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태국 지하철도 출퇴근 시간에는 미여 터져요. 그래도 우리처럼 지옥철까지는 아니에요. 문이 열립니다. 승객으로 가득합니다. 한국인이라면 머리부터 들이밀죠. 탈 수 있는지, 없는지는 눈으로 확인하는 게 아니죠. 없는 공간도 만들어야죠. 안에선 비명을 지르건 말건, 밀어주는 사람도 있잖아요. 태국 사람들은 안 그래요. 그냥 멀뚱멀뚱 보내요.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두 배는 더 탈 수 있는데도요. 알아서 포기해요. 민폐라고 생각하는 거죠. 남에게 피해 주는 거 극도로 싫어해요. 저는 달려들죠. 집에 좀 늦게 간다고, 운동 좀 늦어진다고, 큰 일 안 나는데요. 저는 밀어붙여요. 놓치기 싫어요.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기 싫어요. 그렇게 늦어지는 5분이 싫죠.
-그래 가지고 먹고살겠냐?
한국 사람 기준으로 태국 사람들은 굶어 죽기 딱 좋아요. 근성이 없어요. 양보하고, 포기하고, 지는 쪽을 택해요. 같은 동남아시아라고 해도 베트남은 또 달라요. 악바리 근성, 한국 못지않죠. 저는 본질적으로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태국 사람도 한국에서 태어나면 한국 사람 되죠. 우리나라 사람도 태국에서 태어나면 태국 사람 되는 거고요. 역사가, 날씨가, 상황이 만드는 거죠. 인간 별 거 없어요. 저 좀 보세요. 태국 조금 살았다고, 걷는 거 싫어해요. 웬만하면 뭐라도 타요. 땡볕에 땀 흘리는 거 싫잖아요. 예전엔 태국 사람 게으르다고 생각했죠. 더운데 열량 소비 덜 하는 게 지혜로운 거지. 지금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방콕에서 왜 붐비는 지하철로 몸을 구겨 넣을까요? 직장인도 아니고,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닌데요. 왜 태국인처럼 다음 지하철을 못 기다릴까요? 손해 보는 거 싫고, 시간 낭비하는 거 싫어서요. 지겹잖아요. 꿈속의 저는 왜 사고를 치고, 뭔가를 잃어버리고, 군대에 재입대할까요? 한국사람은 공포 속에 살죠. 서두르는 게 '옳은' 거죠. 그래서 많이들 아프잖아요. 먹고살려고 발버둥 치는 건데, 왜 피폐해지기만 할까요? 느릿느릿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직장에서 천하태평, 굼뜬 후임을 보면 살인 충동만 들 뿐이죠. 욕 안 먹고, 잘리지 않을 정도로 살아남으려면 눈치가 있어야죠. 빠릿빠릿해야죠. 자신이 생각하는 속도요. 괜찮으세요?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만큼의 속도가 맞아요? 나를 파괴하는 속도까지는 가지 말자고요. 본인이 아픈 줄도 모르고, 최선만 하지 마시고요.
PS1 오늘 뉴스에선 전깃줄이 갑자기 도로로 쏟아지면서, 길가던 사람이 감전이 됐어요. 죽지는 않았지만, 무시무시한 뉴스로군요. 새들이 전깃줄을 파먹었다네요. 새 새끼들아, 먹을 게 지천에 깔린 방콕에서 그 줄을 씹어야 했냐? 특히 뚱뚱 비둘기님들, 먹을 것만 먹읍시다.
PS2 매일 글을 써요. 작은 오체투지입니다. 세상 끝까지 다가가기 위해서요. 저는 작은 몸부림 중입니다. 가까운 도서관, 학교, 군부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세요. 저의 몸부림이 의미가 될 수 있도록요.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이왕 방콕 가실 거면, 좋은 책 한 권 들고 가셔요. 방콕이 인생 여행지가 됩니다.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