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암울한 여행의 미래를 공상하다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갈 거면,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를 가지 그래?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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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제선 수요는 5분의 1로 줄어든다. 해외여행은 극 상류층의 전유물이 되고, 해외 여행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된다.


#1 내 방


-깜빡 잠들었더니 인천 방콕 왕복 백만 원 티켓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편도 백만 원이라고 해도 묻고, 따지지도 않고 샀을 텐데, 왕복 백만 원이라니. 잠이 오드냐? 이 한심한 놈아. 죽어, 죽어!


#2 이십 년 지기 홍보 마케팅 지인과의 통화


-제정신이세요? 남프랑스 여행 사진을 페이스북에 왜 올렸어요? 제가 이탈리아 다녀온 사진 인스타에 올렸다가 난리 난 얘기 안 했던가요? 밤에 혼다 다니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아서 경찰에 신고했더니요. 여행작가였던 거예요. 인스타 팔로워만 5만 명인데 여행 끊기고 우울증에 걸렸다는 거예요. 저도 여행하며 글 쓰는 사람이라서 그냥 합의 보고 끝냈죠. 여행은 다녀와도 입도 뻥끗 마세요. 괜히 길에서 돌 맞는 수가 있어요.


#3 아침 뉴스 1


최고의 보이 그룹 XYZ가 뮤직 비디오를 재촬영했다는 소식입니다. 5주년 기념 정규 앨범의 더블 타이틀 곡 모두 뉴질랜드에서 촬영을 마쳤는데요.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자체 판단하에 제주도에서 재촬영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뮤직 비디오 촬영 날짜에 맞춰 아랍에미리트 왕실 여섯 공주가 제주도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여섯 공주 모두 XYZ의 열혈 팬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첫 번째 왕비가 보호자 자격으로 제주도행을 결정함에 따라 정부에서는 국빈급 예우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야당 대변인은 국빈급이 아니라 대놓고 국빈이라며, 청와대를 향해 강력한 항의와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4 역시 아침 뉴스 2


비행기 표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 1등석 가격은 왕복 4천 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해외 방문이 잦은 연예 기획사를 중심으로 비행기 구입이 늘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구입해서 운영하는 방식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자체 판단 때문인데요. 비용 절감은 물론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류 연예인과 동승하는 비행기 티켓을 판매함으로써 항공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미국 왕복 티켓은 이코노미석이 왕복 천만 원, 1등석은 5천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연예인 항공권을 처음으로 시도한 MS 기획사 주가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등, 시장 반응은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역시 아침 뉴스 3


노래방, 게임방, 안마방에 이어서 여행방이 동네 상권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신이 가져온 여행 사진을 VR 가상현실 영상으로 재상영해 주는 방인데요. 대부분이 울음을 참지 못해서 방음 시설이 우수한 여행방으로 손님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이 됐다는 상실감에 대부분의 고객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실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모든 여행방은 인공호흡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이번 주 내로 통과 예정입니다.


#역시 아침 뉴스 4


여행 공연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미 가본 여행지를 실감 나게 말하는 여행 작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실제보다 과장된 여행담은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지만, 비교적 유익한 사기라는 여론 덕에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행작가 박민우의 남미 콘서트는 2천 석이 단 십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마존 분홍 돌고래를 오랄비 치실로 청소해 줬다는 대목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박민우가 치실 한 통을 탈탈 털어 돌고래 잇몸을 긁더라는 아마존 원주민의 제보에 따라 논란은 일단락됐습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오늘은 그냥 재미난 글을 쓰고 싶었어요. 이런 날도 가금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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