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의 행복 강의, 밑줄 쫙!
오늘은 신한카드 결제일이었네요. 드디어 통장 잔고가 20만 원대로 떨어졌어요. 축하해 주세요. 잘 살고 있다고요. 똥줄이 아예 안 타는 건 아니지만, 자랑하고 싶어요.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생각해 봐요. 남은 재산만큼 억울하지 않겠어요? 화산이 폭발해서, 용암이 철철 흐른다면요. 눈 뜬 채 굳어버린 시체는, 부자들이 아닐까요? 아이고 내 돈, 아이고 내 금덩이. 부자를 저주하는 걸로 오해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개인적으로 부자 좋아해요. 다른 세상, 다른 삶이 꿈처럼, 영화처럼 신선해요. 친구들도 돈 보고 사귑니다. 돈 많으면, 밥도 잘 사주더라고요. 이런저런 사람들이 섞여서 지구잖아요. 푸르게 반짝이려면, 한쪽 사람들로만 채워져서는 안 되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반짝반짝.
제가 매일 글을 쓰는 건, 울림을 전하고 싶어서죠. 당장 집으로 돌아갈 비행기 값도 없으니, 얼마나 딱한 처지인가요? 삶으로 전하는 울림이고 싶어요.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위로하고, 건강한 사람이, 아픈 자를 위로하는 것 말고요. 나의 가난으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이고 싶어요. 가진 게 없어서, 저는 누구보다 강력한 작가로군요. 저는 또 발버둥을 쳐야 해요. 그런 상황들이 마냥 유쾌하진 않지만, 절망적이지도 않아요.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운동 에너지요. 써야죠. 제게 있는 운동에너지로 발버둥을 쳐야죠. 쉬운 삶은 어디에도 없는데, 저만 쉬워서야 되겠어요?
우리의 불안은 어디서 올까요? 융자를 다 갚으면, 애들 교육을 다 시키면, 통장에 1억을 모으면, 원하는 사람과 결혼에 골인하면 불안은 끝이 나나요? 새로운 불안은 반드시 따라올 텐데요. 통장에 1억을 모았더니, 1억을 어떻게 굴려야 하나로 골치가 아플 텐데요? 주식을 할까? 펀드? 융자를 얻어서 집을 마련할까? 주식을 하면, 집을 장만하면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길 걸요? 우린 그렇게 입력된 인간이 라서요. 늘 없이 살아서, 잘 사는 사람의 안락은 짐작만 할 뿐이지만요. 누가 제게 무소유의 기쁨이냐? 백억의 불안이냐?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면, 당연히 백억의 불안을 택해야죠. 부모님 역세권 아파트로 옮겨드리고요. 개포동에 신축 아파트도 한 채 장만해야죠. 오를 게 뻔한데, 바보처럼 돈을 놀리면 쓰나요?
백 억이 생기니까요. 돈 냄새는 어찌 그리 잘 맡는지, 여기저기서 꿔달라는 사람뿐이고요. 세금은 또 어찌나 크게 때리는지. 국세청이 날강도군요. 김밥 천국은 이제 더 이상 맛있지 않고요. 내 수명이 백 살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묘한 불안감이 늘 곁에서 지그시 저를 누르는군요. 갑작스러운 행운이 송두리째 날아갈까 봐요.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에 새벽을 뒤척이는 일이 많아지겠죠? 그래도 백억이잖아요. 아무리 불행하고, 불안해도 백억이 면 감수해야죠. 죽어도, 백억 끌어안고 죽어야죠. 미련하다고 욕하실 건가요? 백억 앞에서 미련해야죠.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죠.
돈이 있어도, 없어도 지금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죠. 그래서, 저는 지금 행복해야 해요. 그래야, 백억 복권이 당첨되어도 행복할 수 있어요. 더, 더 가난해져도 행복해질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내일 서울 BBQ 고기 뷔페에 갈 거예요. 방콕에 있는 한식 뷔페인데요. 인당 300 밧이라네요. 만이천 원으로 돼지고기, 닭고기, 김밥, 떡볶이, 김치를 원 없이 먹어요. 방콕에서요. 군대 후임병이 태국에서 화장품을 파는데요. 어찌나 죽는소리를 하는지요. 빚도 없고, 화장품 안 팔아도 되는 제가 쏠려고요. 삼겹살, 김밥, 떡볶이 먹을 생각에 심장이 콩닥콩닥하네요. 내일을 그렇게 황홀하게 보낼 테니, 모레는 또 얼마나 황홀하겠어요? 두 달 남은 2019년은 매일매일 황홀로 채우렵니다. 이렇게 잘 살고 있어서, 저는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축하 좀 받고 싶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오체투지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박민우의 글을 읽어야 합니다. 그러니까요. 가까운 도서관, 학교, 군부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좋은 책이니까요. 다들 열심히 빌려갈 거예요. 아,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방콕이 인생 여행지가 될 수 있도록, 이 기특한 책이 차근차근 도와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