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셔요.
방콕에서 가장 이해 안 되는 사람. 달리기 하는 사람. 뛸만한 곳이 없어요. 공원에 가면 되는데, 공원이 많지 않아요. 동남아시아 사람들 웬만해선 안 걷죠. 가까운 곳도 오토바이 타고 가죠.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게으르구나. 저도 처음엔 그랬죠. 저도 대낮엔 절대 안 걸어요. 아예 안 나가요. 한국 가면 또 잘 걸어요. 우리나라는 걷고, 뛰기에 엄청 쾌적한 나라죠. 요즘 방콕에 달리는 사람이 꽤 많이 눈에 띄네요. 꼭두새벽에 땡볕 피해서 달려요. 왜겠어요? 건강하고 싶어서겠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밖으로 뛰쳐나오는 거죠.
분당 미금역 사우나 건물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카운터 어르신이 손님 없으면 이렇게 뛰더라고요. 뛰는 마음은 다 같을 거예요.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내 몸뚱이를 위한 배려, 당장은 숨이 차도, 결국엔 배려.
기억하시나요? 얼마 전 수코타이에 잠시 머물 때요. 지인의 큰 형님이 간경화 말기였어요. 어제 이 세상을 떠났어요. 삶은 달걀을 부엌에서 스스로 까먹던 모습이 떠올라요. 고단백 영양식이 그래도 달걀이니까, 복수로 빵빵한 배를 안고 달걀 껍데기를 까더군요. 달걀 열심히 먹고 기운 차리자. 삶의 의지였죠. 조금만 몸이 괜찮아져도 술만 찾더니요. 결국 몸이 못 이기고, 숨을 거뒀어요. 장례식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오지 말래요. 가족끼리 어수선해서요. 가면 민폐라고요. 저는 천 밧을 봉투에 넣어서 전해요. 환율이 안 좋아져서, 우리나라 돈으로는 거의 4만 원 정도네요. 이제 천 밧 남았네. 또 은행 가야 하네. 사람이 세상을 떠났는데, 저는 이렇게 또 치사해져요. 지금 잔고가 얼마 남았더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저의 솔직함에 놀랍니다. 그럴 때 있으시죠?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지질하다. 못났다. 더럽다. 한심하다. 그런 순간을 좀 오래 바라보면 공부가 되더라고요. 그 모습이 꼴 보기 싫어서 외면하면, 잘 안 보이잖아요. 시침 떼고 싶죠. 나 그런 적 없는데? 들키기라도 하면, 그래서, 뭐? 나만 쓰레기야? 되려 목소리를 높일 거면서요. 인정해야죠. 나는 내 몸뚱이, 나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요. 내가 좋아 죽겠고, 나만큼은 질리지 않고 사랑스러워요. 그러라고 태어났는데요, 뭐. 그 모습을 경멸하기보다는, 그런 모습도 예뻐해 주고, 안쓰러워해 주면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된다. 그럴 수 있다. 그런 따뜻한 시선이 저를 당당하게 만들어요. 그 당당함은, 뻔뻔함과는 다른 건데요. 나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면서, 세상의 불완전함에 관대해지게 돼요. 내가 불완전하니까, 남의 말을 더 들으려고 하고요. 그때 달걀을 까던 깡마른 형님은 이제 세상에 없네요. 그때 제가 페벤다졸을 권했어요. 이 글을 읽는 의사분들한테 혼날 얘기겠지만요. 말기 암환자들에게 요즘 강아지 구충약 페벤다졸이 화제라면서요. 외국에서 완치된 사례가 좀 있나 봐요. 저도 유튜브를 통해서 그 소식을 접했죠. 그 정보를 몰랐으면 모를까, 알았으니까요. 귀띔이라도 해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죠 그 형님은 강아지 구충약은 싫대요. 대마로 만든, 그러니까 마약성분이 들어간 약도 먹어봤는데 잘 안 받더래요. 개가 먹는 구충약을 먹으라니, 어이가 없었겠죠. 달걀을 더 열심히 먹는 게, 그 형님에겐 희망이었어요. 구충약을 먹겠다고 하면, 그때부턴 제가 노심초사였겠죠. 하늘나라로 가면 나 내 죄가 되니까요. 혹시나 하는 마지막 반전은 없었어요. 죽음은 점프가 아닐까? 무릎을 구부리고, 훌쩍 뛰면, 그곳에 죽음이 있는 건 아닐까요? 멀지 않아서, 어찌나 다행인가요. 죽음을 너무 멀리 보는 사람은, 근거 없는 낙천주의자죠. 너무 밝아서, 불길해요. 가까이 있어야, 우리도 명심하며 살죠. 순서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들 죽을 거니까요. 살아있을 때는 열심히 놀기로 해요. 내일 죽을 것처럼 놀고, 사랑하고, 웃자고요. 2020년이 곧 들이닥치니까요. 서두르세요. 가을에만 할 수 있는 것들, 갈 수 있는 곳들. 노트에 적어 놓으셨죠? 빠짐없이 실천들 하시라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하는 오체투지입니다. 세상 끝까지 닿는 글을 쓰겠습니다. 가까운 도서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시면 큰 기쁨이 됩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이 두 배는 즐거워지도록, 최선을 다해 쓴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