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고 싶나요? (주의 심각한 몽유병 기법)

개소리라고 하기엔, 쓰고 나니 조금 더 행복해진 것 같음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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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방금 바퀴벌레 한 마리를 놓쳤어요. 젠장, 글 쓰느라요. 나름 몰입하느라요. 밤만 되면 탄탄한 긴장감 속에 살아요. 제가 글 하루 못 쓴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약속을 해가지고 몸만 힘드네요. 후회해요. 그런 생각을 해요. 아무것도 안 하면 마음이 편할까? 행복할까? 돈이 많아도 일부러라도 일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걸까? 건물주가 빌딩 계단 청소를 하는 마음은 뭘까? 저, 진지해요. 행복은 어디에서 나오죠? 노동에서 나오나요? 돈에서 나오나요? 답이 나올 수가 없겠네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겠죠. 여러분은 그래도 돈인가요? 부자가 제일 부럽나요? 저는 아니에요. 그건 확실해요. 물론 부자도 부자 나름이죠. 정신까지 부유한 사람은 부럽습니다. 돈의 가치는 안정감일까요? 우월감일까요?


저는 곧잘 야쿠르트를 떠올려요. 어릴 때 코딱지만 한 야쿠르트가 불만이었어요. 저걸 열 병 한 번에 마실 수 있을 만큼 부유해지고 싶다. 지금 저는 부유하지는 않아도 야쿠르트 열 병은 사 먹을 수 있죠. 왜 저는 야쿠르트 열 병을 사 먹을 생각을 안 하고 있을까요? 언제부터 이 꿈이 꿈이 아니게 된 걸까요? 야쿠르트는 소니 워크맨, 나이키 운동화, 게스 청바지 등으로 바뀌었고요. 대부분은 제 거가 됐어요. 잠깐 좋고 말더라고요. 왜 이걸 가지고 싶어 했을까? 남들이 가지고 싶어 하니까요. 어련히 알아서 개떼처럼 달려들까요? 이유가 있겠죠. 요즘 멜론 음원 차트랑 똑같네요. 음원 차트 1등이면 좋은 노래인 거잖아요. 유튜브 조회수 높으면 저도 들어야죠. 좋은 거 저만 못 누리면 되겠어요? 남들이 좋다면, 좋은 게 맞겠지. 열심히 들어요. 좋은 것도 같아요. 판소리 인간문화재가 유명 DJ, 래퍼와 콜라보를 하면 좋은 건가? 갸우뚱하지만 그게 1등을 하면, 리스펙부터 하죠. 조 말론, 딥 디크 향수가 한참 인기일 때, 백화점에서 맡아봤어요. 응? 모르겠어요. 그런데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다고 했으니까, 나쁠 리는 없고. 오래 쓰면 더 좋은가 보지. 어떻게든 좋게 해석하려고 기를 써요.


나이를 먹었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첫 댓글에서 반대되는 의견이 나오면, 동조하는 댓글들이 우선 달리잖아요. 맞는 생각인 것 같아요. 내가 틀렸나? 닥치고 그 의견을 외워요. 이 연예인이 예쁜가? 잘 생겼나? 다들 그렇다는데 나만 아니라고 하면 열등감인 건가? 꼰대의 노안인 건가? 요즘 대세 얼굴을 그냥 외워요. 어차피 내 눈이 탁월한 것도 아닌데, 분위기는 깨지 말아야죠.


돈이 없어서 게스 청바지 못 사고, 옹골진이나 TBJ 청바지 사 입고 학교 가면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더라고요. 디젤 청바지가 80만 원이 넘고, 발망은 삼백만 원이 넘는다면서요? 서민이 그런 걸 어찌 알겠어요? 또래 중에선 게스만 입어도 알아줬는데요. 모든 소유욕이 좀 부실해요. 음원 차트 1등처럼 의심스러워요. 취향을 외워서, 제 가치관에 주입하는 식이죠. 우물 안 개구리 주제에 천하를 다 가진 것처럼 으스댔어요. 게스 청바지 하나 장만했다고요. 좀 창피해요.


가지면 좋죠. 저 깨달은 사람 아니고요. 없어서 못 사는 겁니다. 돈이 많으면 좋은 것부터 사야죠. 괜히 비싼 건 아닐 테니까요. 단, 그게 행복과 불행을 나눌 정도여선 안되죠. 없어도 행복해야죠. 있으면 좋은 거고, 없어도 그만. 이런 자유 안에서 소유욕을 가지고 놀아야죠. 어떤 거를 가져야만 행복한 사람이라면, 이미 불행한 사람이 아닐까요?


PS 매일 씁니다. 뭐, 잠결에 몽유병처럼 쓸 때가 많아요. 누군가에게는 작은 울림이 되었으면 해요. 잠결에 쓰는 주제에 꿈도 야무지네요. 이제 자겠습니다. 태국 방콕은 이제 막 열두 시가 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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