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를 태우는 중입니다.
여기까지만 공개할게요. 앞으로는 책 내용은 더이상 싣지 않아요. 뜨거운 책이 될 거예요. 이번 여행기는 1인 출판으로 낼 겁니다. 그래서 더 뜨겁고, 더 펄떡거렸으면 해요.
-짐은 여기다 놓고 가세요.
싫은데? 인천공항에서 바쿠까지 짐 안전하게 모시겠다던 직원 데리고 와. 이르쿠츠공항에서 짐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대라고. 공항이 두 개여서, 옆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걸, 어떻게 아무도 안 가르쳐줄 수가 있어? 눈앞에서 비행기 놓치는 사람 보는 재미가 쏠쏠하신가 봐요? 영어 안내문 한 장 아껴서 정신건강이 개선되셨나 봐요? 이 씨이베리아 항공아. 너네 꿈이 고작 그 정도야? 한 번 태운 손님은 그걸로 끝이야? 낚인 새손님만으로도 먹고살만해? 언제까지 최저가로 승부할래? 너네가 놓으라는 곳에 일단 잠은 두고 갈게. 믿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도둑놈이라고 생각도 안 해. 일처리가 그 모양인데, 이 짐이 어디로 사라질지 알게 뭐야? 그래도 두고 갈게. 이 짐이 사라지면, 여행에 대해서 진지하게 되물을 생각이야. 물론 여행도 때려치워야지. 하던 여행이니까 또 하고, 쓰던 글이니까 계속 쓴다? 이 무슨 무책임한 짓거리야. 내 선택을 의심해. 공평함을 바란 적 없어. 부자를 꿈꾸지도 않았지. 그게 비참함과 함께 하겠다는 혼인 서약은 아니 거든. 내가 부러워? 개좆 같은 소리 말라고들 해. 집 팔고, 차 팔아, 그럼. 십 년은 나처럼 떠돌 수 있을 걸? 십 년 후엔 손가락 빨면서 사냐고? 그게 내게 상처야. 십 년 후에도 안락하고 싶은 욕심, 그걸 당연하게 지니고서 나를 부러워해? 한 달, 한 달을 버티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쪼개고, 나눠서 가루 같은 순간에 고개를 조아려. 감사의 태도? 죽지 못할 바엔, 살 이유를 찾아야지. 뭐라도 하나는 기댈 게 있어야 할 거 아니야. 그래서 작은 거에 환호했어. 있는 것 중에선 가장 큰 게, 작은 것들 뿐이라서. 이 운명, 개새끼들아. 잘 들어. 나를 살려줘. 살려줄 거면, 제대로 살려줘. 쥐고 흔들어 봐. 짐이 차라리 사라지길 바라는 나를 완벽하게 홀려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