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9,173원 작가입니다.

글쟁이의 삶, 아니 누군가의 삶, 정말 정말 많은 누군가의 삶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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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애드 포스트에서 돈이 들어왔어요.


9,173원


이 액수는 제 블로그에 방문하고, 네이버에서 노출한 광고를 클릭한 후 정산되는 금액일 거예요. 매일 글을 쓰고요. 네이버,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려요. 매일 올립니다. 네이버가 책정한 저의 가치는 한 달


9,173원


입니다. 브런치는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이죠. 여기선 또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요. 제 글의 공유가 뚝 끊겨요. 어제 저는 구독 신청을 받겠습니다. 글을 올렸죠. 브런치에서 볼 때 원칙에 맞지 않는 글이었나 봐요. 그전까지 최소 공유가 4,50은 유지하다가요. 공유가 1이 돼요. 글을 쓰는 곳이지, 글을 파는 곳이 아니거든. 맴매. 저를 꾸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살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을 뿐인데. 내동댕이 쳐지는 느낌이, 참 아파요. 차갑고요. 나름 열심히 쓰고, 열심히 소통해도 저만 대견한 거죠. 비참함이란 감정을 소중히 생각해요. 제가 누군가를 위로할 적절한 사람이 되고 있어요. 함께 견디는 작가, 괜찮지 않나요? 배가 고파서 괴로운 게 아니죠. 배가 고프기까지의 노력이 아픈 거죠. 그 노력이 개무시당할 때, 아주아주 아픈 거죠. 나만 배고픈 것 같아서, 외로운 거예요. 배만 고픈 게 아니라요. 그런 감정이 요 며칠 제게 다녀갔다고요.


대신 저는 다시 태어났잖아요. 통장잔고 빵원의 사망선고에서, 몇십만 원을 소유한 우량아가 됐어요. 구독신청을 받고, 통장은 열어보지 않았어요. 그냥요. 돈 때문에 구독신청을 받지만, 돈 때문만은 아니니까요. 나름 몇 명이나 신청할까에 무신경해지고 싶어서요. 죽을 때가 되어서야 완성되는 모자이크의 예쁜 퍼즐 몇 조각을 지금 맞추고 있어요. 저의 모자이크는 결국 아름답겠지만, 가까이서 보면, 명암이 뚜렷한, 별의별 색감의 모자이크였으면 해요. 화려해지고 있는 중이죠.


오체투지. 제가 매일 글 말미에 오체투지란 말을 해요. 다시 반성합니다. 이까짓 걸로 의기소침해지다뇨. 완벽한 절망 속에서, 끝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막막함을 안아야 오체투지죠. 절망 안에서, 아늑함을 느껴야 해요. 그 절망이 제 것이고, 제가 자맥질을 해야 하는 곳이죠. 천천히, 하지만 푹 잠겨서 앞으로 나갑니다.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게 아니라, 그 정도만 허락된 숨인 거죠. 그 숨을 조금씩 나눠서 쉬면 돼요. 천천히 나갑니다. 아주 약간 더 성장한 제가 이 밤에 자판을 두들깁니다. 글로 뽑겠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세상 끝까지 닿겠다는 바람으로요. 가까운 도서관, 학교, 군부대에 박민우의 책을 신청해 주시면, 저의 오체투지가 덜 외롭겠습니다. 2019년은 '입 짧은 여행작가의 방콕 한 끼'를 알리고 있어요. 9년간 방콕에 머물면서 발견한 단골집, 그리고 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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