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겠다고 작심하면 행복해집니다.
140밧 커피를 마시면 어떻게 해? 아침부터 5천 원을 넘게 쓰다니요. 하루 만 원 이상 쓰면 절대 안 되는 삶인데요. 운동하러 나왔죠. 잊지 않았어요. 한 시간 동안 함께 으쌰으쌰합니다. Body Pump라는 프로그램인데요. 음악 틀어놓고, 트레이너와 근력 운동을 하는 거죠. 이두 운동이 저에겐 지옥이네요. 알통 그깟 거 탐도 안 나는데, 트레이너랑 같이 역기 들고, 내리려니까 환장하겠네요.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알통에 지옥불을 지지는 걸까요? 건강도, 몸매도 다 소용없어요. 살기 싫네요. 정말. 안 끝날 것 같던 한 시간이 끝났어요. 살고 싶어져요. 이렇게 열심히, 잘 살고 있었군요. 식욕이 돌아오고요. 방콕의 끈끈한 더위도 가소로워지고요. 이 맛에 운동하는군요. 밀당의 고수는 운동이로군요. 사춘기 소년처럼 볼까지 빨개져서요. 잠시지만, 상당히 젊어 보이잖아요. 이 꼴로 24시간 살고 싶은데 말이죠. 저는 맛있는 걸 먹겠습니다. 하루 만 원만 써야 한다고요? 그딴 거 없습니다. 돈이 없을수록, 골방에서 떨면 안 돼요. 궁지에 몰렸을 때, 우리의 자세는 더욱 중요해요. 쫄고, 한탄하면 말려드는 거죠. 보란 듯이 맛난 거 먹겠습니다. 한참 때는 당연했던 식욕이, 이제는 만개하는 벚꽃처럼 가끔이라서요. 지옥 운동을 견딘 제게 큰상을 줘야겠습니다. 200밧(8천 원) 뷔페집으로 가겠습니다. 8천 원 뷔페지만, 호텔 뷔페입니다. 파스타까지 주문해서 따로 먹을 수 있어요. 심장이 두근두근합니다. 도파민이 콸콸 쏟아지네요. 마약은 왜들 하는 건가요? 운동 빡세게 하고, 먹고 싶은 걸 상상하세요. 그리고 상상을 현실로 만듭니다. 원하는 그걸 먹으러 가는 동안 도파민이 쿠웨이트 유전처럼 쏟아집니다. 네, 저는 지금 약에 취해서 황홀합니다. 팔이 하나뿐인 청년이 길바닥에서 동전을 기다리네요. 저는 원래부터 이기적인데다가, 수중에 밥 먹을 돈뿐이라서요. 지나칩니다. 어허. 이 친구 안색이 안 좋아요.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네요. 진짜 제가 못 살아요. 되돌아옵니다. 다행히 20밧 지폐가 있네요. 800원입니다. 큰 지폐만 있으면 쌩까려고 했더니요. 태국 물가가 비싸져서 20밧으론 한 끼 못 먹지만요. 동전도 제법 쌓였더군요. 뭐라도 먹겠죠. 자세가 중요한데 말이죠. 저렇게 꾸부정하게 앉아 있으면 없는 병도 생기죠. 꼿꼿하게, 참선하듯이 앉아있어야 하는데요. 이럴 때 태국말도 못 하는 제가 짜증 나는군요. 팔 하나가 없는 남자가 또 있어요. 하, 진짜 밥 한 번 먹기가 이리 어렵네요. 이 양반은 구릿빛에 근육질이군요. 세상 모든 거지에게 동전을 줄 수는 없잖아요? 늘 쌩까면서 살았습니다. 오늘만 천사 강림인가요? 왜 이리 착한 척 안달일까요? 공평하지가 않아요. 둘 다 팔이 없고, 이 사람은 나이조차 더 많은데요. 몸이 근육질이라서요? 저처럼 생각하고, 다들 돈을 안 주면 어쩌죠? 제길, 지갑에 20밧 지폐가 없어요. 50밧, 100밧뿐이네요. 50밧을 써야죠. 어쩌겠어요. 이렇게 또 이천 원이 사라지네요. 200밧 밥은 포기해야죠. 쌀국수를 먹어야겠어요. 40밧 쌀국수를 먹으려고요. 지하철을 타요. 멍청한 거죠. 차비나 쌀국수 값이나 비슷하니까요. 가까운 곳에서 두 그릇 먹는 게 나을 텐데요. 아뇨, 아뇨. 기대하는 그 맛, 그리운 그 맛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어떻게든 행복하겠다. 투지가 활활 타오르는 날이네요. 오늘만 살기로 했잖아요. 그런데도 200밧 밥을 못 먹는 소심쟁이지만, 몇 걸음만 걸어도 쌀국수 천지인 나라에서 지하철을 탑니다. 200밧 뷔페 못 먹고 죽어도,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좀 맛난 쌀국수여야 말이죠. 입에 침이 고여요. 가슴도 두근두근. 이런 마음도 언젠간 사라질 걸 아니까요. 그래서 더 기특한 설렘입니다. 어떤 거지를 봐도 이젠 빠르게 지나치려고요. 저도 먹고살아야죠. 쌀국수는 양보할 수 없으니까요.
PS 매일 글로 작은 오체투지를 하고 있어요. 세상 끝까지 닿는 글쟁이가 되겠습니다. 가까운 도서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그렇게 좀 더 멀리 닿도록 도와주세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가시는 분들은 무조건 업어가세요. 좋은 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