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카마 사막의 막장 커플(다소 19금)

도미토리에서 꼭 그 짓을 해야 했니?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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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아타카마 사막. 나에겐 참 별로였던 곳이었죠. 아팠으니까요. 기침만 하면 각혈을 했어요.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건 줄 알았어요. 마지막 잎새 찍었다니까요. 1년 강수량이 15mm인 곳이니까, 거의 비가 없는 세상이죠.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에요. 목에 당연히 있어야 할 수분까지 다 뺏어가요. 제게는 지옥이었네요. 그런 기후 덕에 달의 계곡이 있는 거죠. 달 표면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여기는 비 안 오는 게 벼슬이에요. 지구에 없는 특이한 지형을 보려고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몰리니까요. 이렇게 아픈데 풍경이 다 뭡니까? 몸만 조금 진정되면 이곳을 빠져나가자. 그 생각뿐이었어요. 숙소에서 산송장처럼 지냈죠. 억울한 게 뭐냐면, 저만 아픈 거예요. 어쩜 그렇게 다들 멀쩡할 수가 있죠?


반가운 몸살 동지를 만났어요. 미국 애였죠. 칠레 여자 친구와 같이 아타카마 사막에 왔다가 몸져누웠어요.


-톰 크루즈보다 내 애인이 더 잘 생겼지?


얄밉지가 않은 거예요. 정말 닮았어요. 배우를 해야 할 아이가 왜 여기에 있지 싶었죠. 눈동자가 황금색인 사람은 태어나서 또 처음 봤네요. 여자 친구도 굉장히 예뻤어요. 무용수였나? 가물가물하네요. 15년 전 일이니까요. 나와 같은 도미토리였어요. 보통 연인은 도미토리에서 잘 안 자죠. 워낙 성수기여서 빈방이 없었 거든요. 남자 친구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침을 해요.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을 보니까, 어찌나 반갑던지요. 저 놈이 안 죽으면, 나도 안 죽겠지. 여자 친구는 찬물에 수건을 담가서 밤새 온몸을 닦아줘요. 영화의 한 장면이구만. 꿈을 꾸는 건가? 흐뭇하더라고요. 둘이 키스까지 하네요. 사랑의 힘이구나. 바이러스는 다 내 입에 토해. 이런 건가? 딥하고 딥한 키스를 해요. 눈을 감아야 하나? 왜죠? 이건 보라는 거죠. 저녁도 같이 먹고, 같이 웃고 떠들었어요. 내가 뻔히 옆 침대에 누워서 시름시름하는데, 딥키스를 한 거잖아요. 봐주길 원하는 거죠. 연예인 병이 단단히 걸린 관심 종자인 거죠. 어어. 여자가 기어 들어가요. 옷이 이불 밖으로 하나씩 튀어나오네요? 그리고 두 마리 뱀이 꿀렁대기 시작합니다. 저 새끼는 아픈 거 맞아? 혹시 진짜 죽으려는 건가? 마지막으로 종족번식의 임무를 완수하는 거야? 바퀴벌레가 알을 까듯이? 도미토리에서 섹스하는 막장 꽤나 많아요. 돈은 없지, 욕구는 넘치지. 샤워 타올로 칸막이 만들어 놓고 거사를 치르거나요. 술에 꽐라가 돼서 신음 소리도 두성으로 내가면서 할 거 다 하거나요. 커플보다는 원나잇인 경우가 훨씬, 훨씬 많고요. 그래도 죽을 것처럼 사지를 떨던 남자가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는 처음 봤네요. 아, 아름답다. 젠장. 저는 이 아이들에게 사인이라도 받고 싶어요. 생수라도 냉큼 사다 주고 싶어요. 사랑이라는 주제로 졸업 퍼포먼스를 하는 미대생인가요? 이건 살아 움직이는 예술이군요. 이불은 뭐하러 덮는 거야? 이불 밑 체위를 짐작하느라 눈알이 튀어나오려고 해요.


-콜록, 콜록. 아, 미안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요? 얘네들은 깜짝 놀라서 저를 보네요. 저는 콜록콜록 앉아요. 나오는 기침을 어쩌라고, 이것들아. 제가 다시 눕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꿀렁꿀렁. 아, 기침하고 싶다. 가래 뱉고 싶다. 참아야 해요. 내가 콜록콜록하면, 이 아이들은 멈출 테니까요. 확 불을 켜고 제대로 보여주든가. 잠도 못 자고, 기침도 못하고, 속 시원이 다 보지도 못하고. 이것들이 날 무시해?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어찌 저리 뻔뻔하게 암수 서로 정다울 수가 있냐고요. 너무 열 받아서 끝까지 봤어요. 끝내 이불은 들추어지지 않았고, 저의 안구는 밤새 고통받았죠. 아타카마 사막은 그래서 더 지긋지긋해요. 이가 갈린다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글이라는 돌 하나를 올려서, 끝내는 구름에 닿는 상상을 합니다. 오늘 돌 하나를 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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