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람은 우주입니다. 끝없이 신비로워요.
저는 운동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한 친구가 머리를 말리고요. 스킨과 로션을 바르더니, 운동복으로 갈아입네요. 운동하기 전에 드라이와 피부 보습은 상식이죠. 어차피 또 씻을 건데? 1분 1초라도 관리된 모습이어야죠. 인스타그램에도 올리고, 페북에도 올릴 거니까요. 저런 열정이 나도 있었나? 스무 살 때도 저 정도 근성은 없었네요. 리스펙!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새끼손톱을 일부러 기르는 사람. 깨끗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더러워 보일 뿐인데요. 그렇게 새끼손톱만 기르고 다니는 태국 사람을 종종 봐요.
아버지의 치아를 목걸이로 만들어 차고 다니는 사람. 화장하고 남은 치아를 캡슐 같은 곳에 넣어서요. 그걸 매일 차고 다녀요. 가끔은 사무치게 아버지가 보고 싶답니다.
드라마에서는 항상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을 떠먹여 줘요. 꼭 아픈 장면이 나와요. 보통은 남자가 누워 있고요. 여자가 숟가락으로 죽을 퍼먹여 주다가요.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서로 지그시 바라봐요. 죽을 떠먹여 주는 여자, 이 여자가 내 여자다. 본죽은 어서 태국에서 사업 시작하시오. 모든 드라마에 협찬하시오. 대박 나실 거요(대박 나기엔 너무 비싼가요?)
마트에서 초콜릿 두유를 한가득 사는 아빠. 내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마음. 그러니까 두유. 하필 그게 설탕 듬뿍 초콜릿 두유네요. 아이고, 아버지.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삼시 세끼 저것만 먹일 것 같아서 저는 좀 속상합니다. 하긴 멕시코에서는요. 코카콜라를 물 대신 마시더군요. 엄마 목말라. 그러면 콜라. 엄마 나 몸이 안 좋아. 그러면 콜라. 아들, 콜라 떨어졌다. 어서 사 오너라. 3리터 페트병을 멕시코에서 봤죠. 진짜 멕시코는 법으로 콜라 좀 자제시켜야 해요. 아슬아슬하단 생각을 해요.
지하철에서 본 서양 친구인데요. 머리숱이 거의 없는데 젤을 듬뿍 발랐어요. 머리털을 지키는 것보다는, 당장의 스타일이 중요한 거겠죠? 필터가 밖으로 튀어나온 고급 마스크에, 안쪽에 마스크가 하나 더 있네요. 태국 공기가 너무 더러워서, 지하철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마음이 편한가 봐요. 잘 모르는 곳은 다 무서워요. 오래오래 마음 붙이면 저처럼 되겠죠. 비닐봉지에 담은 뜨거운 국물도 호로록 먹습니다. 제가!
같은 지하철에서 내리는 서양 노인을 봐요. 꾸부정하고, 한쪽 다리를 절어요. 누가 봐도 아파 보이는 사람.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먼 비행을 견딜 몸이 아닌데 말이죠. 예전에 헬스클럽에서 아흔은 된 서양 노인을 자주 봤어요. 옷 벗는데만 십 분은 걸렸죠. 숨만 아슬아슬 붙은 노인이었죠. 지금은 통 안 보이네요. 방콕에서 눈을 감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말 부러운 삶이죠. 끝의 끝까지 살뜰하게 발라먹고 가는 삶.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그 가치가 남다른 아흔 살. 아프면 안 된다. 더 늙으면 안 된다. 한 시간이라도 젊어지려고 운동을 하는 아흔 살. 십 분이라도 젊어져서 걷고 싶고, 먹고 싶은 아흔 살. 그의 아흔 살이 샘나더군요. 가장 아름다웠을 때만 추억하는 사람은 제대로 못 늙죠. 몸만 늙고, 안은 늘 그대로죠. 거울을 보며 놀라고, 속수무책 무너지는 노화에 분노하죠. 아흔의 노인은 늘 그 나이에 맞게 늙고, 최선을 다하더군요. 내일보다 확실히 젊은 오늘을 감사하면서요. 가죽만 남은 팔로 기구를 드는 그 거북이 같은 모습을 다들 보셨어야 해요. 이기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 삶의 진리는, 그냥 하는 거야. 온몸으로 가르치는 노인이었죠. 먼 먼 진리만 찾는 이들을 부끄럽게 하면서요. 그냥 하자고요. 그냥 늙자고요. 저도 잘 못해서, 이렇게 글로라도 써봐요. 아흔 살 노인의 어깨 운동을 그때 여러분도 보셨어야 하는데 말이죠.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세상 가장 먼 곳까지 내 글이 읽히기를 바랍니다. 가까운 도서관, 학교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시겠습니까? 덕분에 조금씩 더 가까워질 수 있겠네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이 인생 여행이 되도록 돕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