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매일 낑낑대며 코카서스 여행기를 쓰고 있어요.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잘 안 써지고 있어요. 웃기죠? 아무도 쓰라고 안 했지만, 써요. 자비 출판이란 걸 해보려고요. 보따리장수처럼 캐리어에 책 가득 담고, 전국을 누비려고요. 다, 좋다고요. 일단 원고부터 끝내야죠. 늘 욕심이야 어마어마하죠. 언제나 지나치게 재미난 글을 쓰지만, 저는 더 재밌어야겠어요. 독자들은 데뷔작 '1만 시간 동안의 남미'를 최고로 치죠. 처음이니까요. 저도, 독자도요. 다른 책을 먼저 본 독자는, 답이 또 달라지더라고요.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를 먼저 읽은 독자는, '1만 시간 동안의 남미'가 너무 거칠대요. 빈틈도 보이고요. 보세요. 저는 진화하고 있다니까요. 나이를 먹으면, 글발이 나아질까요? 아마도 아닐 거예요. 기술적인 면에서야 발전하겠죠. 손가락이 먼저인지, 뇌가 먼저인지. 피아노 연주자들이 접신한 것처럼요. 저도 누군가가 동영상으로 찍으면, 얼굴 근육을 골고루 씰룩씰룩 쓰지 않을까 싶어요. 손가락만 저만치 앞서가서는 마구 움직일 때도 있죠. 생각이 못 쫓아와요. 오오. 글발 좀 받는 날인데. 순간 감동하고, 다 지워요. 맥락도 없고, 날뛰는 문장들이라요. 켜켜이 쌓이는 재미를 선호해요. 여행 기니까. 분위기도 전달하면서, 나의 서사도 잘 녹아야죠.
별 거 있겠어?
제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어쩔 수 없더라고요. 짬밥이 차니까, 건방져져서요. 남들만큼 설레지 못해요. 시건방진 초반을 비중 있게 다루죠. 왜 왔나 후회도 좀 하고요. 여행기를 계속 써야 하나? 이 삶이 맞나? 의심하고, 한심해하죠. 그러다가, 누군가를 만나죠. 어떤 장소를 맞닥뜨려요. A를 기대하며 왔는데, B가 짠하고 등장하죠. 전혀 다른 걸로, 전혀 다른 결로(걸과 결. 헷갈리지 마시라고요) 저를 쥐고 흔들죠. 남미에서가 가장 과열됐죠. 그런 과열된 저는 코카서스에는 없죠. 늙는 게 먼저일까요? 늙는다는 생각이 먼저일까요? 후자일 거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내 여행, 내 여행기에서 자유로웠다면 코카서스도 즐겁게 과열됐겠죠. 늘 과거와 비교하고, 덜 궁금해하고, 그런 저를 다그치고, 애쓰고, 쥐어짜죠. 늙고, 시건방진 여행자는 조지아에서 기묘한 체험을 해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청춘이, 청춘의 감정이 저를 먹어 버려요. 이럴 리가 없다. 이럴 리가 없다. 몸만 늙어서는 안절부절 못 했죠. 그 순간을 전하는 과정이 될 거예요.
굉장한 여행이었어요. 하찮은 인간 따위가 예상할 수 없는. 그래서 짐을 싸나 봐요. 단 한 번도,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끝난 여행은 없었죠. 에구, 이런 글은 또 술술 잘 나와요. 제가 못 살아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쟁이의 작은 오체투지입니다. 거창하지 않게, 너무 애틋하지 않게, 그렇게 하는 오체투지입니다. 세상 끝까지 글로 닿고 싶어서, 오체투지를 해요. 그러니까요. 여러분은 학교, 도서관, 군부대에 박민우의 책들을 신청해 주셔야 해요. 그 감사함이 얼마나 큰지 모르시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리 감사합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이제 방콕은 인생 여행지로, 거듭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