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가치는요?
꼰대라고 욕이나 뒈지게 먹을 말이긴 하네요. 행복이 먼저죠. 일만 죽어라 하는 삶이 삶인가요? 과거의 유물이죠. 청산해야 할 가치가 맞죠. 제가 누군가요? 정규직으로는 평생 일 년 일했어요. 떠도는 유랑자의 삶이니까요. 귀담아듣지는 마세요. 네가 그런 말 할 처지냐? 그렇게 보셔도 돼요.
아르메니아에 갔을 때, 투어를 했어요. 투어가 새벽부터 시작해서 밤 열 시에 끝나더라고요. 가이드를 하는 친구는 여자였어요. 영어, 러시아어는 물론이고 한국말도 하더군요. 일주일 내내 하루도 안 쉬고 일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1년을 일했대요. 그렇게까지 일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 칩시다. 집에 돌아갈 시간만 기다리게 되잖아요. 로봇 아니잖아요. 기계 아니니까요. 차가 막히면 초조해야 맞죠. 내 시간이 그만큼 축나는 건데요. 아르메니아 사람도 흥이 많아서요. 버스에서 가라오케 틀어놓고 열심히 노래까지 해요. 네, 저도 강남스타일 열창했습니다. 버스 안 평정했습니다. 가사 못 외워도 그냥 지르면 돼요. 그 가이드는 누구보다 신나서 깡충깡충 노래하고, 노래시키고, 노래 찾고 하더군요. 떼창을 주도해요. 다들 지쳐서 자는데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랑 콧노래라도 부르더군요. 그게 직업인 건 알죠. 분위기 띄우면 팁도 좀 생기고요. 제가 물었어요. 안 지치냐고요. 재밌대요. 자기는 이렇게 같이 여행하는 게 즐겁대요. 본 거 또 봐도 재밌대요. 충격적이지 않나요? 집에 돌아가면 열한 시고요. 또 내일 새벽에 출근해야 해요. 내내 처 놀기만 한 저도 얼른 숙소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거든요.
전 유재석이 그런 사람일 것 같아요. 촬영 시간 길어져도, 자기 퇴근 시간이 먼저인 사람은 절대 아닐 것 같아요. 방송이 괜찮게 뽑아질 때까지 구르고, 더 찍자고 할 사람처럼 보여요. 제 오해일까요? 선을 긋고, 여기까지는 내 시간. 이런 사람이 더 많아져야죠. 개인의 행복은 그 어떤 가치보다 위니까요. 대신 그건 분명해요. 성공이나, 남다른 성취감은 그 기준으로는 안 돼요. 이 정도면 됐어. 보통은 자기가 그 기준을 만들어요.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어. 나 정도면 충분해. 길이 다른 거죠. 평균의 가치를 누리는 게 못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그걸 택하시고, 열심히 누리시면 돼요. 저는 글을 쓰잖아요. 글을 쓰는 시간이 노동이죠. 노동이 끝나는 시간을 간절히 기다려요. 그래, 이 시간이 끝나면 유튜브도 보고,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자. 그런데 그 자유로운 시간에 주로 문자로 된 것들을 읽어요. 페이스북이라든지, 뉴스라든지,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슈(요즘 드라마, 코로나 바이러스, 정치 이슈)를 봐요. 자유로운 시간에 누군가와 비교하고, 평가하고, 사회악인 세력들을 경멸하고,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걱정하고, 안심하고를 반복해요. 자유 시간에 순수한 행복에 도달하지 못하더군요.
노동은 벗어나야 마땅한 감옥이 맞는 걸까? 그런 질문을 제게 하고 있어요. 감옥 바깥도 사실은 딱히 감옥이 아닌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를 지배하는 '글자들'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글자로 분석하고, 고민하고, 결론 내면서 우리의 뇌를 채우죠. 부질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자유와 감옥. 우리가 선을 그으면서 시작되죠. 그 자유 때문에 감옥은 더욱 감옥이 되고요. 고3 때 집에 돌아가서 들어야 할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만 생각했어요. 그 방송을 들으면 행복하니까요. 대신 공부 시간은 더욱 지겨워지죠.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는 시간이 항상 재미있는 건 아니었는데도요. 경계의 저쪽과 이쪽을 구분하면서 이쪽의 가치가 너무 폄하되고 있죠. 저녁이 있는 삶은 모두가 같지 않아요. 내 저녁은 어때야 한다. 자신이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처럼 누려야만 행복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어요. 자신을 의심해 보세요. 몰입의 가치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사람만 있는 것 같아서, 이런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꺼내 봐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이 주는 진동은 어디까지 갈까요? 지구 끝까지 닿기도 할까요? 제가 열심히 흔들려 보겠습니다. 어디까지 닿는지 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