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학교, 수강신청들 하셨나요?

간발의 차로 숨이, 쉼이 되는 세상에서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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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5_175000.jpg 빨래만 마르면 됐지. 왜 이리 웅장하기까지 한 겁니까?


태국 뉴스를 보다 보면 태국어를 하루라도 빨리 깨우쳐야겠단 생각을 해요. 근 십 년 방콕에 머물지만, 까막눈입니다. 눈 막고, 귀 닫고 살았죠. 신기하게도 뉴스는 곧잘 이해가 돼요. 트럭 전복사고로 열 명이 넘게 사망한 사고였죠.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회사에 며칠간 실습을 나왔어요. 마지막 날이었죠. 실습을 무사히 끝내고, 쫑파티가 있던 밤 변을 당했죠. 뉴스에선 그날 스마트폰으로 찍었던 쫑파티 동영상을 보여줘요. 상 위에는 맥주와 음식들이 올려져 있고, 웃음소리와, 술집 특유의 소음이 와글와글해요. 죽을 걸 몰랐겠죠. 이제, 졸업이다. 이제, 사회다. 한 날, 한 시에 사라질 걸 모르고요. 그날 그들의 축하는 틀렸죠. 이제 잘해 보자. 씩씩한 다짐도 틀렸고. 이제 돈이란 걸 벌어서, 자식 노릇 좀 하자. 기특한 효심도 부질없었죠. 어그러질 걸 모르니까, 그토록 웃음소리가 가벼웠겠죠? 가벼워야죠. 언제 죽을지 알더라도요. 최선을 다해서 마셔야죠. 마실 때는요.


아이고. 이번에는 다른 뉴스요. 여든이 다된 할머니가요. 모포를 둘둘 말고요. 가족들이 연신 주물러요. 이게 웬일입니까. 사망 선고를 땅땅땅 받고요. 시신을 냉장 보관해요. 삼일 간요. 태국 전통 장례 풍습이 코코넛 물로 시신을 닦는 거래요. 남편이 차가운 시신에 코코넛 물을 주르륵 부었죠. 깨끗하게 닦아서 고이 보내 주마. 슬픔과 경건함이 묻어나는 시간이었죠. 부르르. 시신이 움찔하네요. 살았어요. 죽은 줄 알았던 시신이 살았어요. 살면 또 뭐하나요. 3일간 그렇게 차가운 냉장실에 방치되었는데요. 의식은 없고, 몸만 움찔움찔. 그래도 가족들은 마냥 기뻐요. 우리 어머니 돌아왔다. 더 열심히 주무르면, 돌아오겠지. 의식이 돌아오겠지. 세게에서 효심이 제일인 나라가 태국이죠. 태국 인기 유튜버가 가난한 아버지를 안 모신다고 대서특필 뉴스 도배하는 나라입니다. 성공한 자식은 아버지도 극진히 보필해야 해요. 실제로 톱스타들은 부모님을 챙기고, 보살피는 장면을 많이 보여줘요. 그게 당연한 거고, 그렇게 살아야 자식도 행복하다 여깁니다. 제 눈으로는 태국 노인들이 세상 제일이네요. 외로울 수가 없어요. 황금연휴에 부모님을 보러 가요. 무슨 리조트라도 가는 것처럼 들떠서요. 잘 사는 나라의 노인들은 품위 있게 외롭죠. 외로움을 홀로 견디며, 참 안 가는 시간을 하나씩 세 나가죠. 그렇게 세상에 다시 돌아온 노모는 죽을 자유는 없습니다. 자식들은 어떻게든 남은 숨을 고이고이 지킬 테니까요. 찜통 나라에서 모포를 둘둘 말고, 부채질을 하는 딸은 헤벌쭉 웃기만 해요. 너무 극단적인 죽음 투성이라서, 매일 책 한 권을 읽은 기분이에요. 어떤 드라마보다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진실이 태국 뉴스에 있죠. 아시겠죠? 죽음을 강조하는 게, 삶을 강조하는 거랍니다. 숨통이 붙은 이유가 설마 왜 이리 부대끼는 시간뿐인가? 심란해하기 위해서겠어요? 더 잘 되기 위해서 진통 중입니다. 더 좋은 날만 남았어요. 죽을 때까지, 쭉쭉. 오늘도 희망이 가득 찬 날입니다. 승리는 웃는 자의 몫이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오체투지를 하는 글쟁이입니다. 더욱 작아져서, 세상 끝까지 천천히 닿겠습니다. 박민우의 책을 도서관, 학교에 신청해 주세요. 저의 오체투지가 조금 덜 쓸쓸해지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은 이제 이 책이 꼭 있어야 해요. 저만 믿으십시오.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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