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합니다. 신이 나 죽겠습니다
무슨 수가 있어도 쓰고 자야 해. 어젯밤 저는 나름 사투를 벌여요. 싱겁게 제가 졌죠. 이불속으로 기어들어 갑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써야지. 새벽에 일어났어요. 달리기를 했어요. 이왕 늦은 거 오늘 안에만 쓰면 매일 쓰는 사람이 되는 거니까요. 아직 예선 탈락의 위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달렸어요. 삼십 분 정도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주위를 돌았죠. 저만 혼자 비장해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꼴이 우습다는 생각도 해요. 누가 알아준다고, 매일 쓰기에 이리 의미를 둘까요? 매일 글쓰기가 뭐? 글 하루 안 쓴다고, 글 안 쓴 사람이 되는 건가요? 한 번 둑에 금이 가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 이런 두려움이죠. 다들 갖고 계실 거예요. 금이 가서는 안 돼요.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면서 저는 글을 더이상 쓰지 않을 거예요. 무너지는 비극은 사전에 막아야죠. 몸은 계속 쑤시고요. 어젯밤 열은 많이 내려간 상태예요. 저도 미쳤죠. 달리기를 왜 하냐고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 아시죠? 아플 때 운동을 저는 더 해요. 그러면 빨리 낫더라고요. 누워만 있으면 더 아프고, 더 오래가더라고요. 선무당이 몸으로 익힌 처방전입니다. 아침밥도 먹어요. 다시 눕고 싶다는 욕망이 불처럼 일어요. 아, 눕고 싶다. 한숨 깊게 자고 싶다.
저에게 만약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뭘 고를까요?
1. 평생 놀고먹기. 대신 절대로 일 비슷한 것도 하면 안 됨
2. 매일 꼭 끝내야 할 일이 있음. 못 끝내면 죽음.
여러분은 고민이 좀 되시나요? 저는 뒤도 안 돌아보고, 후자입니다. 사서 고생하겠습니다. 저의 얄팍함을 알아요. 게으름의 재미는, 뭔가 할 게 있을 때죠. 중학교 때 펄벅의 '대지'를 하루 만에 읽었어요. 그것도 중간고사 기간에요. 그 시간에 공부를 해야죠. 매일 굴러다니는 책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조금만 읽고 공부해야지. 놓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얼마나 재밌던지요. 그렇게 인생 책을 뚝딱 읽어 버려요. 중간고사가 책을 읽게 했어요. 아무런 제약이 없는 무한한 게으름은 저를 늪에 빠뜨릴 거예요. 부드럽고, 따뜻해서 감싸주는 느낌마저 드는 늪이죠. 하지만 그 늪은 저를 천천히 파괴시키죠. 아무런 위기감도 없다면 저의 모는 감각도, 잠재력도 잠들어 버릴 거예요. 애쓸 필요가 없는 거죠. 질투심은 또 많아서 누군가의 의미 있는 성과는 거슬리겠죠. 그래도 전 놀 수밖에 없어요. 의미 있는 일은 금지니까요. 소비만 해야 하는 거죠. 존재감이 없어도 너무 없겠군요. 지금 이 수고로운 시간을 어차피 택할 거란 얘기죠.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면, 시간을 소분해서 쓰는 거가 돼요. 빙그레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처럼요. 한 조각이 하나의 의미가 되는 거죠.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을 퍼먹을 때와는 전혀 달라요. 하나하나의 맛을 또렷하게 음미하죠. 내게 정해진 즐거움의 총량도 명심하게 돼요. 매일의 글쓰기 숙제는, 저의 하루를 또렷하게 만들어 줘요. 황금 종이로 덮인 엑설런트를 까먹는 하루인 거죠. 해결해야 할 무언가를 미워만 하지 말자고요. 모든 감각 기관을 백 프로 활용하는 시간이라고 믿자고요. 어느 정도는 어려워야 하고, 어느 정도는 버거워야죠. 그래야 우리 안의 잠재력이 정체를 드러내죠.
이렇게 저는 오늘 하루를 완수했습니다. 내일 글은 오늘 밤에 쓸지, 지금처럼 아침에 쓸지 모르겠지만요. 저의 하루가 온전해졌어요. 작은 승리를 자축하겠습니다. 세상이 다 영롱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