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80만 원 알바, 궁금합니다.

궁금해하면 참으로 궁금한 스팸 세상

by 박민우
20191023_072954.jpg 시장 구경은 언제나 즐거워요. 우리네 약밥처럼 달달한 밥이네요.

페이스북 친구 신청이 쏟아지고 있어요. 페이스북 친구 추천을 과감히 누른 결과죠. 아, 여전히 나이트클럽 삐끼가 존재하는구나. 이젠 페이스북으로 영업을 하는군요. 신천지 종교가 엄청나구나(특히 한복 입은 사람들이 많네요). 꽃과 산을 엄청 사랑하는 민족이구나. 깨달음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어제, 오늘입니다. 정면을 뚫어져라 보는 여자 사진은, 아이고 이젠 쉬워요. 고소득 알바를 제게 연결해 주시려는, 헤드헌터님들이시군요. 두 시간 일하면 80만 원이래요. 수요와 공급이 없다면, 진즉에 사라졌겠죠. 이렇게 많다는 건, 그러니까, 고소득 80만 원을 믿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잖아요. 두 시간에 80만 원, 시간당 40만 원 버는 사람도 실제로 있나요? 성공 사례를 저만 모르나요? 페북 전형 합격하면, 면접을 보나요? 외모를 보나요? 체력을 보나요? 말발을 보나요? 나이 마흔일곱 먹은 남자도 수요가 있나 봐요? 80만 원을 아무에게나 주겠어요? 상위 1% 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겠죠. 연예인 얼굴에 키 185, 트레이너 몸매. 이런 사람들이 가져가는 돈이겠죠. 그런 사람이 실제로 응모를 하나요? 뭐가 아쉬워서요? 카메라 테스트, 적성 검사까지 까칠하게 심사하나요? 일단 아무나 다 받고, 수요가 있으면, 보내나요? 어차피 수수료만 떼면 되니까요? 모두 80만 짜리는 아닐 테고. 최저 알바는 얼마인가요? 최저 임금보다는 위겠죠? 시간당 2만 원 정도일까요? 시간당 2만 원 남자와, 시간당 40만 원 남자는 같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나요? 같이 게임을 하면서요? 불려 가는 곳은 전혀 다르지만, 연대감이란 게 있을까요? 회식도 하나요? 시간당 40만 원 벌면, 매일 네 시간만 일해도 연봉 5억이 넘는군요. 사람인지라 매일 못 달리죠. 그래도 3억 정도의 순수익은 가능하겠어요. 어느 업종이나 성공한 사람은 고소득이죠. 우리가 모르는 애환은 왜 없겠어요. 몸 버리고, 정신까지 피폐해져서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나요?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요? 빚을 못 갚아, 조폭에게 매일 시달릴까요? 어라, 멀쩡한 여자가 또 친구 신청을 하네요. 14명의 친구를 공유한 사람이니까 믿을만한 사람이겠죠? 설마 열네 명이 스팸의 번섹 알바를 친구로 둘까요? 대번에 채팅장으로 말을 걸어와요. 우리 카톡으로 이야기해요. 호호홍. 카톡 안 합니다. 답을 했더니, 제 카톡은 아이디는요, 000예용. 기계로군요. 이런 사람과 연결된 열네 명은 어떤 사람일까요? 다들 한통속인가요? 멀쩡한 사람도 있던데요. 멀쩡한 사람도 번섹 알바 친구 할 수 있죠. 세상이 순진하고, 평면은 아니니까요. 꽃과, 아름다운 문구가 범람하지만, 섹스 알바를 찾고, 그곳 문을 두드리는 지원자가 넘치고요. 구원이 임박한 어린양들은 자기들만의 거대한 성을 짓고요. 사실 페이스북은 젊은 친구들이 꺼려하는 공간이죠. 고인물처럼 옛날 사람들이 찾는 플랫폼이 됐어요. 진지하고, 그런데 막장이고, 무례함이 판을 치죠. 사진만 올리고, 댓글은 영혼을 덜 담는 인스타그램이 훨씬 깔끔하거든요. 진지함이 나쁜 게 아니지만, 나만 옳다아아아, 이런 세상이 얼마나 불편할까요? 꼰대의 향연에 소돔과 고모라가 따로 없네요. 페북 완전 초보도 아닌데요. 요즘엔 두근두근해요. 숫자가 뜨잖아요. 친구 신청이나 댓글이 달릴 때마다요. 그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철렁해요. 실수로 번섹 알바가 친구가 되면, 갑자기 제 계정이 도배가 되나요? 댓글도 마구 다나요? 페친이 늘어나면, 뿌듯한가요? 사필귀정. 어쨌든 순리대로 흐를까요? 갑자기 인연이 폭증하면서, 겁부터 나요. 이 불안함도 오래야 가겠어요? 결국 사람 사는 곳. 덤덤해져서는, 제 갈 길가겠죠. 무한한 혼란이라서 섬뜩하고, 신비로워요. 목소리 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페북만 클릭하면 소음이 들려요. 아비규환. 이럴 때 쓰라고 나온 말이겠죠? 연꽃은 진창에서 피어나니까요. 결국 꽃으로, 향기로, 웃음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겠죠. 제가 그런 세상이면, 그런 사람만 모일 테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작은 오체투지입니다. 가까운 도서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지구 끝까지 닿는 글쟁이고파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습니다. 가지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책이래요. 읽은 사람들이 그렇다네요.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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