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90년대가 그렇게나 좋았던 걸까?

과거니까요. 젊었으니까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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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국민이 떼창을 했던 시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겨울이면 미스터 투의 '하얀 겨울', DJ doc의 '겨울 이야기', 여름이면 쿨의 '해변의 여인', UP의 '바다'가 어디서나 흘러나왔죠. 작작 좀 틀어라. 적당히를 모르니까요. 라디오에서, 카페에서, 옷가게에서, 복사 테이프 리어카에서 주야장천 나왔으니까요. 대한민국의 BGM이었죠. 90년대라는 거대한 콘서트장에 공짜로 입장했던 거였죠. 가요톱텐 골든컵을 수상한 가수의 수상 소감을 보면서, 작작 좀 해 먹어라. 악담을 퍼부을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워요. 싫어했던 노래조차 흥얼거릴 수밖에 없었던 그때가요.



2. 우리에게는 홍콩 영화가 있었지


홍콩은 '영웅본색'의 나라였죠. '아비정전'과 '열혈남아', '천녀유혼'과 '동방불패'의 나라였어요. 그 화려한 도시는 총을 들 일이 그리도 많았나 봐요. 총알은 슬로 슬로 주인공을 비켜가고, 의리에 죽고 사는 친구의 머리통을 관통하죠. '로드쇼' '스크린' 영화 잡지를 모으고, 브로마이드를 오려서 덕지덕지 벽에다 붙였죠. 근사하게 구질구질하고, 낭만에 폭폭 담긴 처절함이 있었죠. 영웅본색 2를 보러 갔을 때였어요. 주연배우들이 방한했더랬죠. 장국영의 형으로 나왔던 배우 적룡의 모자를 어떤 미친놈이 벗겨서 냅다 뛰는 거예요. 탈모를 가리려고 일부러 쓴 모자를요. 믿기시나요? 전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날 주윤발도 장국영도 기억이 안 나요.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요? 한국이 얼마나 미개해 보였을까요? 저는 이모가 준 초대권으로 영웅본색 1편을 개봉관에서 본 사람입니다. 영웅본색 1편은 개봉 당시엔 그렇게까지 유명하지 않았으니까요. 중학생인 저는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어요. 형과 함께요. 박수를 쳐아만 해. 내 안의 감동을 주체할 수가 있어야죠. 지금 사람 기준으로는 그 정도 명작은 아니에요. 비슷한 영화들이 좀 많이 나왔어야죠. 본의 아니게 뻔한 영화가 되어버렸죠.


3. 대학 문화가 한국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가던 시대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는 톱스타로 가는 지름길이었죠. 시대를 앞서가며 미래의 음악을 보여줬어요. 전람회와 무한궤도가 대표적이었죠. '우리들의 천국', '내일은 사랑' 등 대학생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였죠. 대학생이 되면 늘 저렇게 잔디밭에 누워서 잡담을 나누는구나. 제 꿈이 대학교 잔디밭에 누워보는 거였어요. 그것만 생각하며 고3을, 재수 생활을 견뎠죠. 대학교 1학년 때 한총련 1기 발대식이 고려대학교에서 있었죠. 학교의 나무까지 뽑아야 했어요. 전국에서 6만 명의 대학생이 모여들었으니까요. 6천 명 아니고요. 6만 명이요. 강의실에서 자고, 학교 화장실에서 씻고 집회에 참여하는 거예요. 6만 명이요.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 선민의식일 수도 있지만, 그런 참여 정신이 오늘의 촛불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4. 이스트팩 쟌스포츠, 오렌지족 - 달달한 미쿡 판타지


저는 미아리에서 자랐어요. 전셋집을 전전하면서요. 그러니 미국물 좀 먹었다는 교포들이 얼마나 대단해 보였겠어요. 압구정동 오렌지족은 왕자님, 공주님처럼 보였죠. 신촌을 갔더니 셔츠를 허리에 두르고, 포대 자루 같은 청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는 거예요. 촌놈은 신촌이 뉴욕 같고, 런던 같더라고요. 선글라스도 굳이 머리통에 걸치고, 연예인처럼 걸어 다니더라고요. 가방은 이스트팩, 쟌스포츠여야 했죠. 폴로나 노티카 셔츠를 걸치고요. 신발은 닥터 마틴이 대세였어요.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유행일 뿐이죠. 이스트팩이나 잔스포츠가 디자인이랄 게 뭐 있었나요? 부잣집 교포나 유학생이 쓰니까 멋져 보였던 거죠. 나는 언제쯤 미국에서 미쿡 스테이크를 썰어 보나. 큰 꿈이었죠. 요즘 미국은 동심 파괴 그 자체네요. 환상으로 남았을 때가 좋았죠. 얼마 전에 다녀온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는 좋았어요. 꿈처럼 완벽하지 않았을 뿐이죠.


5. 우리가 X세대래


X세대가 뭐지? X세대들조차 X세대가 정확히 뭔지는 몰라요. 7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X세대라고 했죠. 뭔가 좀 있어 보이는데? 아모레 트윈X 스킨로션을 바를 때마다 찌릿찌릿하더라고요. 이게 X세대의 향인가?


그 전 세대와 다른 신세대를 의미한다.

모호함을 퉁쳐서 X 세대라고 한다.

더글라스 커플랜드라는 캐나다인의 소설 ‘X세대, Generation X’에서 유래됐다.


이런저런 설들이 있더라고요. 기성세대와 똑같은 세대가 가능이나 한가요? 이름이야 갖다 붙이기 나름이죠. X세대는 쪽수로 밀어붙였죠. 한 해에 백만 명이 넘게 태어난 유일한 세대죠. 70년, 71년생은 백만 명 넘게 태어났어요. 2019년 출생아 수가 30만 명인 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죠. 수백만 명이 나 X세대야 하고 다녔으니까요. X세대만 꼬시면 어떤 물건이든 대박이 났으니까요. 우린 진짜로 특별할지도 몰라. 위험한 자부심이 생길만했죠. 서태지도, 유재석도, 정우성도, 박찬호도 X세대였으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저의 글이 작은 재미이기를 바랍니다. 재밌게 놀다가, 가볍게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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