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죽음은 아프고 또 아픕니다
저는 매일 글을 쓰잖아요. 세상은 시름시름하는데 한가하게 여행 이야기나 해도 될까? 그런 생각을 할 때도 많아요. 공감하면서 살고 싶어요. 오늘도 이천에서 큰 사고가 있었네요. 뉴스에 나오는 큰 사건만이겠어요? 사실 매일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고 있죠. 우리는 좀 더 편하게 먹고 싶은 것뿐인데, 배달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빙판길, 폭우 속에서 목숨을 걸죠. 먹고사는 공포가 더 크니까요. 나는 괜찮겠지. 나는 괜찮겠지. 긍정이 아니라, 주문이 되어서 자신을 위로하죠.
저는 십 년 넘게 방콕에 머물고 있어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이렇게 됐어요. 빠르고 유능한 한국에서 적응할 능력이 없어서요. 느리고, 느슨한 방콕을 택한 거죠. 이곳에서 글을 쓰고 근근이 살아요. 한 달에 사오십만 원 정도를 쓰면서요. 요즘엔 코로나로 외출 자체가 없어졌어요. 카페나 식당은 다 문을 닫았어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죠. 아침에 시장 잠깐이 전부고요. 방에 갇혀서 지내요. 신기하죠? 나쁘지만은 않아요. 어느 때부턴가 부족함을 잘 받아들여요.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소유가 더 행복이 아님을 알게 됐거든요.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이 전부 다 잘 살았다면 저도 악착같이 더 벌려고 했을 거예요. 그 돈 때문에 가족끼리 칼부림을 하고, 폐인이 되는 뉴스를 보면서요. 아, 돈이란 게 무서운 놈이 될 수도 있겠구나. 욕심이 잦아들더군요.
젊음도 마찬가지죠. 나이를 먹으면서 여기저기 고장이 나요. 발뒤꿈치 각질은 또 어찌나 심한지요. 내 몸이 이렇게 딱딱해질 수도 있구나. 신기해서 오래 본 적도 있어요. 젊을 때는 마냥 뜨겁잖아요. 성욕에 안절부절못하고요. 그때가 좋죠. 모든 감각이 살아있어서요. 향수 냄새에 특히 민감했던 것 같아요. 저도 향수 여러 개를 모았죠. 주말도, 아침도 향수로 시작했어요. 버버리 위크엔드를 좋아했었네요. 이제는 향수가 저를 설레게 하지 못해요. 쓰던 것도 다 버렸어요. 안 쓰게 되더라고요. 청춘의 불안, 사랑, 배신 이런 것들 지나고 나니 다 예뻐 보이긴 하지만, 불안도 컸죠. 악몽도 많이 꾸고요. 그때 악몽 10을 꿨다면, 지금은 1 정도 꿔요. 받아들여서인 것 같아요. 아프면 어쩌지가 아플 수도 있지로 바뀐 결과죠. 돈도, 젊음도 많으면 좋지만, 적어도 좋다. 둘 다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 이렇게 사고가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갇혀서도 신기할 정도로 잘 지내요.
이천에서 생을 마감한 노동자 분들도 많은 걸 욕심내지 않았을 텐데요. 소소한 일상이 이리도 힘들어요. 완벽한 세상은 불가능해도, 좀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할 테니까요. 소중한 목숨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일들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해요. 혹시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죽음 이후에도 있다면, 부디 쉴 수 있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삶이 해결해 주지 못한 안정감을 안고 그렇게 쉬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의 잠자리가 죄스러운 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