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미스터 트롯 제 원픽은요

트롯이 이리 좋은 음악이었나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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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좋아할 때 같이 좋아하면 지는 느낌이 들어요. 난 남들과 달라. 싸구려 자부심으로 살죠. 프로듀서 101도 절대 안 봤어요. 내일은 미스터 트롯? 네, 네 알겠습니다. 살펴 가세요. 이왕 빠질 거면 프로듀서 101이죠. 조작으로 시끄럽긴 하지만, 어린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싶어요. 정신이라도 어려져야, 미래지향적이고, 쌩쌩한 뇌 상태를 유지하지 않겠어요?


어쩌자고 유튜브는 제게 미스터 트롯 동영상들로 꼬드기는 거죠? 네가 뭘 안 다고, 감히 내게 동영상을 추천하냔 말이다. 정동원의 '보릿고개'가 시작이었네요. 그걸 보면서 눈물이 핑 돌다니요? 제목도, 노래도 다 처음입니다. 그때부터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이찬원이 부른 '진또배기', '울긴 왜 울어'에 반하고요. 오늘은 한 팀이 되어서 부른 '희망가]에 질질 짜고 있네요. 우리나라 아니면 어림도 없어요. 쟁쟁한 실력자들이 어찌 이리 많을 수가 있죠? 열 살 홍잠언 노래하는 거 보셨나요? 아이가 감정 표현을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요? 잠언이가 그렇게 부르니까, 제가 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으니까 믿을 수밖에 없지만 이게 말이 되냐고요. 진짜 전생이 있는 건 아닐까요? 아이의 감수성을 훌쩍 뛰어넘어요. 기억에 없는 백 년 정도를 이미 산 게 분명해요. 그 내공이 노래로 나오는 거죠. 우리나라 사람은 정말 미쳤어요. 중간이 없어요. 어중간한 실력을 인정해 주는 법이 없죠. 웬만큼 잘하면 표도 안 나요.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은 드물어야 하는데, 왜 이리 많냐는 거죠. 누가 우승하죠? 누가 우승해야 할까요? 공중 부양 가수가 다섯 정도 보이는군요. 우리 동원이도 거기에 낄 수 있을까요? 동원이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나는데 어쩌죠? 그래도 임영웅이나 김호중, 영탁을 이길 순 없겠죠? 어른들이라서 곡을 마디마디 쪼개서 분석하고, 강약을 조절하더군요. 그걸 아이가 어찌 당해내겠어요? 천재니까 가능할까요? 이 어른들도 어릴 때 다들 동원이 만큼 불렀던데요? 순위 정하고, 탈락시키는 사악한 프로그램에 말려들다니요?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어요. 결과가 어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누가 이기든, 섭외도 엄청 들어올 테고, 최후에 남는 5명 정도는 돈방석에 앉겠죠? 동원이도 그중 한 명은 될 수 있겠죠?


박서진과 조명섭을 혹시 아시나요? KBS 아침 마당에 나왔던 사람들인데요. 조명섭은 KBS 트로트 경쟁 프로그램 우승자더군요. 박서진과 조명섭이 미스터 트로트에 나왔으면 씹어먹었을 거라는 말이 많더군요. 이미 공중부양 가수가 여럿인데, 그들들 압도하는 실력자가 더 있다고요? 찾아봤죠. 박서진은 장터를 떠돌면서 노래를 했던 가수래요. 이미 팬덤이 어마어마해서 박서진 관광버스만 적으면 아홉 대, 많으면 스무 대래요. 박서진 무대 한 번 보려고 그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거죠. 장구의 신이라는데요. 장구를 격렬하게 두들기면서도 호흡이 전혀 안 흔들려요. 한 번 유튜브로 찾아 보세요. 그냥 미쳤어요. 미친 사람이 노래도 하고, 장구도 쳐요. 그리고 조명섭은 인터뷰하는 걸 좀 보세요. 올해 스물두 살이라네요. 그거 잘못된 정보일 거예요. 잘못된 정보여야 해요. 옛날 노래를 불러도, 평상시 모습은 이십 대여야 하잖아요. 어르신이 말씀을 하시네요. 껍질만 젊어요. 해방 전후 명동 멋쟁이 신사가 환생해서 노래를 하더군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신비로워요. 트로트가 뭐라고, 제게 이런 긴장감과 신비로움을 주냔 말이죠. 남들이 봉준호 감독 수상에 흥분하는 동안, 저는 트로트 세상을 배회하면서 처울고 자빠졌습니다. 이놈의 순위 프로그램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끝나도 못 빠져나올 것 같긴 해요. 제 원픽은 이찬원, 정동원입니다. 원픽이 왜 둘이냐고요? 아니 이 둘을 어떻게 빼요? 못 뺍니다. 이찬원, 정동원 파이팅!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공감을 나누는 만만한 글쟁이였으면 해서요. 반갑습니다. 내일도 오세요.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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