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11년 산 촌놈이 한국 가면 놀라운 점

한국은 별천지입니다. 여러분을 대신해서 제가 대신 놀라겠습니다

by 박민우

방콕에 머물면서 일 년에 한두 달 한국에 가면요. 참 한국이 예뻐요. 특히 산이 예쁘고, 도시에 촘촘촘 카페들이 반가워요. 다른 나라도 다 이 정도는 되지 않나? 자연의 아름다움이야 태국도 어마어마하죠. 아니, 전 세계 어디든 풍광 뛰어난 곳들이야 많죠. 골목골목 시골 시골 어디나 뛰어난 바리스타들이 볶은 커피는 한국이 최고인 것 같아요. 이탈리아가 아니라요. 세상에! 제가 한국 갈 때마다 놀라운 점!


한국의 도시가 이렇게 예쁜 나라였나?


서울에 도착하면 오렌지 색, 라임 색, 파란색 버스들이 일단 눈에 확 띄더군요. 한강이며 탄천이며 물을 끼고 공원들이 어디에나 있죠. 농구하고 싶고, 조깅하고 싶고, 자전거 타고 싶으면 그냥 집만 나서면 되죠. 방콕에선 초대형 공원에나 가야 마음 편히 달리기를 할 수 있죠. 방콕을 대표하는 룸피니 공원 가면 무슨 마라톤 대회가 있나 싶게 떼거지로 달려요. 주변 집값은 태국에서도 가장 비싸죠. 공원 때문에요. 우리는 그런 공원이 어디에나 있더군요. 은퇴하고 머물고 싶은 쾌적한 나라가 됐어요. 현대, 기아 자동차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요. 자동차가 도시를 더 뽀대나게 하더군요. 제네시스 같은 자동차는 몇 번을 뒤돌아 보게 해요. 벤츠나 BMW가 너무 밋밋해 보일 정도더군요. 그 제네시스가 길에 엄청 많이 보여요. 단위 면적당 부자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는 한국이 아닐까요? 뉴욕과 서울을 비교하면요. 맨해튼 타임스퀘어 주변은 종로나 강남역보다 훨씬 화려하죠. 대신 노숙자들이 어디에나 있어서요. 속 편히 즐기기엔 씁쓸한 면이 있죠. 보스턴의 통일감 있는 빌딩 숲은 쫌 뽀대가 나기는 하더군요. 고층 건물들이 통일감 있게 압도적인 느낌은 좀 적지만, 그건 또 부산과 송도가 열일하고 있더군요. 한국의 도시 정말 예뻐요.


무슨 치킨 종류가 이렇게 많아?


간장 치킨 정도에서 끝날 줄 알았어요. 양념 치킨으로 이미 세계 치킨 역사에 한 획을 그었잖아요. 치즈를 올리고, 마라 양념을 섞고, 인도 마살라를 펴바르고. 전 세계 숨겨진 향신료는 다 끌어다가 치킨에다 비비더군요. 치킨집만 있나요? 찜닭, 닭갈비, 닭 칼국수. 한국은 닭에 미친 나라인가요? 좋다는 뜻이에요. 비비큐 황금 올리브 정도면 최고였는데, 이제 한국만 가면 선택 장애가 와요. 기본 치킨만 먹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랄까요? 멜론 치킨 차트 정도는 나와줘야 하지 않나요? 영양가 없는 음원 차트 말고 저는 치킨 차트(라면 차트도)를 보고 싶습니다. 매일매일! 어떤 치킨이 출시하자마자 1위를 하는지, 역주행하는 치킨은 무엇인지, 밤 열두 시 이후에 줄 세우기를 하는 팬덤형 치킨은 무엇인지 너무너무 알고 싶습니다.


아니 원래 딸기가 이렇게 컸었나요?


우리나라가 유전공학도 세계 1위인가요? 과일이 이렇게 커지는 거 다 유전공학 덕인 거죠? 딸기, 사과가 이렇게 컸었나요? 저번에 사과만 한 딸기 보고 충격받았어요. 그 어떤 나라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품종 개량이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더군요. 크면 맛이라도 없어야죠. 너무 달고, 너무 커서 먹다 보면 섭리에 역행하는 한국만의 신기술이 두렵기까지 해요. 중소 도시 마트에서도 망고스틴 파는 것도 놀랍더군요. SSG 마켓 청담점 정도에만 있을 줄 알았거든요. 시골 어르신들까지 망고스틴을 찾는 세련된 나라라니요? 막걸리에 망고 스틴 드시는 겁니까? 제사상에 망고가 올라가고요? 나라 전체가 이리 코스모폴리탄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가요.


어마 무시한 물가, 특히 물냉면


평양냉면 맛집에 갔더니 한 그릇에 만사천 원이더군요. 알고 보면 남는 거 없나요? 육수를 내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이 드나요? 제가 무식한 거겠죠? 백반이 오히려 너무 저렴한 게 아닐까 싶더군요. 단품으로 국수 한 그릇이 이 정도 가격이라뇨? 콩국수, 막국수 등등 한 그릇 요리가 만 원 안팎이더군요. 마트에서 파는 과일, 농산물 가격도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비싸게 느껴져요. 이렇게 비싼데 다들 어떻게 사나 싶더군요. 아, 갑자기 초계국수가 확 먹고 싶네요.


이 많은 종류의 라면을 누가 원했나요?


마트에 가서 충격받은 것 중에 라면과 만두의 종류요. 이렇게까지 많았나요? 라면 종류만 백 개는 족히 넘겠던데요? 마트에 보이는 라면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매대를 차지하지 못한 라면은 또 얼마나 많나요? 우리나라 라면은 한 번씩은 다 먹어 봐야지. 그게 상식이었는데요. 이제는 라면 이름조차 못 외우겠더군요. 한국에 간다면 가장 먹고 싶은 라면은 앵그리 짜파구리랑 오뚜기 진진 짜라(짜파구리 라이벌). 정성껏 먹고 맛을 비교해 보고 싶네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오늘은 몸살이 왔는데도요. 썼어요. 저와의 약속이라서요. 약속 어기면 밥 안 주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거든요. 안 굶으려고 썼습니다. 에고, 삭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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