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저는 태국 방콕에서 11년째 살고 있어요. 1년에 한두 번 한국을 가고요. 참 많은 게 바뀌었어요. 당연한 거지만요. 그중에 특히 눈에 띄는 변화를 써봐요.
1. 음식 간이 많이 싱거워졌어요
부암동 자하손만두 있죠? 줄 서서 먹는 집이요. 만둣국에 간이 거의 안 되어 있더군요. 국물도, 만두소도 '무' 맛에 가깝던데요. 채소 무 말고요. 없다 할 때 그 '무'요. 그 맛에 먹는 거라면서요. 자하손만두는 20년 넘은 맛집이니 제가 미처 몰라본 거겠죠? 라면도 예전에 비해 많이 삼삼해졌어요. 사람들은 그래도 짜다고 불평하더라고요. 음식 간이라는 게 그래요. 싱겁게 먹을수록 싱거움 안에서도 맛을 찾아내죠. 저처럼 초딩 입맛은 살짝 외롭습니다.
2. 개와 고양이의 급부상
자신의 애완견과 모르는 사람이 물에 빠졌다. 누구를 구할 것인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이런 질문이 올라왔는데요. 깜짝 놀랐네요. 애완견이 더 많더군요. 애완동물이 가족으로 편입된 거죠. 사람 이상의 가치가 된 거죠. 저때는 개나 고양이가 참 처참했어요. 키운 개를 잡아먹는 경우도 흔하고, 흔했죠. 요즘 청담동 동물 병원이 대한민국 돈을 다 쓸어 담는다면서요? 고양이 동영상에 조건 반사적으로 다들 반달눈이 되더군요.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개, 독립적이면서 친구 같은 고양이.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해칠 수도 있는 인간과 비교하면 확실히 동물의 장점이 많기는 해요.
3. 전국의 브랜드화
여행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지방이 많이 예뻐졌더군요. 저 때는 칙칙한 맛에 지방을 갔죠. 우울하고, 촌스럽고, 자연만 예쁜 지방이었죠. 도시도 그냥 시골이라고 불렀어요. 서울 촌놈들은 서울 빼고는, 다 시골인 줄 알았으니까요. 최근에 광주 송정역 시장 보고 깜짝 놀랐네요. 재래시장이 이렇게 힙할 수도 있구나. 간판도, 가게도 다 예쁘면서, 예전의 멋스러움도 남아 있더군요. 부산은 해운대 쪽의 초고층 건물들, 대구는 서울 안 부러운 세련된 맛집과 카페들이 인상적이었네요. 저 때는 대구나 광주를 여행으로 간다고 하면 응? 하는 분위기였죠. 지금은 갈 곳도 많고요. 세련된 곳도 많고요. 대신 가격도 강남 가로수 길 후려갈기더군요. 어딜 가나 팥빵은 특산품이고요. 저는 그 팥빵을 모두 좋아합니다. 특히 대구 크림, 팥 폭격 빵들은 어마어마합니다.
4. 착해졌어요. 사람들이
안 믿기시죠? 확실히 예전보다 길에서 목소리 높이면서 싸우는 모습이 줄었어요. 술 취한 사람이 비틀비틀 걷는 모습도 덜 보이고요. 어제도 취했고, 내일도 취할 거야. 이런 어르신들이 길에 참 많이 보였어요. 음주 운전, 안전벨트 미착용은 기본이었죠. 음주 운전하면 쓰레기가 되는 지금이 낯설어요. 당당한 건 아니더라도, 거의 당연했거든요. 지금의 바람직한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려고 저도 음주운전 개쓰레기. 같이 목소리를 높이기는 하는데요. 어릴 때 보고 자란 게 있어서인지 우러나는 분노는 아니네요.
5. 늙지 않는 사람들
전국 노래자랑을 볼 때마다 충격에 휩싸여요. 아니 저 사람이 쉰 살? 예순 살? 말도 안 되는 동안들이 왜 그리 많나요?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우리나라가 심하게 안 늙어요. 아시아 사람들과 비교해도요. 피부는 백인보다 더 하얗고요. 타고난 좋은 피부를 어찌나 열심히 관리하는지 사람들이 늙지를 않아요. 이게 또 극과 극인 게 관리를 안 하는 사람이 또 왜 없겠어요? 관리한 사람과 관리 안 사람이 극단적으로 다르더군요. 동창회 모임을 가면 선생님과 제자가 섞여 있는 듯한 분위기더군요. 젊어 보이는, 심하게 젊어 보이는 분들 부럽습니다.
6. 카페의 생활화
카페가 삶의 일부, 큰 일부로 자리 잡았어요. 학생들은 도서관 대신 스벅을 선호하더군요. 가족끼리 가벼운 나들이로는 카페만 한 곳이 없죠. 아주 어릴 때는 다방뿐이었고요. 대학생 때는 쟈뎅, 캐스팅, 글로리아 진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생겨났죠. 거기도 나름 멋쟁이들이 가는 곳이었고요. 쟈뎅에서 로투스 비스킷을 하나씩 주잖아요. 그거 까먹으면서 카푸치노 마시면 갑자기 몽마르트 언덕 파리지엔이 된 것 같았는데 ㅋ. 이렇게 주택가 깊숙이까지 카페, 카페로 채워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7. 일본의 폭락 혹은 몰락
우리 때는 일본이 대단했죠. 여자들은 논노 잡지 없이 멋쟁이는 꿈도 꿀 수 없었죠. 패션은 일본이었죠. 일본 가전제품은 부의 상징이었죠. 전축이 집집마다 필수 가전 제품이었잖아요. 좀 사는 집들은 일본 파이오니아, JVC 하나씩 들여놔야 했죠. 서점에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책들로 가득했어요. 일본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배워야 한다. 일본인들의 근면, 성실을 닮자. 출판계가 매국노 저리 가라였죠. 일본 노래들은 금지곡이었어요. 대놓고 듣는 게 불법이었죠. 몰래몰래 들으니 어찌나 더 좋던지요. 지금요? 패션이면 패션, 가전제품이면 가전제품, 자동차면 자동차. 일본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있네요. 최근의 불매 운동을 빼고 봐도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볼 수 있고, 손가락 움직일 수 있으면 죽을 때까지 한 번 써보려고요. 멋지게 늙고 싶어요. 또 알아요? 글이 저를 바꿔 줄 지요. 일흔 쯤에 신비로운 분위기의 할아버지가 되고파요. 나름의 노후 미용 대비라고 해둡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