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여.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오시렵니까?
요즘 1쇄가 다 나간 작가는 큰 축하를 받아요. 1쇄는 2천 부가 기본이었는데요. 요즘엔 천 부를 찍고 1쇄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더군요. 상위 5% 작가들이야 훨씬 더 팔죠. 95%에 속하는 이들이 글만 써서 먹고살겠습니다. 이건 굶주림 선서나 마찬가지죠. 제가 처음 책을 낼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망한 거예요. 쫄딱 망한 작가들 뿐입니다. 1쇄가 다 나가봤자 수중에 이삼백만 원 들어와요. 책을 매달 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열심히 사는 작가라고 해도 매년 한 권 정도죠. 한 권의 책으로 이삼백만 원을 가져가요. 연봉이 이삼백만 원인 거죠. 보통 1쇄 인세를 미리 주거든요. 그런데 그 1쇄가 안 나가요. 죽어도, 죽어도 안 나가요. 이삼백만 원을 받고서 미안해져야 하는 거죠. 그 이삼백만 원도 너무 많이 받은 게 되는 거니까요.
첫째, 재밌는 게 너무나 많아요
여러분은 유튜브가 재밌나요? 책이 재밌나요? 비교가 되나요? 노래, 인문학, 여행, 유머, 자기 계발 등등등 없는 게 있나요? 심지어 책도 있어요. 고전이나 잘 나가는 책을 알아서 요약해주고, 낭독도 해주더군요. 유튜브보다 재밌는 책을 만들면 되지. 차라리 운동 열심히 해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세요. 구독자 한 명 한 명이 다 돈인 건 아시죠? 초능력자들이 영혼까지 팔아서 올려요. 미니어처 유튜브 혹시 보셨나요? 소꿉장난 크기의 주방 도구로 까르보나라 만들어서 햄스터 먹이는 이 동영상 보셨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4Vm9nGXtp5g
영혼을 갈았잖아요. 그냥 동영상 한 편이 아니잖아요. 똑같이 영혼을 갈면 영상이 재미나겠어요? 글이 재미나겠어요? 이마트 옆에 구멍가게 열어놓고 손님이 왜 없을까? 이런 고민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2. 글자는 끝까지 읽는 게 아니란다 - 평균적 독해력의 추락
깜짝 놀랐어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짧은 글도 다 안 읽더군요. 집중 자체를 못해요. 이미 영상이나 게임에 익숙해져서 문단을 끝까지 못 읽어요. 끈기도 없는데 독해력도 떨어지더군요. 간단한 질문도 엉뚱하게 이해해요. 작가가 A라고 썼는데, B로 해석을 하면 얼마나 에너지 낭비가 큰 건가요? 작가는 찰떡같이 알아먹겠지? 순진하게 독자를 자기 수준으로 기대해요. 뭔 소린지 모를 때는 짧은 게 최고. 이쁜 게 최고. 얇디얇고, 표지 예쁜 책이 왜 잘 팔리는지 아시겠죠? 글로 독자에게 닿는 게 무지무지 어려워졌어요.
3. 좋은 작가의 부재
그래도 콘텐츠가 압도적이면 팔려요. 오히려 그런 책이 드물어졌으니, 진짜 실력자에겐 큰 기회일 수 있죠. 예전엔 출중한 능력자들이 글에 목숨을 걸었죠. 지금은 그런 능력자들이 영화, 드라마, 웹툰 시장으로 가서 대접받으면서 일하죠. 시대가 원하는 창의적이고, 발랄한 콘텐츠들은 그곳에서 나와요. 책이 더 재밌고, 기발하고, 압도적이면 책으로 오죠. 아니니까요. 책은 유독 과거의 향수가 강하죠. 선배 작가의 아우라를 반복하고 싶어 해요. 콘텐츠도 상대적으로 더 구태의연해요. 그래야 제대로 썼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죠. 난세에 영웅이 나라를 구한다고, 숨어 있는 천재 작가들은 이제 기지개를 켜고 나오세요. 진짜를 알아보는 눈은 독자가 가지고 있어요. 사실 독자도 제대로 된 책으로 흠뻑 감동받을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죠.
4. 공짜로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글
브런치,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주옥같은 글들이 너무 많죠. 그런 글들도 다 못 읽잖아요. 그런데 돈을 주고 또 책을 사보라고요? 무겁기까지 해서 어디 들고나 다니겠어요? 공짜 웹툰, 웹소설까지 추가하면 사실 서점에서 책 사는 건 억지죠. 책만 안 읽는 거지, 글을 안 읽는 건 아니잖아요. 다들 눈 엄청 안 좋죠. 그나마 종이 책이 시력 건강엔 더 낫지 싶기는 하네요.
5. 지역 도서관은 작가들에게 힘이 될까요?
도서관에서 공짜로 빌릴 수 있는 책을 왜 사겠어요? 그렇게 보고 구입하는 독자가 아예 없기야 하겠어요? 도서관은 점점 늘어나는데, 덕분에 잘 살고 있는 작가가 있나요? 빌리고, 또 빌리고.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은 책은 작가의 수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죠. 가난뱅이들이 소심하기까지 해서 그러려니 해요. 읽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하죠. 콘텐츠 기업들이 자기들의 가치를 챙길 때, 글쟁이들은 방구석에서 더 좋은 문장만 생각하죠.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선 도서관들이 지역 사회에 큰 보탬이 되고 있죠. 작가에겐 치명적인 부메랑이 됐어요.
6. 그러니까 다 때려치우세요
아, 저는 그냥 쓰려고요. 난세의 영웅 한 번 해볼까 봐요. 사람이 쉬운 길만 가서야 되겠어요? 억지 좀 부려보죠. 뭐. 나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멍청한 오기라도 가져보는 거죠. 책 한 권으로 연결된 독자와 작가의 유대감은 공업용 본드 저리 가라잖아요? 대세가 그렇다고 해도, 그 대세가 전부는 아니니까요. 일부의 독자만 사로잡아도 1쇄는 팔리지 않을까요?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 제가 가끔은 좀 귀엽더라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제게 주는 숙제죠. 숙제니까 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매일 숙제를 끝마친 쾌감을 선물로 주더군요. 숙제가 끝난 순간 짧은 방학식입니다. 다음날 바로 개학을 하는 잔인한 방학이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