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공포가 서서히 조여오고 있어요
( 손 쓰지 마세요. 면봉에게 양보하세요. 친절한 엘리베이터)
방콕이 통행금지까지 시행되려나 봐요.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갈 줄 몰랐어요. 현재까지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은 네 명뿐이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극히, 지극히 양호한 성적이잖아요. 무에타이 경기장에서 슈퍼 전파자가 발견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어요. 저는 한국이나, 이탈리아 뉴스를 접하다 보니까요. 여전히 좀 태평해요. 바깥 기온이 너무 뜨거우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못 견디겠다. 사람이 먼저 쪄 죽을 것 같거든요. 더 더운 인도도 잠잠하고 해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죠. 우리가 모르는 속사정이 더 있는 게 아닐까. 감염 숫자도 훨씬 더 되지 않을까. 지금은 그런 추측을 해요. 어제부로 가게나, 카페가 포장만 가능해요. 그러더니 오늘은 통행금지까지 알려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느릿느릿. 모든 게 천하태평인 나라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모든 걸 통제하니까요. 저도 좀 당혹스럽습니다. 한 달 이상 감옥살이를 해야 해요. 그것도 상황이 나아진다는 전제하에요.
태국 사람들은 겁이 많아요 그래서 이번 일로 벌벌 떠는 사람 많아요. 이미 제가 사는 아파트는요. 엘리베이터 버튼도 면봉으로 누르게 하고 있어요. 손을 대면 절대 안 된다. 이게 서서히 태국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어요. 배달 음식은 초호황입니다. 택시 애플리케이션 그랩(Grab)이 음식 배달도 해요. 우리나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택시 애플리케이션이 따로잖아요. 같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배달과 택시 서비스를 같이 하니까요. 시너지가 엄청나요. 게다가 오토바이 택시라는 것까지 있는 나라라서요. 전 국민이 택시 기사, 전 국민이 배달맨이 되는 세상이 된 거죠. 게다가 좀 더워요? 밖으로 나다니는 거 자체가 쉽지 않은 나라잖아요. 배달 음식이 정말 빠르게 자리를 잡더군요. 우리보다 배달을 덜 해 먹던 나라가요. 지금은 삼시 세 끼를 다 배달로 때우고 있어요. 혁명적인 변화입니다. 장사가 잘 되는 식당 앞에는 배달 오토바이, 그러니까 그랩(Grab) 오토바이가 열 대 이상 대기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배달 음식을 받으면 손부터 씻어요. 요즘 방콕 사람들 풍경입니다.
쓰나미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파도가 사람을 삼킬 줄 몰랐대요. 워낙 천천히, 아름답게 저 멀리서 파도가 다가오더래요. 넋 놓고 보고, 사진 찍다가 죽어나간 사람이 그렇게 많았대요. 심상치 않다. 이렇게 생각하고 높은 쪽으로 뛰어간 사람들은 다 살고요. 바이러스도 생명이잖아요.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는 거라서요. 느리지만 더 쌩쌩한 놈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죠. 이 더운 나라에서 또 어떻게 변이를 할지 모른다는 거죠. 안갯속 세상입니다. 제가 방콕을 좋아했던 건 떠들썩함이었어요. 언제 나가도 쌀국수가 있고, 바비큐가 있는 나라니까요. 그런 나라가 이제 고담시처럼 셔터를 내리고 있어요. 사람들을 집 안에 가두고 있어요. 방콕의 상황을 자주 전할게요.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서요. 언젠가 글로 만난 여러분들과 직접 마주하는 날도 왔으면 해요. 그땐 아는 사람인 것처럼 떠들어 봐요. 제 글을 읽었으면, 이미 아는 사이죠.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