠. 태국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우등생이 되려나 봐요. 차를 저당 잡히고, 돈 빌려 가라는 은행 광고는 줄기차게 나오네요. 빚을 지고, 사고 싶은 거 사세요. 하고 싶은 장사 하세요. 가장 지능적인 사기죠. 빚을 못 갚으면, 가압류는 물론이고, 지구 끝까지 쫓아가 탈탈 털어갈 건데요. 순진한 태국 사람들은 빚을 지고, 그 빚에 끙끙 앓다가 죽거나, 누군가를 죽이고, 돈을 뺏죠. 알아서 주렁주렁한 망고, 쑥쑥 자라는 벼로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돈맛을 알아 버렸어요. 더 잘 살고 싶고, 미래의 안정이 탐이 나기 시작했어요. 늘 안정적이었는데, 세상이 불안을 심어준 거죠. 그렇게 베짱이로 살면, 암에 걸렸을 때, 자식이 아플 때 어쩌려고 그래요? 다그치는 세상이 됐죠. 정신 차려야 하는구나. 이렇게 살면 안 되는구나. 반성과 위기감이 그들을 조여오니까요. 돈을 빌리고, 사업을 해요. 사업을 하면 열 중 여덟은 망해요. 자본주의 상식이죠. 망한 여덟은 알아서 파산하고, 알아서 파멸해야 해요. 그걸 책임질 리 없죠. 아무도 경고해 주지 않아요. 모르니까 대출을 받고, 모르니까 일을 벌여요. 빚쟁이들이 태국 뉴스를 도배하고 있어요. 우리의 욕망은, 성취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까요? 어떤 친구는 걸그룹이 못돼서 자살하고, 어떤 친구는 걸그룸이 되어서 자살을 하죠. 성공의 의미는 뭘까요? 성공한 열 명 중 둘은, 늘 우리에게 패배감을 안겨주죠. 누구나 열 중 둘이 될 수 있는데, 왜 핑계를 댈까요? 왜 억울해만 할까요? 약해빠지고, 무능한 열 중 여덟은 늘 부족하고, 움츠러들죠. 움츠러든 세상에서 선혈 낭자한 전쟁이 시작됐어요. 베트남도, 캄보디아도 따라가겠죠. 우리를 기다리는 특유의 나른함도, 곧 사라질지 모르겠어요. 속도를 제어해야 할까요? 마음 교육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까요?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해 보이네요. 그 가파른 속도에 튕겨지듯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이렇게 구경만 해야 해요. 자본주의의 부작용이 내 입에서 나올 줄 몰랐어요. 불경한 빨갱이나 입에 담는 소리 아니었나요? 책임지지 않는 자본의 횡포가, 뼛속 깊이 와 닿는 날이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세상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싶어서요. 저만의 오체투지입니다. 학교나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읽혀야 존재하는 저는 작가니까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이, 맛 여행이 새삼 더 재밌어지는 책이죠. 열심히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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