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 설사, 오한, 근육통 - 하노이여 오라

죽기 아니면 , 여행하기. 은근 근성 여행자라오. 껄껄껄

by 박민우

몸에 열이 좀 있고, 화장실을 여러 번 다녀왔다. 설마 장염? 하노이로 가야 하는데, 장염? 장이 베베 꼬이고, 온몸이 쑤신다. 카본이라고, 숯을 두 알 먹었다. 방콕 세븐일레븐에서는 숯을 알약으로 판다. 복통이 빠르게 진정되고, 온갖 더러움까지 깨끗하게 쓸어내려 준다니, 먹었다. 안 먹을 거면 몰라도, 먹을 거면 믿어야지. 하노이를 가는 게 맞나? 그럼 가야지. 저가 항공이라 환불도 안 될 텐데. 그 돈을 버려? 그리고 또 새로 사라고? 돈으로 따지면 십만 원, 이십만 원이지만, 가야 한다. 그깟 이십만 원에 목숨을 걸어요? 이해 못 하는 사람은 먹고들 사실만 하군요. 목숨까지 걸 정도로 심각하다면, 노트북을 펼치지도 못한다. 노트북을 두들길 힘이 있는데, 비행기를 포기한다는 건, 상속세까지 내도 자산이 1조 넘는 재벌 2세들이나 하는 짓. 누구나 나라면,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자산 10억 이상인 분들은 공감 금지.

원래는 훨씬 즐거운 도전이었다. 통장 잔고가 35만 원. 과감하게 1박에 십만 원짜리에서 자보겠습니다. 봉이 김선달 같고, 양아치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참이었다.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탈탈 털어서 몇 천 원 남기는 삶도 가능하구나. 애초의 계획은 이루지 못했다. 몸이 아파서다. 아프니까, 원래의 호기는 사라지고, 다시 수줍어져서 1박에 6천 원 짜리로 급선회했다. 멀쩡한 도미토리인데, 아고다에서 5% 추가 할인까지 해줬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결제를 하려니까 3박에 22,000원? 무슨 소리야. 6천 원 얼마라며? 2만 원이 안 넘어야지. 이왕에 아끼자고 작정하니까, 몇 천원에 어찌나 성질이 뻗치던지. 시침 뚝 떼고 있다가, 막지막 결제의 순간에 홀연히 등장하는 경우 없는 새끼들. 세금 새끼, 부가세 새끼. 자객이야? 스파이야? 그깟 몇 천 원으로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너희들은 박멸이 안 되니까, 내가 참는 거야. 감정도 없는 사이코 패스 같은 새끼들아. 보통은 존댓말로 쓰는데, 왜 오늘따라 말이 짧나요? 아프니까, 몇 단어 길어지는 것도 싫다. 오래 달리기 결승점이 저기겠지. 꼴찌로 달려서 한껏 외로운 고3 체력장. 결승선이 눈앞이라 그나마 정신줄 잡고 뛰었더니, 체육 선생님이, 아냐, 그 뒤, 그 뒤. 갑자기 결승선이 왜 멀어지냐고? 달리는 내내 죽고만 싶어서, 어디가 결승선인 줄도 몰랐던 나는, 몇 미터 길어진 결승선에 혀 깨물고 죽고 싶었지. 그 심정으로 글을 쓰니, '요'자까지 가는 길이 너무 먼 거야 ㅠㅠ. 태릉선수촌 검도 선수처럼 짧고, 박력 섹시한 글이 나오는 이유지.


이왕 아낀 거. 꼭 하노이에서 ATM을 찾아야겠어? 있는 돈을 다 뒤지니까, 아이고, 베트남 돈도 만 오천 원 정도 있고, 싱가포르 돈, 필리핀 돈(이건 친구에게 받은 거), 말레이시아 돈이 새끼줄처럼 꾸역꾸역 나오네. 왜 그리 궁상이냐니? 궁상이냐니? 돈이 아예 없는 거지도 아니고, 돈다발 수북한 거 안 보이시나? 이 기쁨이 얼마나 큰지, 상상도 못 할 걸? 삼박 사일 동안 하루 2만 원을 써도 되겠네. 재벌이지. 이쯤이면 재벌 맞지. 쌀국수 이천 원으로 잡으면 열 그릇이네. 하노이에서 교수하는 후배도 만나야 하는데, 아무래도 밥은 내가 사야겠어. 명색이 선배인데, 알아서 대접하렴. 이러기엔, 난, 너무 유명하고, 존경 한 몸에 받는 선배니까. 교수가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 갑자기 현찰 부자가 되었다는 기쁨, 창자가 뒤틀리는 고통, 아무 곳에서나 삐질 똥이 새 나올 것 같은 공포, 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여행 비자로 머무는 한량의 위태로움. 이 모든 걸 꽁꽁 담은 채, 공항으로 간다. 공항으로 간다고요.


감동 포인트: 몸이 활활 타오르지만, 글을 쓰고 있는, 작가 정신! 캬. 불굴 뭐 그런 단어 좀 섞으고 싶습니다.


이 글은 미리 씁니다. 하노이에 도착하면 저녁. 아픈 몸, 한밤중에 일기를 쓸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미리 쓰고, 도장 쾅쾅쾅. 삶은 공짜가 없지만, 또, 무슨 대박이 하노이에서 기다릴지 아나요? 온전한 여행입니다. 3박 4일. 끙끙 앓다가만 오지 않게 빌어 주세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비루한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세상 끝까지 닿겠다는 야망남입니다. 학교, 도서관, 군부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훨훨 날게 도와둘 주세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습니다. 방콕 여행에 이 책만 가져가면 안 되지만, 이 책 안 가져가면 후회하실 겁니다. 진심!






감동 포인트: 몸이 활활 타오르지만, 글을 쓰고 있는, 작가 정신! 캬. 불굴 뭐 그런 단어 좀 섞으고 싶습니다.


이 글은 미리 씁니다. 하노이에 도착하면 저녁. 아픈 몸, 한밤중에 일기를 쓸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미리 쓰고, 도장 쾅쾅쾅. 삶은 공짜가 없지만, 또, 무슨 대박이 하노이에서 기다릴지 아나요? 온전한 여행입니다. 3박 4일. 끙끙 앓다가만 오지 않게 빌어 주세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비루한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세상 끝까지 닿겠다는 야망남입니다. 학교, 도서관, 군부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훨훨 날게 도와둘 주세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습니다. 방콕 여행에 이 책만 가져가면 안 되지만, 이 책 안 가져가면 후회하실 겁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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