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제가 이럴 때인가요? 운동 가기로 해놓고, 버스 정류장 앞 새 카페로 꼭 들어와야 했나요? 역류성 식도염이라 어차피 커피도 못 마시면서요. 밀크섀이크를 마시겠습니다. 이왕 들어왔으니까요. 140밧. 우리나라 돈으로 5,400원이네요. 방콕 물가 자비 없네요. 길바닥 동네 카페도 자기주장이 이렇게나 강하군요? 제기랄, 크기는 또 코딱지만 해요. 위에 올라간 건 죠리퐁 같은 건가요? 얼렐레? 초코볼이네요. 페레로 로쉐보다 더 밀키 하고, 홋카이도 생크림보다 더 웅장하네요. 아이고, 고급지게 달달하다. 맛있다고 꼭 인정해야 하나요? 제가 지는 건데도요? 땡볕에 그냥 동네 사람, 후줄근 시내버스 지나가는 풍경도 얼추 강렬하고, 아름답네요. 여기 또 오면 정말 지는 건데요. 차비 아끼겠다고 굳이 쏭태우(트럭 마을버스) 타고 와서는, 사치 찬란한 시간을 허비하네요. 제가 이런 놈입니다. 오늘 아침 수챗구멍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이더군요. 노화일까요? 가을이라서일까요? 사계절 한국에 몸뚱이가 맞춰져 있을까요? 매일 더운 태국 시계에 맞춰있을까요? 꿈을 꿀 때 저는 한국말을 할까요? 영어를 할까요? 아니면 태국어일까요? 한국 뉴스를 보기가 겁나서 일부러 아령을 들어요. 으쌰 으쌰, 새처럼 날갯짓을 하며 백 개를 채웁니다. 이왕이면 백팔 개. 여덟 개 더 한다고 죽겠어? 저의 의지가 백 개를 돌파해서 여덟 개나 더 하는 사람이 됐어요. 몸짱 될 날이 얼마 안 남았어요. 대신 머리털은 우수수, 듬성듬성이겠죠. 공짜가 없네요. 자비가 없어요. 뭐 하나 좀 괜찮다 싶으면, 다른 곳에서 탈이 나요. 그 모든 것에 미련이 없어지면, 죽겠죠. 훨훨 날겠죠. 몸뚱이만 늙고, 마음은 여전히 93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고요. 배스킨라빈스 앞인데요. 정겸심 구속. 정의가 드디어 승리로다. 기쁜 분도 계시겠죠? 검찰과 사법부의 힘이 악랄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죠? 예전 드라마 펀치에서 인상적인 대사를 봤어요. 시장 사람들에게 황소의 무게를 물었대요. 답은 제각각이었죠. 수백 명의 답을 모아 평균을 냈더니, 진짜 소의 무게가 딱 나오더랍니다. 제 마음은 조금 고독하고, 두렵습니다만. 네, 저는 검찰이 무서운 쪽입니다. 결국 휘몰아치는 파도 뒤에, 정리되는 무언가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자기 목소리들이 너무나 커서, 저는 목소리 줄이렵니다. 뻔뻔하게 제 몫의 삶에 안달 나 보겠습니다. 내일 교보생명에서 십이만 원을 삥 뜯어가는 날이네요. 제 주제에 이런 비싼 보험을 왜 들었을까요? 이거 안 내면 조영순 여사가 쪼르르 어머님께, 아드님 무슨 일 있냐고 전화를 걸 걸 알아요. 그 돈 나가면 씨티 은행 잔고는 삼십오만 원이 되겠군요. 그런데 5천 원이 넘는 밀크 섀이크를 퍼마시다니요? 스타벅스 저리 가라 그윽하고, 고결한 맛이 나는데 그럼 안 마시나요? 쓸데없이 황홀합니다. 어떻게든 될 거예요. 보이지도 않는 정자와 난자가 1미터 75의 사내로 성장한 걸 보세요. 지금까지 키우고, 살려낸 힘으로 베짱이처럼 살아보렵니다. 지금 일부러 콧노래를 좀 흥얼대겠습니다. 안 들리시나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작은 오체투지입니댜. 세상 끝까지 글이 닿길 바랍니다. 메일 쓰는 이유입니다. 학교, 가까운 도서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좋은 책이니까요. 도서관이, 학교 열람실이 더 좋아지는 거죠.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은 이 책으로 시작되고, 완성됩니다. 껄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