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면 이루는, 나름 인간 드림 캐처
이틀 내내 방에서 안 나갔어요. 오늘 잠깐 마트 다녀온 게 전부네요. 운동을 요즘 좀 과하게 했나 봐요. 나른하고, 소화도 잘 안 되고요. 온몸이 쑤셔요. 자신감 뿜뿜할 때, 꼭 고꾸라지더군요. 까불지 말라네요. 제가 아무리 계산해도요. 몸은 한수 위예요. 이런 기복을 무시하고, 더 미친 듯이 운동하는 게 답일까요? 아플 때, 비참할 때, 더 못생겼을 때. 그때가 중요해요. 바닥을 드러내야 하니까요. 기쁠 때, 당당할 때 무슨 노력이 필요하겠요? 기뻐하고, 당당해하면 되는데요. 내일 더 가볍고, 씩씩해진 저를 믿습니다. 좋아지고 있으니, 저는 여유가 있으렵니다.
2020년 2월 경에 남미로 뜰 거예요. 네, 지금 통장엔 35만이 전부입니다. 한국 돌아갈 비행기 값도 없지만, 저는 갑니다. 작년에 뉴욕, 샌프란시스코도 갔어요. 올해는 코카서스 3국을 다녀왔죠. 통장 상태야 늘 비슷했어요. 간다고 하면, 가게 됩니다. 저를 과소평가했네요. 그러고 보니. 늘 꿈꾸고, 이뤘네요. 그런데도 가난뱅이, 패배자. 이런 자학을 왜 했을까요? 이번엔 부모님까지 모시고 갈 겁니다. 두고 보세요. 저의 여행 기적을 보여드릴 쿠폰을 지금 다들 받으신 거예요. 마구 즐겨 주세요. 일단 형님네 집,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갑니다. 한 달 간은 아르헨티나에 머물겠습니다. 다음은 멕시코입니다. 부모님은 형님네 가족과 잘 지내셔야죠. 저는 혼자 날름 새로운 여행을 떠나려고요. 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을 때 부모님 모시고, 소금 사막과 마추픽추를 보고 올 생각입니다.
멕시코
이미 가본 나라인데, 왜 이리 떨릴까요? 멕시코에 가겠습니다.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콕 집어서, 멕시코입니니다. 쿠바도 고민 중인데요. 멕시코가 먼저예요. 멕시코를 우선 가고, 쿠바는 갈 수 있으면 가고요. 몰랐어요. 멕시코가 그 어떤 나라보다, 그립고, 강렬히 남을 줄 정말 몰랐어요. 스끼다시 정도로 생각했죠. 멕시코가 중남미 여행의 첫 나라였 거든요. 멕시코가 이 정도면, 다른 나라는 얼마나 더 좋을까? 멕시코에서도 콜롬비아를, 브라질을 떠올렸죠. 돌이켜 보니까요. 멕시코는 가진 게 너무도 많은 나라예요. 날씨, 음식(육즙 질질 흐르는 뜨끈한 길거리 타꼬를 꼭 먹어야겠습니다), 유적지(딱히 유적지형 여행자는 아니지만요), 바다(딱히 바다형 여행자는 아니지만요), 놀 줄 알고, 환영할 줄 아는 인디오들. 멕시코에 가야겠어요. 꼭 가야겠어요. 마스코타라는 작은 마을 카를로스는 지금도 아이스크림을 팔까요? 없어졌을 확률이 높죠. 16년이나 지났으니까요. 그래도 가볼래요. 또 아나요? 같은 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지. 저를 기억 못 해도 돼요. 못 하는 게 당연하죠. 그래도 구구절절 16년 전 일을 떠벌려야죠. 찰떡 초코파이를 들고 갈까 봐요. 듣도 보도 못한 쫀득함에 깜짝 놀라겠죠? 새벽에 저를 불러서 드라이브를 시켜줬었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냇물을 그냥 운전해 들어가더군요. 천상 남자. 차의 반이 침수되면서도, 뭐가 그리 기쁠까요? 제가 스페인어를 전혀 못 알아들을 때였는데도, 어찌나 길게, 길게 조잘조잘대던지요.
예쁜 식민도시, 과나후아토에서는요. 에스페란자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야죠. 아마 없어졌겠죠? 작은 가게, 작은 호텔이 15년 이상 그 자리에 있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또 아나요? 분점까지 생긴 성공한 게스트 하우스로 탈바꿈했을 지요. 신기하죠? 안 가본 나라보다 훨씬 설레요. 예전엔 무조건 안 가본 나라, 새 나라여야 했는데요.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을 확인한다는 게, 엄청 설레네요. 과나후아토의 냄새가 16년 전의 저로 되돌려줄 것만 같아요. 너무 행복한데, 눈물이 콸콸 쏟아지는 그런 밤이 하루 정도는 있을 것 같아요.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깜짝 놀라며, 아는 척을 하겠죠? 침샘에서 침이 솟아요. 여행을 꿈꾸는데, 식욕이 자극되네요. 별난 몸뚱이네요, 정말.
남미, 중미. 가세요. 여행지가 달라지면 여행자들도 바뀝니다. 아무에게나 말을 걸고, 매일 밤 밖으로만 쏘다니는 파티광들 뿐이죠. 치노, 치노. 중국사람이란 뜻인데요. 인종차별적 표현이죠. 근본 없는 것들이,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그래요. 치노라고 부를 때는요. 이제는 안 참고, 꼬레아노. 이러면서 눈 부릅 뜰 거예요. 그런 불쾌한 장면이 섞였는데도요. 그립기만 하네요. 좋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서겠죠? 맑게, 뜨겁게 작렬하는 태양 덕이겠죠? 멕시코 아보카도에 소금 톡톡 뿌려서, 바게트 하나에 척척 발라 먹어야겠어요. 코로나 맥주 한 병 따야죠. 몸도 더 건강해져야죠. 멕시코에서 식도염으로 맥주를 못 마시면, 피눈물 날 것 같아요. 제 몸 깨끗하게 복구시켜서요. 멕시코를 날아다녀 볼래요. 쿠바와 과테말라가 또 마음에 걸리네요. 부모님을 모시고, 어쨌든 한국에 다시 돌아와야 해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거죠. 이틀 내내 방에 갇혀 있었더니요. 마음이 먼저 여행을 시작하네요. 2020년이 빨리 와야죠.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거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매년 먹는 나이, 억지 부리지 말아야죠. 당연히 늙는 건데, 무슨 의미부여를 그리 하냐고요. 올해 12월은 그러지 않으려고요. 2020년은 박민우의 새로운 남미 여행이 시작됩니다. 이미 시작됐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하는 작은 오체투지입니다. 더 낮은 자세로, 더 작아져서 천천히 세상 끝까지 닿고 싶습니다. 그런 글이 되고 싶습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 여행을 생각하는 모든 분들이 이 책을 가지고 가십니다. 여러분도 동참하셔야죠. 껄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