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고 어떻게 방콕에 안 가죠?

글 쓰면서 나도 당장 가고 싶어 짐

by 박민우
부티 철철, 캠핀스키 호텔


누군가는 좋고, 누군가는 싫고.

백이면 백, 누구나 좋아하는 장소는 없죠.


방콕의 모든 여행자들이 본전 생각 안 나야 한다. 이 생각으로 글을 써요. 힘들게 오셨으니까요. 언제 방콕이 좋아졌나, 저의 경우를 생각해 봐요. 처음 방콕은 별로였어요. 알록달록하기만 한 색감, 걷기에 최악인 인도(좁고, 복작복작), 엄청난 교통체증, 플라스틱 그릇, 플라스틱 컵, 빨대, 비닐봉지. 음식을 담는 용기들의 꺼림칙함. 한 밤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초대형 바퀴벌레, 뒤룩뒤룩 쥐. 언제였더라. 이런 방콕이, 확, 좋아졌을 때가. 밝았을 때요. 일단 좋은 곳들을 보세요. 그렇게 정 붙이고 나면, 저처럼 시장, 깨진 보도블록도 좋아져요. 꾀죄죄함까지 사랑하려면 단계가 필요하죠.


호텔 라운지 다 내 거

대놓고 호객만 안 할 뿐이지. 호텔 공간은 참 관대하죠. 마음 편히 머무르세요. 오, 이 호텔 예쁜데? 느낌 오면 그냥 들어가세요. 부자 손님 홀리려고 혼을 쏟은 장소들이에요. 작품이죠. 예술이 가장 노골적으로 활용되는 곳이에요. 수코타이 호텔은 그 어떤 갤러리보다 아름다워요. 매리어트 호텔 마르퀴스 퀸즈 파크는 화려해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무도회장이 이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요. 상류층,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캠핀스키 호텔은 널찍한 수영장이 시원해요. 실내도 당연히 고급스럽고요. 호텔을 일부러 찾아가라고? 좀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는 해요. 지나치다 가는 쪽이 훨씬 낫죠. 수코타이 호텔은 일부러라도 가볼만해요. So bangkok 도 정말 훌륭해요. 이보다 더 화려한 카페가 방콕에 있을까 싶죠. 소파에 앉아서 룸피니 공원과 빌딩 숲을 교대로 보죠. 손에 생수병이나 커피가 든 텀블러가 있다면 운이 좋은 날이네요. 방콕의 예쁜 호텔을 안방처럼 쓰세요. 안 쫓아내더라고요. 화장실은 특급 호텔 걸 쓰셔야죠. 우리의 엉덩이는 소중하니까요.


So bangkok 라운지에서 공짜로 보는 풍경

열대열대한 카페도 다 내 거

인기 많은 방콕 카페는 대부분 비슷한 콘셉트죠. 치렁치렁 열대의 이파리들, 대롱대롱 화분들, 커다란 창, 숲의 일부가 카페가 돼요. 방콕의 가로수길이라 할 수 있는 곳이 방콕엔 통러라는 곳이죠. 거기에 빠똠 오가닉 리빙(Patom organic living)이 있어요. 방콕의 종로라 할 수 있는 실롬(silom)에는 Bitternan이 있고요. 저는 빠똠은 좋아해요. 비터맨은 별로 안 좋아해요. 비터맨은 제게는 비싸요. 어디가 더 예쁜가? 달라요. 개인적으로는 빠똠이 더 예뻐요. 환하고, 더 개방적이죠. 이런 열대열대한 카페가 방콕에 많아요. 이 두 곳만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한국 사람에게 유명해요. 한국 사람 많아요. 빠똠 오가닉 리빙은 별로라는 사람 못 봤네요. 아, 가는 길이 거지 같아요. 절대 걷지 말고, 꼭, 꼭 택시를 타세요. 저라면 평일 열한 시쯤에 가겠어요. 태국 전통 도시락을 팔아요. 스테인리스 재질의 도시락통에 넣어서요. 음식은 단순해요. 소풍 온 기분이 돼요. 맛은 담백, 분위기는 퍼펙. 월요일은 문을 안 열어요. 방콕의 가게들은 쉬는 날이 제각각이니까요. 구글맵에서 영업시간 두 번, 세 번 확인하세요. 헛걸음하시면, 제가 더 속상할 것 같아요. 그리고 Floral cafe가 요즘 핫해요. 카오산 로드에서안 멀어요. 네, 카페 이름이에요. 꽃이 어떻게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 그 답을 이곳에서 찾아보셔도 돼요.


파똠 오가닉 리빙, 캬 좋음, 좋음

1일 1 마사지, 최소 2일 1 마사지는 기본


하루 정도면 몰라도요. 땡볕에 씩씩하게 걷는 건 저라면 안 하겠어요. 걷는 건 밤에 양보세요. 낮에는 택시로 이동하고, 실내에서 즐기는 일정 위주로 짜 보세요. 그리고 마사지요. 태국은 마사지의 나라잖아요. 일정에 마사지를 잘 섞으세요. 피곤하다 싶으면 한 시간 발마사지 받으면서 눈을 붙이세요. 태국 사람들은 정말 마사지 좋아해요. 시위를 하면서도, 시위 현장에서 마사지받더군요. 마사지는 가격대별로 천차만별이죠. 한 번쯤은 좋은 곳에서 받아보세요. 향긋한 허브 향(레몬 그라스, 시트러스 계열의 향), 적당한 어둠, 서늘한 냉기. 내가 좀 더 소중해지고 있다. 이런 느낌 있잖아요. 저는 헬스랜드를 선호하는데, 여성분들에겐 레츠 릴랙스가 유명해요. 미리 예약을 안 하면 자리가 없어요. 눈만 감고 있는 시간이니까. 낭비로 느껴질 수 있지만, 허비도, 낭비도 아니죠. 온전한 '쉼'은 참 많지 않아요. 눈 뜨면 스마트폰이라도 봐야 하잖아요. 축축 늘어져서, 여기가 방콕이구나. 까무룩 오는 잠을 받아들이세요. 잘 살고 있어요. 잘 왔어요.


여행자의 천국 카오산로드, 나에게도 천국?


카오산로드는 배낭 여행자들이 모여들어요. 젊고, 자유롭죠. 미남, 미녀는 해변에 많은데 카오산로드에도 참 많더군요. 부자 여행자들은 카오산 로드에서 머물지는 않아요. 화려하지 않고, 깔끔하지 않죠. 시끄럽기만 한 해요. 흠, 그래도요. 밤의 카오산 로드는, 매력적으로 떠들썩해요. 난장판 같고, 축제 같아요. 스무 살이라면 카오산 로드죠. 눈 맞아서, 아침까지 손잡고 있고, 그래야죠. 그럼, 나이 든 사람에게는? 그런 분들도 혹할 만한 큰 규모 의술 집, 재즈 바, 식당도 많아요. 많아졌어요. 구경 오 실만 해요. 여행자들이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는 굉장한 가치예요. 일부러 돈 주고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분위기죠. 카오산 로드에서 여행에 죽고 못 하는 폐인들도 보고요. 길거리 마사지도 받고, 길거리 볶음국수 팟타이도 먹고요. 양복도 맞추세요. 인도, 중동에서 이민 온 이들이 카오산로드에 양복점을 차렸어요. 서양 사람들은 여기서 온 한 벌씩 해가더군요. 재미잖아요. 태국에서 맞춘 턱시도 한 벌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죠.


카오산 로드도 혼돈의 카오스만 있는건 아닙죠

미친 혼잡 차이나 타운


방콕 차이나 타운은요. 제가 정말 좋아해요. 저의 취향이 일반적이지 않을 거예요. 사람과 차, 네온사인이 터지기 직전이죠. 사람 많은 거 질색. 이런 분들은 절대 오지 마세요. 차도 더럽게 막혀요. 택시 타고 오면 안 돼요. 꼭 지하철(MRT) 타세요. 후알람퐁 역에서 15분 정도 걸으세요. 차이나타운은 방콕의 평범한 야시장의 열 배 더 붐비고, 열 배 더 어수선해요. 사진에 욕심 좀 있다 싶으면 꼭, 꼭, 꼭 오셔야 해요. 사람과 불빛을 아웃 포커싱으로 날려 버리세요. 인생 사진은 이런 사진이죠. 왕궁이라든지, 거대한 불상 사진은 예쁘지만요. 뭔가 식상하잖아요. 사람이 만드는 풍경에 주목해 보세요. 참고로 제 사촌 형은 이곳에서 밥을 먹고,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친구들만 모아서 오고 싶다고 했어요. 알아서 해석하세요


버티실 수 있겠습니까? 차이나타운

정말 비장의 무기 - 꼬끄렛(Ko kret)


엄격히 따지면 방콕을 넘어요. 논타부리라고요. 외곽지역이죠. 택시를 타고 가세요. 다른 교통편도 있겠지만, 택시 타세요. 태국은 택시비 안 비싸요. 방콕을 벗어나지만, 만 오천 원 정도면 돼요. 인공섬이에요. 배를 타고, 짧은 물길을 건너요. 몇 백 원 내고요. 그럼 섬이죠. 삐걱삐걱 자전거를 빌려요. 아기자기 골목을 누비고, 우거진 시골길에서 뜻밖의 해방감에 빠져 보세요. 어머니, 이모님을 모시고 갔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요. 강력 추천합니다. '유사 치앙마이'를 만나 보세요. 태국까지 와서 치앙마이를 못 보는 게 아쉽지 않으셨나요? 완전히 똑같지는 않죠. 그래도, 이런 분위기면 치앙마이 예습으로 충분해요. 여기에도 우거진 열대의 카페가 있어요. 흐르는 물은 탁하지만, 행복해지는 데는 큰 지장 없어요. 반나절 이상을 투자하셔야 해요. 친구 중에 쇼핑, 도시 도시를 최고로 치는 친구 딱 한 명, 그 친구 한 명만 좀 시큰둥했어요. 참고하세요.


일흔의 어머니도 자전거로 꼬끄렛 일주 하셨습니다

재즈, 재즈 한 밤


재즈는 헝클어진 음악이죠. 혹은 엎질러진 음악? 그냥 흩뿌려놓고, 천천히 의미를 찾아가죠. 방콕의 재즈바는 쉬워요. 누구나 알고, 제목만 모르는 그런 곡들이 술술 나와요. 전승기념관(Victory monument) 역에서 가까운 색소폰(Saxophone Pub)에서 흥에 취해 보세요. 가게 이름이 색소폰 펍이에요. 주말엔 자리 차지하는 것도 전쟁이죠. 홈페이지가 있어요(http://www.saxophonepub.com). 공연 스케줄을 확인하고, 미리 가세요. 좋은 자리에서 보세요. 나쁜 자리에서 봐도 좋아요. 너무 일찍 가서, 힘 빼지 마시라고요. 열대의 기온은 재즈에 특화되어서, 따뜻하게, 땀구멍에 안착해요. 음악에 소름이 돋기 전에 어딘가에 눕고 싶어 져요. 그 나른함으로 서서히 익어가요. 내가 열매가 되어서, 천천히, 당도를 높이면서, 망고가 되어가요. 방콕에 오기를 잘했어. 후회 없는 밤도 익어가죠.


색소폰 펍. 이제 방콕으로 날아가시면 됩니다. 태국 관광청은 저에게 상 안 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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