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은 베트남의 치앙마이일까?

한 달을 뭉개고 싶은 천국 또 어디 없나요?

by 박민우

2월에 달랏을 다녀왔어요. 여행 꿈도 못 꾸는 지금, 작은 해방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00205_163440.jpg Cafe Nông Trại Vui Vẻ 인생 사진을 원하십니까? 여기 어떠십니까?

제2의 치앙마이가 될 수도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왔어요. 어떤 여행이어야 할까? 해맑은 여행이 더 좋죠. 노력 중이지만, 아직은 자유롭지 못해요. 의식하고, 분석하려고 해요. 나만 좋으면 어쩌지? 이렇게 여행해도 되나? 저, 딱하죠? 자유로워질게요. 노력할게요. 약속! 너무 많은 정보가 꼭 좋은 건 아니죠. 저의 이야기는 여러분에게 실패의 기회를 뺏는 거예요. 달랏이 안 좋으면 어쩌지? 그런 쫄깃한 긴장감 갖고 오셔야 하는데 말이죠.

치앙마이는 늘어지는 오랑우탄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날씨도 훨씬 덥고요(달랏에 비해). 태국의 전반적인 문화가 느긋함이기도 하고요. 여행자들이 어디나 많이 보이죠. 인구는 십오만 명도 채 안 되면서, 여행자들이 현지인만큼이나 많이 보이죠. 치앙마이 얘기예요. 배낭 여행자, 부자 여행자, 태국 여행자들이 골고루 섞여있죠. 달랏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더 사랑받는 곳이라요. 치앙마이에 비해선, 국제적인 느낌이 덜해요. 아침이면 15도 정도까지 떨어지더군요. 오토바이를 타면 손이 깨질 것처럼 시려요(목장갑이라도 챙겨 가세요). 1,2월은 1년 중 날씨가 가장 좋을 때래요. 우기(4월부터 11월까지)는 비가 거의 매일 온다고 해요. 종일 오는 건 아니고요. 우기야 동남아시아 어디에나 있지만, 달랏은 아마 을씨년스럽지 않을까 싶어요. 시내 중심엔 큼직한 수언흐엉 호수가 있어요. 우리나라 신도시 분위기가 약간 나요. 수언흐엉 호수가 달랏의 첫인상이 될 거예요. 끈적하고, 혼란스러운 하노이나 호찌민에서 왔다면, 고산지대의 청량함에 소름부터 돋을 거예요. 날씨가 좋을 때는, 안구가 시원해져요. 하늘이 파랗고, 호수가 파래요. 녹색의 푸름 말고, 파란색의 푸름이 물기를 가득 품고는 건강하게 반짝여요. 수채화를 그리고 싶은 풍경이 거기에 있죠.

치앙마이의 대체제는 아니에요. 둘이 많이 달라요. 달랏은 조금 더 북적여요. 달랏 인구만 해도 40만 명이 넘고요. 치앙마이는 어디나 사원이잖아요. 사원을 중심으로 카페, 숙소들이 섞여 있죠. 달랏은 산기슭에 집들이 조르르 채워져 있어요. 80년대 우리나라 산동네가 떠올라요. 치앙마이는 길을 걷다가 멈추게 되죠. 예쁜 호텔, 카페들이 어디에나 있죠. 달랏은 좀 들어가야 해요. 아무래도 오토바이나 택시를 이용하시는 게 나을 거예요. 걷다가 발견하는 카페들은, 일부러 찾아가는 카페들에 비해 좀 떨어져요. 일부러 찾아가세요. 제가 갔던 곳, 블로그, 유튜브를 검색하셔서요. 실망하실 일은 없어요. 제가 갔던 곳들만 돌아도, 입이 안 다물어지실 거예요. 놀랐어요. 저는 베트남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던 사람입니다. 공산국가 중에 중국보다 더 잠재력이 있는 나라로 베트남을 꼽았어요. 대학생 때부터니까 이십 년도 더 됐네요. 제가 세상 돌아가는 거에 관심이 많아요. 의외라고요?

시장 경제를 들여와서 각 잡고 나라를 바꿔보자. 베트남은 그걸 도이모이 정책이라고 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개판인 거예요. 다들 사기 칠 궁리나 하고요. TV에서 나오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그렇게 유치할 수가 없어요. 문화의 가치가 다른데 어떻게 함부로 평가하냐고요? 그래요. 문화는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되죠. 그들만의 자부심이라든지, 날카로운 감수성이 전혀 안 읽혀서요. 외국 영화를 한 사람이 그냥 더빙을 해서 틀어주고요.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전통 복장을 한 사람이 현대 시대에 와서, 같은 동작을 반복해요. 질질 끌어요.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고민이 보이지 않는달까요?

음식값 같은 걸로 여행자와 시비가 붙잖아요? 왜 나랑 다른 손님이랑 가격이 다르냐? 주인에게 따지 면요. 손님들도 다 주인 편이 돼요. 네가 잘못 안 거야. 우리도 네가 낸 가격으로 먹는 거야. 한패가 되어서 여행자를 바보 만들죠. 카페에서 노트북 전원을 확 뽑기도 하더군요. 커피 한 잔 시키고, 무슨 전기를 그리 오래 쓰냐고요. 하긴 그때 커피 값이 너무 쌌어요. 전기를 쓴 제 잘못이죠. 그랬던 나라였어요. 달랏에 있는 내내 불쾌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잔돈으로 장난치는 사람도 없었고요. 오히려 체크 아웃이 두 시까지인데, 더 있어도 된다며 친절을 베푸는 주인도 있었고요. 오토바이에 기름을 채워서 반납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어요. 돈으로 때우려 했거든요. 그냥 가래요. 활짝 웃으면서요. 그 순간 약간 충격받았어요. 베트남 사람을 동남아시아에서 악착같아서 악명 높아요.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기름 안 넣어간 저를 보면서 활짝 웃는 거예요. 많은 인구, 똘똘하고, 생활력 강한 민족성이 이제 드러나고 있어요. 중국보다 늦게 찾아왔지만, 결국 찾아오네요. 그들의 잠재력은 이제 시작일 거예요.


달랏으로 오세요.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카페와 공원들을 하나씩 하나씩 담아가세요. 제가 본 것도 일부일 뿐이고요. 훨씬 많은 곳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경제가 성장한 만큼 의식 수준도 자리를 잡고 있어서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나라가 됐어요. 이젠 감각까지 채웠어요. 카페를 돌면서 몇 번은 소름까지 돋았으니까요. 비가 와도 가세요. 종일 내리는 거 아니니까요. 날씨에 겁먹지 말고, 가셨으면 해요. 워낙 좋은 곳들이 많아서, 좋은 기억은 얼마든지 챙기실 수 있어요. 어린아이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시내는 오토바이 때문에 마음껏 걷기엔 좀 불편할 테니까요. 하노이나 호찌민에서도 아무 문제없었다면, 가족 여행도 강력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론 침낭이 유용했어요. 밤에 춥더라고요. 이것도 어떤 숙소냐에 따라 다르고, 이불 더 달라고 하면 챙겨줄 테니 참고만 하시고요. 침낭이 요긴한 날씨긴 하더라고요. 드론 카메라 아시죠? 공중으로 확 솟구치면서 전경을 보여주잖아요. 그 어떤 곳도 아름다워지죠. 오토바이로 구석구석을 쏘다니면서요.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었어요. 공중에서 볼 수 있는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땅에서 보기 위해 열심히 퍼즐을 모았죠. 호수로, 꽃밭으로, 커피농장으로 헤집고 다니면서 공중에서 겨우 보이는 아름다움을 감지했어요. 푸르고, 화사한 산속의 진주. 달랏입니다. 여러분이 가면 더, 더 좋아져 있을 거예요. 대신 빠른 속도로 비싸질지도 몰라요. 사람 눈은 다 비슷해요. 전 세계 여행자들을 빨아들일 거라 확신해요. 두려워하지 마시고 가세요. 이왕이면 오성급에서도 하루 정도는 머물러 보시고요(제가 애프터눈 티를 마셨던 아나 만다라 달랏도 방이 참 괜찮다더군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세상에 흩뿌려지고 싶어서요. 어차피 허무한 삶이라면, 저는 노래하며 살려고요. 글이 제게는 노래고, 흥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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