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은 날, 울지만은 않기로 해요.

슬픈 날,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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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은 악의 근원이죠. 요즘 소화 좀 잘 된다 싶으니까요. 밥에 튀김에, 달달구리를 연신 입에 집어넣어요. 낮잠을 두 시간 잤네요. 과식 후 낮잠은, 치명적인 늪이에요. 눈이 안 떠져요. 여러 꿈을 바꿔가며 꿨어요. 어제와 참 다른 오늘이네요. 설리가 세상을 떠났고, 조국 장관이 물러났네요. 페이스북은 어찌나 또 극단적인지요. 아무 일 없이 카페를 가고, 공원을 간 사람과요. 열 뻗쳐서 과음을 한 사람, 세상에 저주를 퍼붓는 사람, 설리를 추모하고, 설리를 대하는 기레기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계속 뒤바뀌며 노출돼요. 같은 세상, 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 정도면 다른 삶이죠. 저요? 사실 저는 멍했어요. 일부러 뉴스도 안 봤죠. 볼수록 피폐해질 것 같아서요. 저는 한국에 사는 것도 아니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을 부담스러워했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무슨 애국자인 척 광분하는 것도 웃기죠. 전, 그냥 이기적인 인간일 뿐인데요. 사실 이기적이어서, 발끈했어요. 우리 위에 군림하려는 분명한 힘, 그 힘이 정당해 보이지 않아서요.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그런데 그런 가오조차 짓밟히는 세상이 불만이었거든요. 지금은 사실 그냥 담담해요. 공포도 사실 과장된 면이 있죠. 지금은 또 다음 단계로의 변화일 뿐이고요. 저의 무기력은 과장됐습니다. 여러분, 우리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저도 이젠 그러려니가 됐어요. 까놓고 말하면, 그런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검색어에 잘 모르는 사람이 1위가 되면요. 또 죽었나? 기사를 찾고요. <나 혼자 산다>나 <불타의 청춘> 같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거면 실망스러워져요. 죽은 사람들을 보면서 위로도 얻어요. 나보다 더 거지 같은 삶도 있구먼. 나는 그래도 암은 안 걸렸으니까. 우울증 약까지는 안 먹어봤으니까. 이러면서요. 우리는 모두 공범이죠. 타인을 몰아세우고, 씹는데 한없이 용감하죠. 그래서 죽으면요? 당당하면 왜 죽어? 죽는 게 벼슬이군. 이젠 이러기까지 하죠. 연예인에게 혹독한 거 맞잖아요. 내 이름 안 드러나면 댓글 폭군 되는 거 사실 아닌가요? 그들은 떼돈 번다고요? 악플 무서우면 연예인 왜 하냐고요? 불특정 다수에게 쌍욕 먹겠다고 계약한 거 아니고요. 그들이 주는 즐거움은 계산서에 제대로 책정하셨나요? 연예인들 덕에 추억의 노래가 생기고, 추억의 드라마가 생겨서, 몇십 년 후에도 뭉클해지는 건요? 오히려 빚진 게 많다고 생각해야죠. 오늘도 공짜로 옛날 노래 듣고, 옛날 오락프로그램 보잖아요. 그러면서도 왜들 그렇게 당당할까요? 반성도 잠깐이고, 내일부턴 또 씹어댈 걸 알아요.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죽는 놈만 바보.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그 정도는 견뎌야 된다고, 알아서 정한 기준들 다 가지고 계시죠. 다 돌아와요. 저주도, 엄격함도 다 부메랑이라고요. 내가 아니면 내 가족이라도요. 한 동네 건너 한 명씩은 뭐라도 하잖아요. 전국 노래자랑 예선전이라도 나가잖아요. 자신의 가족 중에 왜 유명인이 안 나올 거라 확신합니까? 왜, 남의 고통이 내 고통이 아닐 거라 생각할까요? 외로운 죽음 조차 동정받지 못하는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어요. 어머님께 전화드려야겠어요. 한동안 연락을 못 드렸네요. 가까운 사람들의 안부가 더 궁금해지는 오늘이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세상 모든 아픈 사람들이 조금 덜 아프려면, 저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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