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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r 15. 2019

치명적 비주얼 맛집을 고발합니다

랍스터 쌀국수지만 안 괜찮아. 방콕 유명 식당 Pe aor

여행 프로그램에서 나온 맛집은 꼭 가봐야 할까요?


당연히 가 봐야죠.

욕을 해도, 먹고 욕을 해야죠.


나는 먹어 봤어.

나는 가 봤어.


잘난 척하려고 여행하는 거 모르는 사람 있어요?


나는 아닌데요?


세상이 다 님처럼 우아하질 않네요.

인스타그램 보세요.

오늘 화장 하나도 안 받았어. 힝.

나 살쪘엉. 뿌잉뿌잉

살쪘다고, 못 생겨졌다고 고민 많은 분들이 어찌나 많은가요?


못 생긴 사진, 뚱뚱한 사진 하나 올리려고 백 장을 찍어요.

백 장 중에 1등 사진을 올리고, 울먹울먹


Pe aor라는 문제의 국숫집이에요.


비주얼 최강 똠얌 국숫집이죠.

처음 갔을 땐 대박대박

곧 나올 방콕 맛집 책 가장 위쪽에 있었죠.


결국 뺐어요.

괘씸해서요.


1,500밧 비주얼입니다.

54,000원이에요.

팔뚝만 한 랍스터니까요.

연어 살도 보이고, 오징어순대도 보이고요.


랍스터는 그 어떤 나라도 싸지 않아요.

듣기로 쿠바는 싸다더군요.

동남아시아라고 절대 싸지 않아요.

2,3만 원 하는 랍스터 들어갔으니

54,000원 받을 수도 있죠.


예전엔 6백 밧 랍스터 국수도 있었대요.

그런 메뉴가 쏙 빠지고


천 밧, 1,500밧, 2,000밧 비싼 랍스터만 강매해요.


얄밉잖아요.

그래서 뺐어요.


그래서 가지 말라?



가세요.


이곳의 똠양꿍은 우유를 넣어요.

보통은 코코넛 밀크를 넣죠.

그래서 순하고, 이상하게 깊은 맛이 나요.

대신 좀 더 달달하고, 짜요.


보통의 똠양꿍이 이미 맛있으면 이 맛이 불만이겠고요.

보통 똠양꿍이 약간 거북하다 싶으면, 이게 인생 똠양꿍이 돼요.

서양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똠양꿍이죠.


그래서 5만 원 내고, 먹으라고?


아뇨, 아뇨.


60밧(2천 원) 똠얌 쌀국수도 같은 육수를 써요.


느낌 오시죠?

왜 제가 추천하는지 아시겠죠?


그래요. 2천 원으로 5만 원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그깟 랍스터 살점 꼭 먹어야겠어요?

우리 아담한 새우님 무시하시나요?

육질만 따지면, 태국 민물 새우

사진 속 새우가 더 풍부하게 감칠맛이 나요.

저를 믿으세요.

진짜요.


게다가 여기 단품 메뉴들이 의외로 괜찮습니다.

볶음밥, 튀김류 등등요.

음료도 괜찮아요.

여기 타이 밀크 티,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은근 찾기 어려운 하니 레몬 차도 있어요.

랍스터 쌀국수만 빼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들이에요.



비주얼이 달라요. 태생은 같다고요. 60~80밧

다른 사람들이 5만 원짜리 시키고, 이게 돈값을 하네, 마네

인상 쓸 때요

여러분은 정말 해맑게 실용적인 자세로

모든 메뉴를 쾌적하게 즐기실 수 있어요.


혹, 맛이 그다지여도요.

그건 어떤 맛집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발랄한 여러분은 그저 재미나고, 웃음만 날 거예요.


5만 원 육수 맛 봤잖아요.

우유 들어간 똠양꿍 처음이잖아요.


식당과 주변이 상당히 허름한데요.

방콕에서 약간, 아주 약간 치앙마이스러운 분위기이기도 해요.

태국 무슬림들이 많이 살아요.


골목길 분위기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죽고 사는 분들이면 랍스터 국수 시키세요.

천 밧(999 빗) 짜리도 있어요.


실망하거나, 화가 날 일 없겠죠?

이 비주얼은요.  여기 아니면 건지기 힘들어요.

이슬만 먹는 비주얼 파는

돈 쓰세요.

비주얼 만족감이 혓바닥 만족감보다 중요한 사람이 이젠 대세잖아요.

그래서 먹방에 돈 퍼주시는 거잖아요.


제 맛집 책에서는 뺐어요.

빼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단골집만 남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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